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 일인데, 걸어온 길이 오래되고, 그 길에 사람들이 오르지 않은 채, 흘러간 레코드 판 노랫가락처럼 이미 내 마음도 흥분시키지 못할 무료한 곡조로 이 길이, 이 길을 오르던 마음이, 그리고 그 마음으로 외치던 소리가 빛바래진 것으로 인식될 때가 있다.

선이 뚜렷한 일, 명분이 뚜렷한 일이었는데, 너무 넓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아니, 우리가 붙들었던 그것이 과연 세상을 바꿀까 하는 생각이 불안하게 내 마음을 스치고 갈 때, 그 스산함은 괴로운 일이다.

상상만 하던 시절, 꿈만 꾸던 시절은 행복하다. 그러나 꿈이 조금 이루어지고 그 대신 갈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새벽을 깨우겠다고 나선 길, 생의 모든 것을 걸고 나선 길 위에서 길을 잃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이 가끔씩 찾아올 때, 그 불안함은 괴로운 일이다.

언제, 이 운동이 뿌리를 내려, 이땅 기독교사들이 이 운동을 통해 꿈꾸고 열망하던 세상이 이루어졌음을 인해 환호할 수 있을까? 아니, 그게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해야 내가 몇사람이 붙잡았던 꿈이 단순히 몇사람의 꿈이 아니라 나의 꿈으로 붙잡으면서, 현실적으로는 도무지 미덥지 않은 전망이라도 그것에 자신의 생애를 걸 수 있을까?

어제 만났던 내 친구, 전국국어교사모임 대표, 김주환... "뜻이 있으면 맨땅에 헤딩할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의 자신감, 그의 그 확신, 자신이 십수년간 꿈꾸어 오던 것을 다 이룬 후-그 댓가로 머리숱이 많이 없어졌지만- 자신의 삶으로 그 말을 입증해 낼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오후, 좋은교사운동을 생각해 본다. 걸어왔던 길, 가야할 길, 그리고 서있는 이 자리... 아침에 기도할 때, 앞에서 일하는 몇 사람 때문에 얼마의 회비를 내고  그러나 함께 운동의 험한 길로 나서지 않는 무력한 운동이 될까봐 기도했다.

세상을 변화시킬 전망에 모두가 열광하고, 생업의 고단함을 잊고 광장을 쏟아져 나와 새로운 세상을 위해서라면 가진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그런 타는 목마름으로, 우리가 함께 하는 운동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 바램, 바램...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빠져나온 어둠의 터널인데... 길 위에서 길을 잃어서는 안되지. 그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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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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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미

2005.03.22
21:59:28
(*.243.48.163)
길 위에서 길을 잃지 않기를... 항상 기도하고 마음을 잡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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