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안녕하세요 호창이에요 잘지네셨져
그리고 이건 내가 보네는 글이에요
선생님 사랑해요
져이들은 이줄동안 선생님에게 편지를 쓰고 있써요
저이는 다 커가고 있써요
그리고 재가 내일 선생님이 오시면 재가 선물을 들일게요 멌진 선물 말이에요
그런데 저는 이때까지 선생님은 조운 선생님이였지요 정말 조운 선생님이에요
양지안 선생님에게

어제 저녁, 남편에게서 이 편지를 받아들고 행복해서 미칠(?)뻔 했습니다
(과격한 표현, 죄송...*^^*. 참고로 남편은 지금, 제가 있던 학교에서 기간제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호창이는 작년에 제가 1학년을 맡으면서 참 많이 힘들였던 아이들 중의 하나입니다
어릴때 머리를 다쳐서 지능도 좀 낮고 눈도 조금 사시가 된 아이...
글도 하나도 모르고 수 세는 것도 힘들어서(50까지도 못세는...) 매일 남아서 나머지 공부를 했던 아이.
남들이 받아쓰기 10문제 할때, 개나리, 미나리같은 쉬운 문제로 따로 시험을 봐야 했던 아이.
그래도, 3문제 맞다고 "야~ 호창이 다 맞네~~"칭찬해 주면 그렇게도 좋아하던 아이.
남보다 느려서 친구들에게 타박도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꾀부리지 않고, 똘망똘망 눈초리로 날 바라보며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던 아이였습니다
호창이에게 한글을 채 다 못 가르치고 2학년에 올려보낸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었는데
그 호창이가 이젠 이렇게 멋진(!) 편지도 쓸줄 아는 2학년이 되었습니다
바울이 심고, 아볼로가 물을 주고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셨듯이...
그리 큰 힘이 든건 아니었기에 부끄러운 마음도 들지만 하나님께서 호창이를 자라게 하심을 봅니다

스승이 아닌 자리에서 맞았던 스승의 날은, 작년 재작년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한켠 물러서서 바라본 교사라는 자리는, 그리 화려하지도 명예롭지도 부티나지도(?)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언론에서, 사석에서 씹히고 채이는 불쌍한 화젯거리가 5월의 교사이더군요
가끔은 내가, 꼭, 교사가 되어야만 했을까 하고 의심하기도 하지만
이런 순간에는 제가 교사인 것이 한없이 다행스럽고 감사하기만 합니다
막상 아이들 속에 파묻히면 또 제 성질에 못이겨(??) 아이들을 닦달하겠지만
지금은... 빨리 2학기가 되어 아이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선생님은 조운 선생님이였지요'라는 말에 부끄럽지 않을, 그런 좋은교사의 모습으로.
조회 수 :
436
등록일 :
2002.05.16
20:46:53 (*.229.48.254)
엮인글 :
http://www.tcf.or.kr/xe/freeboard/101161/6a4/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01161

손혜진

2001.11.30
00:00:00
(*.114.192.18)
정말 행복하시겠네요... [05/21-09:4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2118 수련회 준비 상황 & 긴급 기도제목 [1] 준비팀 2001-12-24 434
2117 주번, 고난의 주간 그리고 가정방문 [1] 박은철 2002-03-25 434
2116 고난은 하나님의 사랑이시라. 최문식 2002-09-05 434
2115 당신도 선생이야? [3] 송인수 2003-12-15 434
2114 서울 게시판의 자료실은?? [1] 일향 2004-09-15 434
2113 오늘 기도하실 것들- 단 1분씩이라도... [2] 강영희 2006-06-16 434
2112 Re..개인적인 질문 나희철 2001-12-05 435
2111 Re..윤선하부부에 사죄하며 [4] 박은철 2002-02-23 435
2110 선생님! 학교에서는 neis를 하고 있나요? [4] 이장미 2003-03-19 435
2109 수학여행(도와주세요.) [4] 노현정 2003-04-24 435
2108 관리자님께 [1] 이정미 2006-08-08 435
2107 [토론방 개설] 일제고사 관련 해직교사 문제에 대한 [1] 노규호 2008-12-18 435
2106 글은 열정, 리플은 사랑 [5] 김정태 2009-01-23 435
2105 준비팀 이야기(7) 홍주영 2001-12-24 436
2104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한희선 2002-03-04 436
» 나를 행복하게 하는 편지 한 통 [1] 양지안 2002-05-16 436
2102 그 날 [1] 홍주영 2002-06-24 436
2101 성령이 내마음을 만지시네 최문식 2002-08-27 436
2100 포기할수 없는 이유 [7] 강영희 2003-02-09 436
2099 특수분야(창조과학) 교원연수 file 창조과학회 대전지부 2003-07-08 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