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학기의 풍경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올해는 고1 담임이 되어 신입생을 맞았다.

입학식 풍경을 사진으로 담으며,
나도 십수년 전의 고1이 되어 가고 있었다.

선생님과 학부모, 선배들 그리고 자신을 향한 엄숙한 선서,
새로운 학교에 대한 낯섬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입학식의 풍경... ...


2. 생활환경조사 - 아픔의 흔적...

담임이 되어 신입생과 이틀을 보냈는데,
오늘은 생활환경조사를 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어머니와 사는 한 아이가 있었다.
6교시 수업을 마치고 그 아이를 불렀다.

"아버지가 작년에 돌아가셨다고 적었는데, 어떻게 돌아가셨니?"

"... ... ... ..." (그 아이의 눈이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작년 2월에... (눈물이 빰으로 흘렀다.) ... 대구 지하철 사고 때 돌아가셨어요..."

눈물이 흐르는 것을 닦지 않으며, 그 아이는 이미 슬픔을 이기는 법을 알고 있었다.

뉴스에서만 듣던 사고의 피해자를 내가 만나게 되다니...
당황스러움과 함께 근원을 알지 못하는 슬픔이 내 가슴을 꽉 조여왔다.

이유없는 죽음으로 아버지를 잃은 그 아이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조건없는 사랑으로 다가서는 것이리라.

대구지하철 사고 1년이 지났는데,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 없이, 책임전가만 난무하는 이 사회...
기성인의 한 사람으로 부끄럽다.

내가 그 아이에게 아버지와 같은 담임이 되어줄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아픔의 흔적은 있다.
조회 수 :
785
등록일 :
2004.03.05
22:18:57 (221.139.13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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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형일

2003.11.30
00:00:00
(*.219.21.90)


아.. 가슴이 아픕니다. 그냥 그렇게 잊혀져 간다는것도. 그 학생의 아픔도.. -[03/07-14:26]
-


손혜진

2003.11.30
00:00:00
(*.219.21.90)
손지원 선생님 사진 차암! 잘 찍으셨네요. -[06/03-15: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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