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미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메일 내용입니다.

...
<아버지께서 바라보시는 곳을 나도 바라보기를 원해요.>
선생님, 지난 주 학교에서는 국가 수준 학력 평가로 몸살을 앓았지요.
특히 초등이 심했던 것 같아요. 설문 조사 결과를 보니 50% 가까이 되는 초등 선생님들께서 문제가 있었다고 답하셨지요.
좋은교사운동에서는 이에 대응하고자 지난 주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 회견을 했어요. 다녀오신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수능이 코앞에 있는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일제 고사에 대한 관심도가 한 풀 꺾인 것 같다는 말씀이셨어요. 저는 그 시간을 구별하여 기도 지원을 했어요. 기도 지원하면서 일제고사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그것은 교육 철학과 맞물려 있는 본질적 문제이기 때문이죠. <‘경쟁을 통한 선별’이냐, ‘협동을 통한 상생’이냐?>라는 두 철학 가운데 전자가 지금 한국 상황을 뒤덮고 있죠. (정사와 권세들의 힘에 의해) 맨 처음 이 문제를 접했을 때는 일제고사 자체의 가치 중립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전교조 선생님의 해직 관련 일이 터지면서 문제시되지 않을 것을 건드려 덧나게 했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면서 일제고사 자체의 가치 중립보다는 해직 교사들이 그렇게까지 저항해야 했던 뿌리에 무엇이 있는가를 보게 되었어요. 문제는 한국적 상황이에요. 어쨌든 정부의 망치에 간이 콩알만해진 교사들의 교실에서는 이 시험 대비를 위해 날마다 시험지를 푸는 것으로 시간이 때워지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 아들 동현이 학교에만 국한된 현실인가요? 아들의 처진 어깨를 일주일째 보고 있네요.
이 문제로 기도하는데 주님께서 두 가지 말씀을 주셨어요. 하나는 마태복음 5장 팔복이고, 다른 하나는 열왕기상 17장이었어요. 팔복을 묵상해 보니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진정 마음이 가난한 의로운 자들의 온전한 모습인지, 제가 학교 현장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지, 만약 지금의 권세가 칼의 질서를 허락받은 주님께 순종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와 의를 깨트리는 악한 영들에 절하는 것이라면 그리스도 예수로 말미암아 욕먹고, 박해당하고 거짓으로 우리를 거슬려 하는 모든 악한 말을 듣지 않는 것이 오히려 고통인 거죠.
파스칼의 기도가 생각나네요. '본질적인 요소에 있어서 일치를, 비본질적인 요소에 있어서 자유를, 그리고 모든 요소에 있어서 긍휼과 사랑을' 평가는 교육의 본질적 요소인가요? 그렇다면 좋은교사운동 선생님들 안에 일치된 마음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요?
열왕기상 17장을 묵상하면서 많이 부끄러웠어요. 하나님은 자신에게 불순종한 이스라엘 1대, 2대 왕과 그에 속한 권속들을 그 친족과 친구들까지 포함하여 반역자를 통하여 멸하시는 심판을 하셨어요. 그 동일한 하나님께서는 기근 중,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이방 시돈 땅 사르밧 과부의 죽은 아들을 살려 내는 긍휼을 베푸셨어요. 만약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그들의 앞날을 길고 큰 안목으로 보는 선생님들이 저항하다가 해직된 현실이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백성으로 굶주린 선지자를 선대한 사르밧 과부의 의로움이며, 그것을 어여삐 보시는 주님의 그 눈길이 하나님을 안다 하면서 그리고 매번 일정한 제사를 드리는 이스라엘 백성의 패역함을 동일하게 어여삐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주목한다면 우리는 삼가 그분을 두려워하며 무엇이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하는 것인지 생각하고 결단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선생님, 아이들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체감할 수 있는 공감의 능력과 하나님의 눈으로 이 문제를 볼 수 있는 의로움이 우리에게 있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좋은교사운동의 4가지 원칙을 다시 돌아봅시다.
1. 우리는 교사의 이권을 넘어선다.
2. 우리는 기독의 이권도 넘어선다.
3. 우리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4. 우리는 대안 없이 비판하지 않는다.
지난번 토요 중보기도 모임에서 이 문제로 기도하면서 더 확신했습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너희들의 대안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겸손하게 준비된 자세로 할 말이 있어야 된다고.... 지금 저희들이 전개하고 있는 ‘행복한수업만들기’를 통한 온전한 배움의 즐거움 회복 운동과 교육에 소외되어 뒤처진 학습 부진아 돌아보기, 그리고 교실 혁명을 위해 서로의 수업을 공개하고 수업을 연구하는 교사들의 배움의 공동체 움직임이 대안이 될 수 있도록 더 매진하고 더 헌신해야 한다는 것을....
