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쓴글인데, 저희학교 선생님들이 1년에 1번 만드는 회보에 실린 글입니다.

“ 앞으로 괜찮은 선생님이 되어야하는데 방법과 마인드를 갖도록 기도해주세요”
얼마 전 우리학교 신우회 모임 때 들었던 박모 신규 선생님의 고백이다.
     18년차(엄밀히 말하면 육아휴직 3년을 제외하고 15년차)의 내 교사생활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 선생님처럼 기대를 갖고 어려운 문을 통과하여 교사가 되었건만 돌아보니 “이만하면 됐다. 바로 지금 내 모습이 내가 꿈꾸던 교사의 모습이야”라고 생각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이 문제는 교사 개인의 문제일수도 있지만  아이들에게만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우리 교육의 복합적인 문제들과 함께 돌아봐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올해 상담계라는 이유로 비담임 특혜를 얻은지라 책무성을 생각하며 의무적으로 했던 상담을 통해 “그래, 이거다! 남은 교직생활동안 이것을 붙들면 좋겠다”하는 맘이 드는 것 아닌가?

    “선생님! 맘이 시원해요”
이번학기동안  『화목한 상담실』을 찾아와  우울증척도 BECK의 우울증척도 한국판(BDI한국판)
를 검사하고 그 결과치가 높았던 몇 몇 아이들과 상담하며 듣는 고백이다. “심한우울”이라는 결과가 나온 아이들에게 B4지 한 장주고 피자만한 큰 원을 하나 그리라고 한다. “우리 감정 피자를 그려볼까? ○○-아이의 이름을 꼭 불러준다-가 현재 느끼는 감정의 종류만큼 피자조각을 내보자”
그렇게 살짝 마음을 건드리면 아이들은 술술 잘도 써나간다.
“친구들과 갑자기 안좋아져서 불만.아이들이 뒤에서 내 얘기를 하는듯해 분노.
성적이 잘 안나오거나 공부가 잘 안돼서 혼잡. 엄마한테 솔직하게 말못해 슬픔.
스트레스를 풀때 적절히 못풀어서 울적.교우관계가 나빠서 슬픔.
아빠와 사이가 안좋아 슬픔.“등등

아이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가족관계, 친구관계라는 것이 대체적인 흐름이다.
첫 회기에 그 우울함을 다 쏟아놓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시원해한다.
2회기에는 MMTIC(청소년용 성격유형검사)를 실시, 자신의 성격유형을 이해하고, 자신을 힘들게 하는 가족과 친구의 성격을 추측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아이들은 성격의 차이로 관계의 어려움을 이해하며 단번에 희망을 가지기도 한다. 우울증은 비합리적인 사고에서 비롯된다고 하는데, 그 아이 안에 있는 비합리적인 생각들을 스스로 찾아내서 왜곡된 사고를 하지 않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이런 저런 상담과정을 거친 후에 내선에서 안 되겠다 싶으면 전문가를 연결해줄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 5회기정도에서 상담을 우선 종결하는데, ○○이는10회기를 넘겨야했고 그 이후엔 한계를 느끼고 그 아이를 전문가에게 연결해주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 시점에서 아이가 변화되고 있지 않은가? ○○이는 항상 혼자인 것, 아이들로부터 왕따라고 느끼는 것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어왔는데 요즘 현실을 인정하면서 고통을 이겨내고 있다. 이전과 다르게 아이들에게 갑자기 다가가려다 서툰 몸짓, 말투로 인해 놀림을 당하면서도 이젠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에 여유가 보이는 ○○이의 고백
“선생님! 당장은 여전히 힘들어요. 하지만 앞으로 저도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여요”

