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영어교사 연수차 미국에 한 달간 가 있습니다.

아내 없으니 잠도 안 오고, 이번 겨울수련회 등록하신 선생님들이 좀 줄어든 걸 보면서 내게 TCF는 무엇이었나 두서없이 함 써볼랍니다.

 

지난 주에는 배움의 공동체 학교탐방차 일본 오카야마에 다녀왔습니다. 도쿄에 더 유명한 학교도 많이 있고, 사실 오카야마는 배움의 공동체 실천학교로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지만, 대구 TCF에서 교제했던 규탁형님(김규탁 선생님, 전 TCF중앙회 회계)께서 한국교육원장으로 계신다는 것만 믿었죠. 5박 6일간 형님은 본인의 집을 내어주신 것은 물론 함께 잤던 아저씨 4명을 위해 아침식사를 차리고, 심지어 빨래를 해주시면서, 밤마다 새벽마다 부흥집회(?)까지 인도하는 수고를 마다않으셨죠. 일행이 방문했던 다섯 학교를 일일이 섭외했을 뿐 아니라, 수업내용 통역, 식당 예약까지 그야말로 24시간 가이드를 맡아 주신 터라 너무 미안한 나머지,  적은 액수긴 했지만, 봉투를 하나 만들었더랬습니다. 그 때 분위기를 감지한 규탁 형님 왈 "준길형제 나 하고 형, 동생 했는데, 동생한테 돈 받는 형 봤나? 내가 밥을 사도 사야되는데, 이건 아이다." 하시는 거죠. 순간 대구 TCF에서 후배들에게 나름 한다고 했던 자신이 팍 부끄러워지대요. 이건 그냥 잘 해주는 정도가 아니고, 그냥 글자 그대로 형제인 겁니다. 덕분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일본의 악한 영들과 싸우고 계실 규탁형을 위해 밤마다 쎄게 기도하는 중입니다.

 

10년 전. 고3담임을 첨 맡아 헤매고 있을 때였습니다. 당시 관행으로 여겨지던 불의한 일에 동참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고, 모든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나는 못하겠다고 말하라던 부장선생님의 말대로 다른 선생님들 앞에 나가서 죄송하지만 저는 그렇게 못하겠다고 말하고 왕따를 자초했습니다. 교사 4년차. 글자 그대로 분위기 파악 못한 것이죠. 그 분들 보기엔 심하게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게 보였거나  자기도 반대는 하는데 튀기 싫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날 밤 대구 TCF에서 찬양인도를 하면서 부끄러웠지만, 노래하면서 선생님들 앞에서 펑펑 울었어요. 여기서는 울어도 될 것 같았습니다. 이 사람들은 나를 다 이해해 줄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모임을 마치고 선배들이 밤 거리를 함께 걸어주며 위로해 주었습니다. 너 나중에 하나님이 쓰실 거라고....임산부가 함께 있는 교무실 책상위에 다리 올리고 담배피던 당시 학교 분위기에, 이렇게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도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일본가서 규탁형, 연욱이, 저 이렇게 자고 있었습니다.

연욱이가 새벽에 일어나 울면서 기도하는 겁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그가 하나님과 독대하며 아픔을 아뢰고 위로받는 자리에 아는 척하기 민망키도 하고, 잠도 오고 해서 누워서 기도로 도왔죠. 중요한 건, 다른 두 사람이 자는데 그렇게 솔직(?)하게 기도했다는 겁니다. 저 같으면 밖에 나가서, 다른 방에 가서 기도했을 거예요. 나중에 연욱이 말이, 친구하고 형하고 옆에 있으니까 그렇게 든든하더라는 겁니다. 그 이후로, 지금껏 사랑했던 TCF공동체가 좀더 형제같고, 친구같고, 솔직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나도 더 솔직해지고, 더 울고, 더 사랑해야겠다고 말이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제 TCF출석 14년 역사에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이겁니다.

