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입니다.
체육을 내리 3시간하고 났더니 밥맛이 아주좋네요.
오늘엔 아침도 걸렀거든요.

작년8월에 교대를 졸업하고 춘천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6학년 체육과 음악을 가르치고 있는데요,
아직 발령이 안나는 바람에 다시한번 예전의 그 학교에서
6학년 체육과 음악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2교시부터 수업이 있었는지라 교무실에서 체육창고 키를 가지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체육창고로 가는데
1반녀석들이 운동장에 나와 일렬로 줄을 서고 부동자세로 있는거에요.
남학생들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선생님께 혼날 준비를 하고 있는거같더라구요..
또 떠들었나보다 하고 저는 체육창고에 가서 이것저것을 챙긴후
다시 연구실에 갔습니다.

1교시가 끝나고 1반 체육부장녀석이 체육수업을 어디서 하느냐고
물으러 왔길래 체육관에서 한다고 했죠.
그러면서 아까전에 왜 그러고 있었냐고 물었더니 그녀석의 대답이
가관입니다.

"몰라요. 가끔 그래요. 뭐, 저희가 애국조회설때 줄을 제대로
안서고 떠들었대요.."

아이들은 자기들이 왜 혼나는지도 모른채로 그냥 있었던겁니다.
아이들의 눈에는 담임선생님이 공연히 화를 내는 것으로 비추어졌구요..
그말을 듣는데 참 뭐라 말할수 없는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이 잘 모르는구나 하구요..

2교시에 1반녀석들과 같이 체육수업을 하는데..
많이 힘들었어요.
결국엔 10분을 남겨놓고 모두 체육관 바닥에 앉혀놓은후에
눈감고 있으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겨우 조용해지더라구요.

어떻게하면 좋죠..?
음..통제가 안되는 반..
혼을 내도 혼날줄도 모르고.
벌을 세워도 제대로 벌을 서지도 못하는 아이들..

예전같으면 제가 발끈화를 내거나..
떠드는 녀석들 시범케이스로 걷어차거나..
단체로 기합을 주거나 그럴텐데..

그래도 4개월 경력이 경력이라고 요즘엔
많이참게 됩니다.
그리고 화를 내기보다는, 이녀석들이 왜그럴까하고.
다시한번 생각해보게됩니다.

미워하지도 말아야겠지요..?
그런데 자꾸만 고의적으로 떠드는 녀석에겐
미운 감정이 싹트고...주먹도 날아가고 그러네요..

기도해야겠습니다.
아이들위해.
그방법밖에.없겠지요..?
사랑하는 방법밖에..
사랑으로 오래참고 하나하나 가르쳐주는 방법밖에는...

사랑은 오래 참는거라는것.
교직에 나와 처음으로 몸소 배우고 있는 말씀입니다.
조회 수 :
752
등록일 :
2005.03.21
13:27:30 (210.97.8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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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tcf.or.kr/xe/diary4/109583/f0c/track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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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전형일

2005.03.22
13:26:41
(*.43.19.240)
초임때가 생각나는군요. 정말 시간이 많이 걸리지요.
참고 기다리며 아이들 사랑으로 소망을 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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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2010년4월16일 [4] 1688     2010-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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