...담임만큼 바쁠 수도 있지만,  맘을 다해 상담해도 때로는 아이들이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다하더라도 그래도 아이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는 기쁨이 있고 아이들이 자신이 생각한 방향으로 변할 때 느끼는 보람. 그런 것에 욕심나시는 분, 내년에 상담계에 도전해 보세요!
조회 수 :
878
추천 수 :
1 / 0
등록일 :
2005.06.23
17:00:26 (210.99.88.125)
엮인글 :
http://www.tcf.or.kr/xe/diary4/109612/77f/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09612

'1' 댓글

박은철

2005.06.25
11:33:47
(*.91.75.129)
여전한 살아가시는 모습 아름답습니다.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옵션 :
:
: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비추천 수 날짜sort
25 과학 꿈잔치 참가 [1] 672     2003-04-22
월,화,수 사흘동안 과학 꿈잔치가 열리고 있다. 월요일날 1학년 전체 체험학습을 했다. 오전수업만 하고 점심도 제일 먼저 먹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기뻐 날뛰었다. 더군다나 시내 여중에서 모이니 더 들떴다. 체육관과 운동장 가득 각 학교에서 운영하는...  
24 음치가 성가대원 되다 [2] 593     2003-04-20
오늘 상주 실내체육관에서 상주시 부활절연합예배를 드렸다. 다른 두 교회와 함께 우리교회가 찬양을 맡아 헨델의 할렐루야를 찬양했다. 교회생활 20년 가까이 성가대 활동은 올해가 처음이다.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초등학교3학년 노래부르기 시험. 퐁당퐁...  
23 달걀을 나누어 주며 420     2003-04-20
토요일 아침 선생님들께 달걀2개씩 나누어 드렸다. 이 학교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 무슨 일인지 의아해 하셨다. 부활절을 기념하며 맛있게 드시라고 드립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모두들 고맙게 잘 먹겠다고 하셨다.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며 "부활절날 왜 달걀...  
22 부활절 달걀 유래 [1] file 573     2003-04-18
 
21 도덕을 잘하면? 394     2003-04-17
벌써 부터 5월 초에 있는 중간고사 시험 걱정으로 야단이다. -선생님, 저는 영어는 못하고요, 수학은 조금 자신있어요. -모든 과목을 다 잘할수는 없을 겁니다. 고등학교에 가면 자기의 적성과 특기에 따라 공부하는과목도 다르고 한 분야를 탁월하게 잘 하면 ...  
20 마음,마음,마음 [2] 472     2003-04-17
며칠전 남수 어머니께서 전화를 했다. 남수 아버지께서 일하시다 다쳐서 의식불명상태로 입원중이라 어머니께서 돌봐주지 못하고 있는데 남수가 학교생활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내용이었다. 아침에 남수를 불러 얘기하는데 눈물부터 뚝뚝 흘렸다. 아직 어...  
19 현기를 칭찬해요 447     2003-04-12
지난주 주번이 박정민과 반현기였다. 정민이는 배치고사 성적이 전교 꼴지지만 반에서 제일 씩씩하고, 현기의 글씨는 암호문 같아 읽기가 힘들고, 친구들이 라는 별명을 부르며 약간 어리숙해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주번보다 활동을 너무 잘해 ...  
18 선생님, 오늘 멋져요 481     2003-04-12
"선생님, 오늘 누구 만나러 가시려고 이렇게 멋지게 차려 입어셨어요?" 쉬는 시간 복도에서 만난 우리반 창민이의 말이다. 남자 중학교에 와서 처음으로 들어보는 말이다. 여고에 있을때는 선생님들의 옷차림이나 머리스타일의 작은 변화까지 관심가지며 질문...  
17 퇴근길에 500     2003-04-09
퇴근길에 잠시 볼일을 보고 평소 다니던 길이 아닌 귀빈예식장 옆길로 집에 오는데 도로 공사하느라 길이 막혀 있었다. 빙돌아 평화교회(집 바로 옆에 위치) 앞을 지나갔다. 작년 퇴근해서 평화교회에서 기도하던때가 까마득했다. 주차하고 교회로 향했다. 아...  
16 Re..환경미화 결과 [1] 569     2003-04-09
지난 월요일 애국조회시간에 환경미화 결과 시상을 했다. 정말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청결상을 받았다. 1,2,3학년 통틀어 사상을 했는데 우리반이 3등상에 해당했다. 부상으로 문화상품권 15,000원을 받았다. 상장을 코팅해서 앞에 붙여놓았다. 상품으로 무엇...  
15 Re..학부모 답장 496     2003-04-08
안녕하십니까? 백한열의 엄마 ***입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후다닥 3월을 보낸 듯 싶습니다. 후다닥 보내는 가운데 여기저기 민들레며 목련이 활짝 피기도 했구요.. 선생님의 감성과 정성과 사랑이 어우러지신 학급 소식지 받으면서 뭉클했습니다. 그리고 부끄...  
14 3월 생일 잔치 480     2003-04-03
3월에 생일 맞은 친구가 5명이 있었다. 희범, 성진, 준, 태우, 현기다. 아침시간에 돌아가며 (롤링 페이퍼) 축하글을 썼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노래를 카세트 테잎을 통해 미리 두번 정도 연습을 했다. 월요일 1교시 자치활동시간에 초코파이를...  
13 4월 학부모 통신 file 570     2003-04-03
 