98년 겨울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경남합천 외토수양관에서 김서택 목사님을 모시고 했던 수련회였어요. 그땐 잘 몰랐던 사람이지만, 어떤 선생님 부부가 신혼여행을 수련회장에 와버린 겁니다. 모두가 당황했지만 선배들의 배려로 초등학교를 개조했던 그 허름한 수양관에 신방이 차려졌댔죠. 저는 TCF수련회가 뭐길래 저 사람은 저런 무모한 짓을 하나...하면서 조금은 의아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는 전북대에 IVF모임을 개척했고, 전주 TCF마저 개척해버린 개척자 전.형.일. 선생님이었어요. 이 친구가 그때부터 TCF공동체를 섬기는 헌신적인 모습을 지켜보면서 수련회로 신혼여행을 와버린 이유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어제, 오늘 지역간사님들, 지역대표님들과 한분 한분 통화하면서 각 지역 선생님들의 상황도 여쭙고, 수련회를 위해 함께 손을 모으자고 말씀도 드렸습니다.  그러면서, 혹시 우리 수련회가 진한 형제애와 사랑의 기도가 빠진 약간 세련된 세미나로 인식되가고 있나? 하는 약간 걱정스런 마음이 듭니다.

 

포항지역 샘들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저하고 연욱이하고 내일 포항 두번째로 갑니다. 하지만, 그런 거보다, 이번 수련회에 오신 선생님들만이라도 함께 더 이야기하고, 더 뜨겁게 기도하면서 따뜻한 공동체성을 더 돈독하게 만드는 수련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학교가 너무 힘들어서 좀 쉬고 싶으셨던 선생님들도, 쪼금 용기를 내셔서 수련회 오셨으면 또 한 학기 살아갈 힘 주실 거라 생각해 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수련회 오신 분들 고백해 주시면 제가 맛 난거 함 쏠께요. 그리고, 그 말씀 들어드릴께요.  아이고, 글도 못쓰는데 생각나는대로 쓸려니 힘드네요. 좋은 밤 되세요.

 

조회 수 :
2390
등록일 :
2011.01.18
00:54:49 (*.121.205.211)
엮인글 :
http://www.tcf.or.kr/xe/freeboard/161435/c9b/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61435

한연욱

2011.01.18
16:50:17
(*.137.214.78)

오늘 보충수업을 하면서 주목했던 것은 과제가 어려울 수록 아이들이 서로 물어보고 협동하려고 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tcf공동체가 추구하는 과제가 결코 쉬운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혼자서 달성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닌 것 같습니다. 어렵고 힘들고 숭고한 목표이기 때문에 서로 힘을 합쳐 기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본에서 겪은 시달림도 제가 혼자서 감당하기에 너무 벅차서 공동체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저도 강심장이라고 자부해 왔는데도 그렇습니다.^^;

로마인 이야기를 읽어보니 로마인들이 그리스인들보다 지적으로 뛰어나지도 않았고 게르만인들보다 체격이 좋은 것도 아닌데 대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조직력이라고 합니다. tcf도 로마인들처럼 조직력으로 승부해서 영적싸움에서 이기고 교육현장에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현승호

2011.01.18
22:34:39
(*.202.221.2)
이 밤에 선생님 글 읽고 또 눈물이 나네요! 지금 tcf는 하나님의 점프과제를 수행중인것 같습니다. 협력학습으로 해결해 나갑시다

권미진

2011.01.19
13:44:33
(*.115.165.66)

제가 왜 뜬금없이 디렉터 샘께 선발대로 가겠다고 스스로 무덤을 팠는지

이 글을 읽으니까 이해가 되는군요 ㅋㅋㅋㅋㅋ

아... 월욜 아침에 푹 자고 가려고 했는데...

