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교사만이 아니라 직업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중요한 정신적인
배경을 들라면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교사에게는 더더욱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소중하며 가치있는 일이다. 나는 그런
가치있는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 (더 나아가 기독교사들에게 이 자부심은 바로  '소명'이라는 말로 설명되겠지요.)

저는 작금의 근평제도와 승진제도가 바뀌어야 되는 이유로 이 제도들이 교사들의 '자부심'을 짓밟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의 투명하지 못한 근평, 승진제도 아래서 제가 만나온 많은 선배 교사들이 관리직에 올라가신 분들을 존경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들이 교육자로서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결과로 저러한 자리에까지 올라갔다고 보는 관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평교사로서의 일함에 대해 나이가 들면 아쉬울 테니 나 같은 평교사로 50대를 맞지 않도록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대부분의 선배교사들이 제게 들려주신 말씀이었습니다.
그분들은 평교사로 일하는 자신에 대해 자괴감을 갖고 계셨습니다.

파커팔머는 '가르칠 수 있는 용기'에서 "교사는 자기 자신으로 가르친다"(we teach who we are)라고 하였습니다.

교사가 자기 자신에 대해 자괴감을 갖고 학생들 앞에 서게 하는 현장, 그러면서 관리직에 올라간 이를 경멸하는 현장, 부족한 실력에도 관리자가 되어 부하직원들에게 고통을 주는 이들...
현장교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탁상공론에서 나온 교육과정, 교육정책, 입시정책으로 교사들의 마음과 학교를 황폐화 시켜온 교육부, 성추행한 교사를 다시 복직시키는 현장, 동료교사를 폭행하는 교사, 수업시간에 자습만 시키는 교사, 이런 부적격 교사들을 어떻게 통제할 수 없는 우리의 학교 현실, 그런 현실 앞에서 무기력하기만한 우리의 모습이교사들로 하여금 더더욱 자괴감에 빠지게 해왔습니다.

스스로를 가치없는 대단치 않은 일을 하고 있는 자, 현실의 문제와 아픔에 대해 무기력하기만한 자라고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는 교사에게서 과연 학생들이 배울 것이 무엇일까요?

교원평가제도가 제대로 되고 안되고의 잣대를 들라면 저는 단연
그 제도를 시행하고 난 후에 교사들의 마음에 '자부심'이 생겼는가?
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부적격교사를 걸러내고의 문제가 아니라
교사들의 마음 가운데 죽어있던 교사로서의 '자부심'을 되살리는데에까지 나아가지 않으면 교원평가제도는 또다른 자괴감을 갖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제 좋은교사운동에서 발표한 선언문을 보면서 착찹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동료교사들로부터 우리는 이제 '어용단체'라는 비난을 덮어써야 되는 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허나 선언문에 나와있듯이 이 나라의 학부모들의 분노와 변화에 대한 열망이 극에 달해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늦었지만 교사들이 뭔가 움직여야 한다는 절박한 호소가 제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좁은 소견의 제가 봐도 부족한 점이 많은 정부의 교원평가안입니다.
잘못된 근평제도와 승진제도에서 비롯된 문제는 그대로 덮어두고
또다른 평가제도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너무나 모순되기에
선언문을 읽고 나서 이게 우리가 할 말이 맞나 하는 의구심과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과연 학교는 어떻게 될까? 우리의 순수한 마음 그대로가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받아들여질지? 교원평가안을 악용하여 학부모, 학생들이
교사들의 유일한 자존심인 교권마저 짓밟게 되는 일이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나게 될지? 자의적인 잣대로 양심적인 교육행위를 비난할 뿐 아니라 그런 양심적인 교육자들의 마음에 상처를 안기는 일 또한 얼마나 자주 일어날지?

그러나 현 승진제도 개혁과 근평폐지에 대해 학부모들이 나서 줄 것을 호소하는 부분에서 공감이 갔습니다. 정부안을 수용하되 비판적으로 수용한다는 좋은교사운동의 입장에 대해 당장의 결과와 변화보다 조금 더 멀리 내다본 차원 높은 결단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려합니다.

아마도 적지않은 혼돈의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정말, 깨어 기도함으로 일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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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05.05.07
23:46:24 (*.149.2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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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

2005.05.09
18:57:30
(*.43.19.240)
동감합니다. 정치적인 것을 떠나 아이들을 사랑하고 교육적 가치를 우선한다는 전제에서 교원평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하는 두려움이 있네요. 고1 내신 등급제 반대 등 여러가지 교육문제로 인해 마음이 아픈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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