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곳이 있어 아줌마의 삶을 나눌수 있어 감사하네요.
저는 언제부터인가 불성실한 아줌마로 살고 있습니다.
아마 tcf지역간사와 대학원을 동시에 시작하면서
외식이 늘어난듯 합니다.

어제, 제가 새터민 대안학교에 가르치러 가는 날이었습니다.
아침 7시 춘천에서 출발하여 서울 가락동에 3시간 넘게 걸려서 도착.
오전에 2시간, 점심먹고 오후 2시간 가르치고 왔답니다.
가르치는 동안 언뜻 언뜻 북한에서 살던 얘기를 가끔씩 비치는 아이들.
마지막엔 찬양하고 싶다고 해서 함께 찬양하고 서로 안아주고 기쁨이 충만하여 집에 돌아왔는데, 이게 웬일인지요?

하윤이는 일본에 비전트립떠났고, 주윤이와 하진이는 할머니와
함께 강화도 여행을 갔는데,
일하다가 점심에 집에 들어와 라면을 끓여먹은 우리 남편.
식탁에 라면 국물이 그대로 있고 상은 어지러져 있고,
화장실 변기는 일을 본 후에 내리지 않아 지저분하고...

저녁에 들어온 남편에게
언짢은 맘을 누르며
"낮에 점심때 급한 일 있었어? "
차분하게 물어보니 왜 그러냐고
"라면 국물도 안치웠잖아."
하니까 "저녁때 밥말아먹으려고 그냥 두고 나간거야."

어이가 없어서 막 웃음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좀 찔리더라구요.
어머님도 안계신데 아내는 사역한다고 서울갔으니
저녁이 보장되지 않으니 라면 국물을 아껴둔 것.

오늘 아침도 맘이 분주했습니다.
기독교사대회 중요한 업무를 갑자기 지난 주말에 맡은 것이
있어서 오늘 준비를 해야 해서말이예요.
하지만, 일어나서 먼저 찌개부터 끓였답니다.
청국장 듬뿍 넣고 제 실력발휘를 했죠.

오늘 점심은 제가 없어도 라면먹지 말라고
찬찬히 설명을 했더니 좋아하는 남편.

든든하면서도 어느땐 큰 아이 한명 더 있는 셈이네요.
부부는 이렇게 서로 아이처럼 의지하다가 친구가 되기도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조회 수 :
821
등록일 :
2006.08.08
18:35:08 (*.58.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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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기

2006.08.09
09:08:27
(*.43.83.132)
라면 국물이 눈에 가득 비칩니다. 감동...말이 필요없네요.

이민정

2006.08.09
12:49:46
(*.231.169.154)
강영희 선생님.. 여전히 주님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계신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사역의 든든한 지원자가 바로 남편이시니 정말 너무 좋으시겠어요^^ 수련회 맡은 일들 잘 섬기시길 기도할께요

강영희

2006.08.09
14:59:05
(*.58.6.46)
맞아요 든든한 지원자. 오늘도 기윤실 캠프에 강의다녀왔는데 아침에 40분 데려다 주고, 강의 끝난후 또 데리러 온 남편. 오는 길, 처녀때 집에서 시집 못가면서 tcf한다고 구박받으며 다니던 시절이 생각나서 얼마나 감사한지...
암튼 민정샘, 금도끼샘 넘 반갑습니다.
미국얘기좀 들려줘요. 그리고 금도끼 샘도 가정사를 이곳에 나눠주시죠.

손지원

2006.08.10
00:50:58
(*.179.160.253)
그냥 맘이 찡~~~하네요.

조숙진

2006.08.12
01:21:26
(*.1.38.161)
진짜~ 감동입니다. 감히 말씀드리지만 거의 유머수준이 저랑 함께 살고있는 어느분과 닮은데가 있네요 .

류주욱

2006.08.17
11:52:14
(*.110.241.243)
그렇습니다. 서로의 일을 하며 같이 살아간다는 것... 생각을 맞추고 높이를 맞추는 것도 삶이고 지혜이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김미성

2006.08.17
14:56:14
(*.104.19.143)
우리 신랑은 반찬이 있어도 가끔 먹고싶어서 끓여 먹는데 ...선생님 사부님 대하시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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