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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과 훼방

 

어렸을 때 시골에서는 밤이 아주 어두웠다. 전기가 들어오기 전이라 호롱불이나 남포등을 사용하여 방을 밝히고 생활하였는데, 어렴풋한 기억 속에 불편함 보다는 아늑하고 정겨웠던 느낌이 남아있다.

 

남포등은 석유를 넣은 작은 통 위의 심지에 불을 붙이고 유리로 만든 외피를 끼운 등을 말한다. 어두움 속에서 남포등을 켜면 방안의 물건들을 찾을 수 있고 어디가 깨끗한지 지저분한지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남포등의 유리가 지저분하거나 이물질이 붙어 있으면 빛이 비추일 때 그림자나 어두운 부분이 생기게 된다. 불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지라도 등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려면 유리를 자주 닦아서 투명함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너무 오염되어 깨끗하게 만들 수 없다면 유리를 바꿔야 한다.

 

에스겔 9장에서 하나님께서는 예루살렘에 행하실 심판을 말씀하시는데, 5~7절에는 다음과 같은 말씀이 등장한다. “너희는 그를 따라 성읍 중에 다니며 불쌍히 여기지 말며 긍휼을 베풀지 말고 쳐서 늙은 자와 젊은 자와 처녀와 어린이와 여자를 다 죽이되 이마에 표 있는 자에게는 가까이 하지 말라 내 성소에서 시작할지니라 하시매 그들이 성전 앞에 있는 늙은 자들로부터 시작하더라 그가 또 그들에게 이르시되 너희는 성전을 더럽혀 시체로 모든 뜰에 채우라 너희는 나가라 하시매 그들이 나가서 성읍 중에서 치더라”

 

바벨론의 침공을 받고 있으면서도 예루살렘 주민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두시는 성전이 있으므로 예루살렘은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선지자들이 죄에 대한 심판을 선언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자들이 바로 자신들이었음을 깨닫지 못하였다. 하나님의 집이 있었던 북이스라엘의 실로가 황폐하게 된 것 같이 예루살렘과 성전을 심판하시겠다고 예레미야를 통해 말씀하심에도 그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예레미야 7장, 26장) 결국 에스겔을 통해 심판을 성전에서 그리고 지도자들로부터 시작하시겠다고 하신다. 더 이상 구별되지 않는 성전을 더럽히도록 오히려 하나님께서 명령하신다.

 

우리 사회에서 교회와 신자들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지탄의 대상이 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이다. 세상과 다를 바 없는 교인들의 모습이 비쳐질 때마다 사람들은 우리를 세상보다 더 악하다고 비난한다. 그리고 적지 않은 교회와 지도자들은 이를 교회에 대한 악한 영들의 공격으로 간주한다. 오해와 왜곡으로 인한 공격이 아닌 교회의 잘못에 대한 공격이 있음에도,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빌미를 제공한 우리의 죄를 회개하지 않고 세상이 교회를 훼방한다고만 치부한다. 그러한 자세로 인해 교회와 신자들이 세상에 물들고 죄에 오염되도록 방치되는 것은 아닌지, 더 나아가 교회가 세상과 구별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아프다. 하나님의 이름이 더럽혀지는 것은 세상의 훼방 때문일까 아니면 성도들의 구별되지 못함 때문일까? 주변이 부패하고 어두워 갈 때 세상 속의 악을 탓해야 할까 아니면 빛을 담은 유리의 오염을 제거해야 할까? 등잔의 유리를 깨야 할 정도로 오염이 심해지지 않도록 말씀의 빛으로 우리의 삶을 조명하자. 우리의 청결을 위해 은혜의 하나님께 간구하자.

조회 수 :
3248
등록일 :
2011.12.11
16:10:16 (*.68.4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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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길

2011.12.12
20:24:12
(*.121.205.143)

깊이 공감가는 글입니다. 가끔 학생들의 나쁜 행동을 보고 격한 마음을 먹는 저를 보면서, 참으로 뼛속까지 그리스도인답게 사는 삶의 깊이가 내 속에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매주 한 번 지역모임에 나가 저를 드러내고 기도하는 것이 매주 새로운가 봅니다.

오흥철

2011.12.16
11:45:41
(*.53.96.65)

선생님께서 출석하시는 교회 주보에서 이 글을 읽었습니다. 제가 그 오염의 원인은 아닌지... 돌이켜 보게 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강미영

2011.12.16
15:31:07
(*.240.189.42)

얼룩이 보이는데도 얼룩이 있다고 말하지도 못하고...

빛이 희미해지는데도.... 유리를 닦을 생각도 못하는....

저 자신과 이 기독교계의 상황에 마음이 먹먹합니다.

두려움과 구안주의로 어둠속을 헤매고 있지만...

희미한 불빛이 우리들을 거룩과 공의로 감싸주실 줄 믿습니다.

선생님~~~ 많이 보고 싶습니다.~~~*^^*

시냇가

2011.12.28
12:58:48
(*.14.207.158)

우리사회의 기독교 신앙이 왜곡 된 것은 아닐런지요? 진리를 추구하기 위해 가지게 된 기독교 신앙인데, 필요에 의해 유지 시켜야할 정도의 요건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한편 문제인 것이, 기독교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려고 든다면 존립이 위태로워 질 것으로 사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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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6 게시판을 새로 단장합니다. 7348     200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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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9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2996     200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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