망했다~

윤큰별

2011.01.21
12:23:15
(*.15.83.24)

나중에 그 언젠가 저도 교사가 되면 일본에 데려가 주세요+_+

안준길

2011.01.23
16:19:56
(*.244.212.207)

큰별형제. 이번에 수련회 때 못 봐서 아쉽습니다. 효숙자매도 전화했더니 미국이라고 하더군요. 합격만 하세요. 일본 아니라 핀란드라도 가야죠. 힘내라 큰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비추천 수sort 날짜
398 12월 24일 겨울수련회 회비 입금하신 선생님 중에서... 1477     2011-01-14
지난해 12월 24일 입금하신 선생님 중에 입금란에 "tcf"라고 쓰시고 이름을 적지 않으신 선생님은 사무실로 연락바랍니다. 감사합니다.  
397 일본여행에서 느꼈던 두려움, 용기, 그리고 승리 [7] 1898     2011-01-15
배움의 공동체 탐방을 위해 일본을 다녀온지 이틀이 지나가는 군요. 저는 배움이 공동체 탐방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5박 6일 동안 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 오까야마에 도착할 때는 들뜬 마음과 더불어 편하게 쉬...  
396 이정표 - 믿음의 사람들 [3] 1465     2011-01-16
이정표 - 믿음의 사람들 영화를 볼 때 액션 코믹 등의 오락 영화는 심각함이나 가슴 졸임 없이 편하게 볼 수 있다. 대부분 해피엔딩으로 끝나며 결과에 대한 부담이 없기에 삼자의 입장에서 단순히 그 시간을 즐기면서 보면 된다. 그러나 실화를 근거로 하거나...  
395 수학캠프(Math in GOD)등록마감!! [2] 2160     2011-01-17
수학캠프(Math in GOD)등록마감!! 2월 12일에 진행되는 기독청소년 수학캠프 등록마감을 알려드립니다. (이곳에 글 올린적이 있어 마무리 글 올립니다.^^) 40명 한정인원인데 40명을 넘어섰습니다. 오직 홈페이지 몇곳만 올리고 선생님들께 정병오선생님께서 ...  
» 잠이 안 와서 [5] 안준길 2390     2011-01-18
아내가 영어교사 연수차 미국에 한 달간 가 있습니다. 아내 없으니 잠도 안 오고, 이번 겨울수련회 등록하신 선생님들이 좀 줄어든 걸 보면서 내게 TCF는 무엇이었나 두서없이 함 써볼랍니다. 지난 주에는 배움의 공동체 학교탐방차 일본 오카야마에 다녀왔습...  
393 겨울 수련회를 위한 중보기도.. 1468     2011-01-18
얼마전에.. 이사야서 1장을 묵상하면서.. 더이상 예배도.. 예물도 받지 않길 원하시는 하나님을 떠올리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진심으로 기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이들을 모이게 하는 일을 기뻐하시지 않는다고.. 주님은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진...  
392 TCF 겨울 수련회를 위해 중보기도해요~^^ [2] 1951     2011-01-18
중보기도가 많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스라엘 민족을 살리고자 간절히 기도했던 에스더의 마음으로 함께 기도하길 바랍니다.^^ 오늘 18일 오전부터 24일 오전까지 함께 중보기도했으면 합니다. (수련회 기간에도 계속 기도해야 겠지요..) 선생님께서 ...  
391 영적싸움을 인정하기.. 기도하기 1556     2011-01-20
밤새도록 찬양부르며, 기도했던 때가 있었는데... 기도생활이 느슨해지더니.. 영적싸움에 많이 무디어 있음을 깨닫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영적싸움을 많이 경험했던 터라.. 깨어서 기도하지 않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압니다. 하루에 단 5분이...  
390 "을지대 쌍무지개" 처럼.. file 2047     2011-01-21
 
