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같은 경우는
청소하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값진 일인가를 설명하고
왠만하면 벌 청소는 안시키려고 하며
특히
일년에 한 두달 정도 돌아오는
화장실청소만큼은
아무나 안시킵니다.
수 년째 반드시 자원을 받습니다
고등학생들이어서 그런지 대개 동기부여만 되면
자원자가 넘쳐나더군요
그래서 이런 말도 하게 됩니다.

' 미안하지만 누구 누구는 신청자가 너무 많으니 다음 기회에 하거라
다음번엔 꼭 하게 해주마'

청소는 제가 먼저 시범을 보여주고
(사실 화장실 청소는 마음먹기에 따라서 참 재미있는 일이거든요
즐겁다고만 느끼면
바지를 걷어부치고 호스로 물뿌리는것도 신나고 막힌 변기뚫는 것도 통쾌하고
형형색색의 변지(똥종이)를 수거하는 것도 흥미거리입니다
무엇보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자원해서 기꺼이 한다는 보람과 긍지,
이를 통한 타인 섬기기등을 배우는 복된 시간이지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이들과 같이 합니다. 청소하며 같이 장난도 치고 이야기도 나누고
듬뿍 칭찬을 더해줍니다.
사회에 나가서도 어디서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그런 사람들이 사회를 변혁시켜나간다고
너희들이 그런 사람이길 바란다고 말해주죠.
(이런 사실은 생활기록부 작성할때나 추천서를 쓸때 좋더군요)
한 녀석은
조별일기에 이렇게 써놓기도 했습니다
' 내년에 되어서도 절대 남에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화장실청소이다'
강제징집제도하에 이루어지는 교실,특별담당구역 청소는 미비할때가 많지만.
그래서인지 아직 화장실청소로는 지적받은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교실청소나 특별구역청소는
너무 잦고 일손이 많이 들어서 화장실청소처럼 하지 못하는게 아쉽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살신성인해서 1년동안 화장실청소 전담해버린 신모선생님으로 인해
이런 기쁨(?)은 없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빗자루 든 자에게 조국의 미래를 맡겨라" - 송인수 어록중에서-
조회 수 :
510
등록일 :
2003.09.15
13:14:31 (210.95.2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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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손혜진

2002.11.30
00:00:00
(*.219.21.90)


감동입니다. <좋은교사>에 있었던 '감동 프로젝트'란 글이 생각납니다. 좋은답변 감사합니다. 선생님 글을 읽다보니, 아이들보다 제가 더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2년동안 화장실 청소를 담당해서 했었는데, 제가 솔선수범해서 정말 싫어했었거든요. ㅎㅎㅎ 전 언제 철들지 모르겠네요. -[09/16-00:46]
-


손혜진

2002.11.30
00:00:00
(*.219.21.90)
벌청소는 웬만하면 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말에 저도 공감합니다. 청소의 신성함을...청소는 다 함께,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대한 깨끗하게 -[09/16-00:48]
-


강영희

2002.11.30
00:00:00
(*.219.21.90)
감동! 선생님의 그런 면이 늘 자랑스러워요. -[09/20-08:11]
-

김은진

2007.11.25
23:41:55
(*.44.38.188)
profile
ㅋㅋㅋ 제가 샘의 이 청소에 대한 나름의 지론떔시 임용에 합격했다는 것 아닙니까. ^^ 면접에서 매우 높은 점수 선생님 강의 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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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개편(?) 계획 공지를 보았습니다. 그동안 조정옥 선생님과 많은 분들이 수고하셨고 개인적으로는 주옥같은 사연들에 많은 도전,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운영진의 계획대로 여러분들이 함께 바톤을 이어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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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같은 경우는 청소하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값진 일인가를 설명하고 왠만하면 벌 청소는 안시키려고 하며 특히 일년에 한 두달 정도 돌아오는 화장실청소만큼은 아무나 안시킵니다. 수 년째 반드시 자원을 받습니다 고등학생들이어서 그런지 대개 동기부여만 ...  
129 대학의 관문을 앞두고... [2] 516     2003-09-03
요즘 고등학교의 고3교실은 전국 공통의 장면이 연출될 것 같습니다. 몇 해 전부터 시작된 수시모집 때문이죠. 한 사람이 세 개 대학 정도에 지원하게 되니까 담임은 거의 50개이상의 원서를 쓰는 셈이네요. 두 학교에 원서를 냈는데, 급하게 어머니가 달려오...  
128 우리반 스승의 날 행사 518     2003-05-15
출근하자 마자 희범이가 와서는 "선생님, 현모가 팔에 피가 많이 나요" 자기 팔에다 손가락으로 그으며 말했다. 순간 눈치를 채고 "보건실에 가야겠네" 하며 능청를 떠니까 "선생님이 가셔야 되요"하며 손을 끌었다. 교실과 칠판을 풍선으로 장식하고 칠판가득...  
127 의인의 열매는 생명나무라... 526     2003-09-16
부산글로빌고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 보내 주신 메일입니다. '현장일기'라고 명명하셨는데 '교단일기'라고 보면 되겠지요? 허락은 받지 않았지만 공감할 내용이 아닐까 싶어서 옮깁니다. --------------------------------------------------------------------...  
126 맹장 수술 [1] 534     2003-06-24
내가 아니고 우리반 민중이가 지난 주 맹장수술로 결석을 했다. 문병을 갔더니 할머니가 계셨다. 민중이는 가스가 나와 조금 전부터 죽을 먹기 시작한다고 했다. 조금 전 반 친구들이 9명이 몰려 왔단다. 할머니가 주시는 음료수를 마시고, 머뭇거리더니 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