아울러 이 모든 깨어진 관계에서 출발하는 병든 모습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우리 기독 교사들이 입을 벌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전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주님의 나라는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작년 일제 고사 관련 전교조 교사들이 해직되었을 당시 저희 행복한 수업 만들기 초등 모임에서 나누었던 토론 중 일부를 올려 드립니다. 그럼, 평안을 기도합니다.  
...
"우리가 육체에 있어 행하나 육체대로 싸우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싸우는 병기는 육체에 속한 것이 아니요 오직 하나님 앞에서 견고한 진을 파하는 강력이라 모든 이론을 파하며 하나님 아는 것을 대적하여 높아진 것을 다 파하고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에게 복종케 하니"(고후10:3-5)

파면된 교사들은 복직될 것입니다. 그 기간 동안 우리 모두가 일제고사와 경쟁 위주의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운동을 벌여 주면 참 좋겠습니다. 작은 움직임이라도 참교육이 일어나는 교실이 늘어날 때 사람들은 거기서 희망을 발견할 것입니다. 그랬을 때 악하게 사용되었던 ‘시범 케이스’가 선하게 회복될 것입니다. <정인영 선생님>
평가의 영향력은 지대합니다. 깨달음의 자유를 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반면 평생 억압시키는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5지선다형의 국수사과영 과목에 국한된 시험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제 고사를 국가가 강제로 시행할 때 시험의 질에 대한 비판력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교사가 되도록 준비해야겠습니다. <손주희 선생님>
시험을 통해 교육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교사의 전문성이나 교사 자체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경쟁은 교사를 시험 성적을 올리는 문제 풀이로 몰아갈 것입니다. 이는 열정적이며 전문성을 갖춘 교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며 교사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교사는 전문가입니다. 전문가에게는 전문성에 걸맞은 자율성 또한 꼭 필요한 것입니다. <구형규 선생님>
저는 이 토론 내내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왜 모든 아이들이 국가가 정한 일정한 표준 지식에 일시에 다 도달해야 되는 거죠? 만약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왜 예체능 과목에 대한 평가는 도외시되어야 하는 건가요? 어떤 아이들은 국가가 정한 시험에 미달되었다고 해도 그들의 다른 면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일제고사의 평가 결과가 공개되면 지금 명분으로 내세우는 부진아 지도 대책을 수립하는 데 초점이 모아지기보다는 미달된 또는 부족한 성적을 갖게 된 학생, 그를 지도한 교사, 그가 속한 학교가 문제시되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요? 과연 지금 우리나라가 부족한 성적을 가진 아이를 문제아로 취급하지 않고 온전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교육적 여건이 성숙해 있나요? 현 사태의 문제는 국가 주도 정책에 융통성이 없이 그리고 여론 형성을 통한 소통이라는 밑거름 없이 일방적으로 달려가 일탈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희선 선생님>
한 국가의 정체성은 도덕성으로부터 내용을 얻고, 그 도덕성은 신앙으로부터 그 내용을 얻는다는 타임지 기자의 글이 생각납니다. 이 사건을 단순히 국가 정책에 반하여 행동한 교사에 대한 징계라는 차원으로만 해석한다면 이 사건의 흐름을 관통하는 교육의 본질적인 핵심 문제를 도외시하는 우를 범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평가를 통해 얻고자 하는 교육의 목적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핀란드에서 궁극적 학력 형성의 목표를 세울 때,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난 다음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출애굽기에 보면 모세가 바로를 만나 이스라엘 백성의 해방을 요구했을 때, 바로는 더한 억압으로 백성들을 핍박했습니다. 그때 백성들 중 패장들이 모세와 아론을 만나 건넨 외침이 귀에 쟁쟁합니다. '당신들 때문에 우리가 더 고생을 하고 있다. 당신들은 그들에게 우리를 죽이도록 손에 칼자루를 쥐어 준 거나 다름없다.' 결론은 자유를 얻기 위해 지불해야 할 대가가 크다면 자유를 포기하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겠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공통 관심사는 하나님의 관심사에 있습니다. 그것은 교육의 최대 수혜자가 되어야 할 학생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명문고에 진학하여 장래가 촉망되는 아이이든 일그러진 인생으로 소년원에 있는 아이이든 할 것 없이 우리는 모두를 어우르고 가야  합니다.  < 서혜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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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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