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님들께!

어느덧 아이들이 6학년으로 올라갈 때가 되었습니다.
1학기 때도 그랬지만, 마무리하는 자리에 서서 돌아보노라면 마음만큼 아이들에게 성실하지 못했던 것이 늘 마음에 걸리고 아쉽네요. 말만 앞서는 선생님으로 보내오지 않았나 하는 제 부족하고 한결같지 못했던 모습에... 그래도 그나마 모나고 또는 어우웠던 몇 몇 아이들의 좋게 변한 모습과 남·여 아이들이 서로 말뚝박기를 같이 할만큼 아이들간에 서로 친해진 모습, 1학기 평가 결과에 비해 전반적으로 아이들 성적이 많이 오른 평가 결과와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도 시험 공부에 열중하던 달라진 반 모습을 보며 스스로 위안과 감사함을 갖네요.

편애하지 않는 선생님이 되겠다고 했으면서도 솔직히 몇 몇 아이들에게 관심을 더 썼네요. 인성적으로 염려되던 아이들에게, 그리고 관심 써주며 채찍질해 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이들에게... 그러다 보니 인성적으로 좀 괜찮다 싶은 아이들은, 공부를 잘 하거나 아니면 한 동안 관심 갖고 지도해도 따라오지 않는 아이들은 그저 바라만 보며 지내왔네요. 그래서 간혹 제게 섭섭함 갖거나 실망 갖을 아이들이, 부모님이 훨 더 많으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아이들에게, 그리고 그 학부모님들에게 죄송함을 전합니다. 늘 안타까우면서도 늘 어쩔 수 없는 제 한계이더군요. 제가 좀더 제 삶을, 안락함을 아이들을 위해 포기하면 될텐데... 그런 생각을 합니다. "총각인 지금 이런데, 내가 가정을 갖으면 어떻게 될까?" 내년에 어떤 아이들을 만날 지 모르겠지만 올해 보단 좀더 나은 선생님의 모습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아이들에 따라 여전히 부진한 아이들도 있지만, 그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과 함게 5학년 동안 고생했습니다. 그러니 넘 야단치지는 마세요. 제게 많이 시달렸으니까요. 그저 수고했다고, 그리고 향상된 아이들은 더 많이 칭찬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추운 겨울이네요. 이 겨울,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알차게 보내도록 지도 부탁 드립니다. 6학년을 올라가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꾸준한 공부 습관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많은 계획보다는 가장 중요한 2∼3가지 목표를 세우고 집중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십시요. 그래서 방학이 끝났을 때 한 가지라도 이룬 방학이 될 수 있도록...

제 이야기가 길지요. 저를 아는 사람들이 간혹 그럽니다. 하나님 안에서 변화되더니, 선생님 되더니 과묵한 사람이 말이 많아졌다고... 아이들과 관계해서는 그렇게 말을 더, 더 하고 싶네요. 부모님들도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감정 표현을 많이 하세요.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때에도 사랑에서 기인하는 것임을 아이가 느낄 수 있게 표현하시며 마무리 하시고요.

아이들을 대하며 그런 점이 안타까웠답니다. 전 아이들에게 종종 말로나 또는 느낌으로 전하려고 애 쓰곤 합니다. 남이 뭐라하는 것과 관계없이, 네 언행과 모난 모습과 상관없이 소중한 존재라는 걸,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선생님의 소중한 제자라는 것... 그래서 간혹 어떤 아이들에겐 간혹 개인적으로 부탁을 하곤 합니다. "... 그런 너와 좋은 만남을 이루어 가고 싶단다... 선생님을 도와 주겠니?" 그래서 주위 선생님들이, 다른 학년 아이들이 제게 갖는 순한 이미지와 달리 교실 바닥에 우는 아이를 한 시간이나 내버려 두고, 지쳐서 더 울지 못할 때에서야... 또는 눈물 아랑곳하지 않고 손가락이 멍이 들게 때리며 야단을 쳤어도... 아이들이 저에 대해 반감이나 부정적인 교사의 이미지는 그리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좋은 관계 맺게 해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리곤 합니다.