389 수련회를 준비하면서 [4] 2053     2011-01-23
1994년 여름 수련회를 첨 참가했었지요 졸업하고 금방 발령 대기 상태였습니다. 지금은 넘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이용세 목사님(그때 교사로 대표였을 거에요), 김덕기샘, 하지영 샘, 이현래샘, 김규탁샘, 박은철교장샘 등등 기라성 같은 분들과 ...  
388 수련회생방송 보여주셔서 참 감사해요 [1] 2219     2011-01-24
수련회 섬기는 지역샘들과 참여한 샘들 그리고 한국기독교사회가 속으로부터 강하여지고 인생을 헌신하는 것이 당연한 기독교사의 본분임을 더 많은 교사들이 깨닫고 각 지역모임에 사명을 새롭게 하는 선생님들이 많이 일어나기를 집에서 보면서 같이 기도하...  
387 1월 25일 겨울 TCF 수련회생방송 일정 안내 1913     2011-01-24
저에게 공지사항에 글을 올릴 수 있는 권한이 없어서 여기에 대신 올립니다. 공지사항 - 생방송 안내의 댓글에 계속해서 현지 상황을 올릴 예정이며, 자유게시판에 다음날 생방송 일정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1월 25일 겨울 TCF 생방송 일정 안내] - 9시 ...  
386 수련회 생방송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3] 2206     2011-01-25
실시간으로 수련회모습을 볼수 있다니 정말 좋네요~ 저도, 방금 주제강의 1 풀무원 교장선생님의 강의을 잘 들었습니다. 이런 혜택을 누리게 해 주시다니~~수고하시는 포항 선생님들과 섬김이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수련회를 위해 그리고 참여하...  
385 마지막 밤이겠네요^^ 1772     2011-01-27
저는 이번방학을 연수와 출근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아직 돌이 지나지 않은 둘째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이 부담이 되기도 했고요. 수련회에 못간 핑계에 불과하겠지만요.^^ 마지막 밤 가운데 큰 은혜가 있기를, 내일 마지막 집회 가운데 결단과 선생님 모두에게...  
384 물 같은 수련회 [5] 2479     2011-01-27
솔직히 이번 수련회는 끔찍했습니다. 40대 중년을 위한 육체 개조 리모델링 계획으로 인해 불편한 몸으로 참석한 까닭에 이번 수련회는 제가 그간 16년 동안 참석해온 이래 최초로 축구를 하지 못한 그야말로 TCF역사상 경악할 만한 충격적인 수련회 였습니다...  
383 수련회 사진 구경 오세요 [13] file 2772     2011-01-27
 
382 소박한 수련회 소감 [8] 2580     2011-01-27
이번 수련회 기간 중 개최된 한일전 패배의 아픔이 가시지 않았지만, 아픔을 수련회의 은혜와 열기로 이겨낸 우리 공동체의 성숙함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수련회 기간 중 악한 우리 인간의 모습과 그것을 선하게 순화하기 위해선 좋은 공동체에 연결되어 있어...  
381 샌프란에서... [8] 3027     2011-01-29
토요일 아침, 모두들 늦잠을 주무시거나,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계시거나 하겠군요. 여긴 샌프란시스코... 금요일 오후 3:30 정도예요. 수업을 일찍 마치고, 그동안 봄날처럼 따뜻하던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져, 집에서 쉬고 있는 중이랍니다. 오랜만에 ...  
380 역경을 헤치고 [6] 2672     2011-01-28
역경을 헤치고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도난 사건으로 뉴스에 등장하기도 한다. 이탈리아 크레모나 출신의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제작한 바이올린들로서 300년도 더 되었음에도 그 음질을 따라갈 수 없어 가격이 수십억을 호가한다. 그와 같은 좋은 ...  
379 첫 TCF 수련회 후기 [6] 2930     2011-01-28
기독교사 대회는 두 번 가게 되었지만, TCF수련회는 처음이었습니다. 분위기가 가족같이 편안해서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샘들도 있어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처음 보는 분인데도, 따뜻하게 인사 나누고, 조모임을 통해 공동체의 힘과 위로를 나누며 이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