12 쑥 뜯기 491     2003-03-30
매월 마지막 토요일은 계발활동 전일제를 실시한다. 학교에 가지 않고 자기가 선택한 부서의 장소로 바로 간다. 영화관, 등산, 요리, 볼링, 도서관, 탁구장... 난 헬스부라 시민운동장 헬스장으로 갔다. 학생들이 많아 두 팀으로 나누었다. 한 팀이 운동할 동...  
11 화장실 청소가 더 좋아 572     2003-03-30
화장실 청소를 이렇게 신나게 하는 학생들은 처음 본다. 보통 제일 하기 싫어 하는 것이 화장실청소인데.. 우리반이 화장실 옆교실이라 여교사 화장실과 학생화장실 두 곳을 청소해야 한다. 양말 벗고, 바지 둘둘 걷어 부치고 호스로 물뿌리며 쓱싹쓱싹 신나게...  
10 환경미화 [1] 567     2003-03-27
2,3학년은 주로 학생들끼리 꾸미고 있는데 1학년은 아직까지 선생님의 손길이 필요한 법. -토요일 날 환경미화 함께 할 사람 ? -점심은요? -왕사발면? -몇 시간 동안 해요? -2-3시간정도. -저요,저요. 저는 토요일날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심심해요. 꼭 뽑아...  
9 몽둥이 사다. [5] 595     2003-03-19
그 동안 인문계 고등학교 그것도 조금은 명문이라 자칭하는 학교에만 근무하면서 학생들에게 한번도 매를 대지 않았다. 단체 벌은 한 두 번. 물론 막대기를 들고 다닌 적도 없었다. 막대기는 그야말로 무엇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용도로 몇 분 선생님들이 가끔...  
8 급훈 정하기 758     2003-03-19
급훈공모-3000원 상당의 선물이 있음. 칠판에 적어니 "선생님, 급훈이 뭐예요?" 묻는 학생이 정말 있었다. 초등학교 6년동안을 지나왔는데 정말 모를까 싶었지만 우리반 아이들이 한해동안 지켜나가야 할 목표나 규칙이라고 말해주었다. 한사람이 하나씩 적어...  
7 꿈봉투 걸기 file 629     2003-03-12
 
6 영어 나머지 수업 544     2003-03-12
힘겹게 영어수업을 하고 있다. 오늘 1학년 자기 소개하는 법을 배웠다. 한사람씩 앞으로 나와 첫인사, 이름과 출신학교 취미등에 관해 발표를 했다. 학원 과외등으로 진도가 너무 많이 나가 있는 학생들도 많았고 겨우 알파벳정도 아는 아이들고 꽤 되었다.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