아이들이 부모님과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아이들의 어두운 면을 대하곤 합니다. 부모님이 사랑하시는데... 얘들 중에는 죽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한다는 얘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마다 나름대로 그늘진 곳을 갖고 있고요. 가르침과 지혜, 훈계를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것이 아이들이라 아이들에게 다 맞출순 없겠지만, 난 부모님이 무척 사랑하는 존재라는 걸 아이들이 늘 마음에 갖고 살아갈 수 있게 어떤 식으로든 늘 표현해 주세요. 그것이 아이들의 인생길을 다르게 하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들은 다 하나같이 자식을 사랑하시지만요. 그리고 그것이 아이들로 하여금 곁길로 빠지지 않고 자신과 자신의 인생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게 하는 것임을 보아오곤 했습니다. 저야 물론 늘 함께 할 수 없는 저나 부모님과 달리 늘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아이들이 아는 것이 가장 확실한 것임을 믿으며 그리 늘 기도하지만...

저에게 이토록 아름다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이 아이들을 낳으시고 곱게 길러주신 학부모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이 세상에 존재하도록 허락하시며 만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아이들과 아이들의 삶 속에 드리워지는 하나님의 은혜를 소망하며 이만...

2001. 12. 17.
나그네 인생길에 아이들의 선생님으로 만난 이 드림.
조회 수 :
491
등록일 :
2001.12.17
13:48:01 (*.185.161.253)
엮인글 :
http://www.tcf.or.kr/xe/freeboard/100239/d45/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00239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비추천 수 날짜sort
3098 Re..교원정년의 이면.. 545     2001-11-22
선생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이번의 1년 연장으로 혜택을 보는 교원은 모두 1500여명이라고 하는데 이 중에서 실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는 불과 300여명일 뿐이고 나머지는 교장, 교감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정말 생각 있는 교장, 교감이라면 어린...  
3097 항상 감사하기 [3] 654     2001-11-22
제가 쓴 글은 아니구요.... 시가 너무 좋아 옮겨 봅니다. ------------------------------------------------------- -------------------------------------------------------  
3096 어제 이후 오늘.. [1] 535     2001-11-23
타는 듯한 마음으로 인해서 어제는 입 안에 쓴 물이 가득했었습니다. 황폐한 교육.. 이라는 말.. 찬양 가사의 한 부분으로만 인식했었습니다. 흔들리는 아이들 무너진 교육.. 너무 익숙한 표현이어서.. 절실하게 기도하지 못했었고 내가 그정도로만 인식했기 ...  
3095 아내에게 사과하기. 654     2001-11-23
겨울철이 되면 나는 몸이 여름철만 못함을 느낍니다.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았음에도 11월 중순에 들어오니 몸에 신호가 왔습니다. 그래서 두번이나 병원에 갔습니다. 심한 시기는 간신히 넘기고 이제는 다 낫지는 않았으되 소강 상태를 겨우 유지하고 있습니다....  
3094 내등에 짐이.. [1] 560     2001-11-23
내 등의 짐이 없었다면 나는 세상을 바로 살지 못했을 것입니다. 내 등에 있는 짐 때문에 늘 조심하며 바르고 성실하게 살아왔습니다. 이제보니 내 등의 짐은 나를 바르게 살도록 한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내 등의 짐이 없었다면 나는 사랑을 몰랐을 것입니다....  
3093 약속의 땅 앞에서 죽어야 했던 모세... 602     2001-11-23
전에 무슨 말씀을 보며 무엇을 묵상했던가를 보곤 하는데 같이 나누면 좋을 것 같아서... 전에 말씀 묵상을 하며 종종 일기에 정리했던 것을 "큐티나눔"란에 연재?할까 합니다. 요샌 일기를 쓰지 않기에 근래 묵상한 것을 잘 정리한 게 없어서 당분간은 오래전...  
3092 Re..선생님....멋지십니다. 570     2001-11-24
선생님....... 정말 멋지십니다.  
3091 자꾸 눈물이 나네요. 1317     2001-11-24
Name Subject 자꾸 눈물이 나네요. 1, 2교시가 교담시간이라 아이들 없는 교실에서 기도 부탁하러 들어와 글을 쓰려하니 자꾸 눈물이 나네요. 아침에 하림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일 때문에 직접 인사드리지 못하는 것을 무척 죄송스러워하며 하림이...  
3090 다들 울고 있습니다. 582     2001-11-24
Name 나희철 Subject 다들 울고 있습니다. 청소를 끝내고... 반 아이들과 함께 하림이에게 축복송을 불러주었습니다. "애들아, 하림이 위해서 축복송 불러주자. 수화로 하지 말고 그냥 하림이 향해 손 펼치고 " "애들아, 울지 말고 잘 불러야지. 너희가 축복송...  
3089 Re..아내에게 사과하기. 605     2001-11-25
선생님 멋지세요. 한 동안 저도 tcf에 많이 나가지 못했었는 데, 선생님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저 아직 여름 수련회 때 사진값을 못드렸어요. 사진이 굉장히 늦게 도착했는 데, 아니면 학교 교무실에서 몇 주씩 묶었다가 제게 왔는지도 모르지요. 선생님을 ...  
3088 (Sample)'좋은 교사' 저널로 학급활동하기... file 903     2001-11-27
 
3087 아빠가 차린 밥상 787     2001-11-29
지난 월요일 서울에서 아버지께서 내려오셨습니다. 쓸데없이..늘 저녁에 뭔가 일이 있는 저는^^; 아버지가 오셨어도 제대로 식사도 못 챙겨드렸습니다. 특별히 이번주는 연 4일 정도 제 생활 리듬이 파괴되는 일이 많았기에 (유쾌한 일탈..*^^*) 피로가 누적이...  
3086 "다들 울고 있습니다." 뒷 이야기 542     2001-11-29
저희 반 아이도 어제 전학을 갔습니다. 천주교인 아이였는데... 저를 참 잘 따르던 아이였습니다. 저도 이제 이슬이를 위해서 기도해야겠습니다. 어디서든 하나님의 복음을 듣고, 기도하는 아이로 자라기를 말입니다. 선생님의 기도가 이미 응답되었음을 믿습...  
3085 겨울 수련회 456     2001-11-29
TCF 활동을 한 적도 없고, 모임에 가 본 적도 한 번 없는데 수련회를 가도 괜찮을까 모르겠네요. 가야 할 것 같긴 한데 ,필요한 것 같긴 한데... 몇 년동안 교회 수련회 외에는 안 가서 두렵네요... 또 수련회 장소까지는 개인적으로 찾아 가야하는 건가요? 혼...  
3084 Re..겨울 수련회 495     2001-11-29
안녕하세요? 저는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있는 전형일이라고 합니다. 전북 TCF를 섬기고 있고 전북대 ivf 학사이기도 하지요. 수련회를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건 정말 귀한 일입니다. 주저하지 마시고 수련회에 오십시오. 지금 계신 곳이 어디신지 알려 주시면 ...  
3083 수련회 팜플렛을 받았습니다. 513     2001-11-29
방금 대구 지방에서 보내주신 팜플렛을 받았습니다. 기도제목까지 만들어 보내주셨어요. 우와~ 깔끔하고 세련되게 잘 만들어 주셨더군요. 애쓰신 흔적이 눈에 보입니다. 지역 모임에서 선생님들에게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수고하신 대구의 선생님들께 감사드립...  
3082 Re..겨울 수련회 [2] 691     2001-11-29
저는 지금 서울 방화중학교에 있습니다. 작년에 합격은 했지만, 올해 발령이 나서 새내기 교사입니다. TCF 가 있는 것도 훨씬 오래전에 알았지만 활동을 못했네요. 올해 여러가지 힘든 일이 많이 있었습니다. 수련회 가서 많이 해결하고 왔으면 좋겠네요. 사실...  
3081 긴급 sos!! 기도제목(부산에서) [2] 771     2001-11-29
28일 심은희 선생님 어머님께서 쓰러지셨습니다. 어제 1차수술은 끝났으나 오늘 1시 6시간이나 걸리는 2차수술에 들어가셨습니다. 저도 메일로 받아 이것밖에 알수 없습니다. 기도해주시길 바랍니다. 그 메일 내용을 여기에 띄웁니다. 오늘 아침 심은희 쌤 어...  
3080 Re..기도에 감사드립니다. [3] 584     2001-11-29
어머니께서 28일날 아침에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셨습니다. ..... 29일 저녁 8시경에 수술을 끝내고 중환자실에 계십니다. 수술은 잘 끝났는데 상태는 과히 좋은 편은 아닙니다. 의식은 2주 정도 지나봐야 안다고 합니다. 늘 믿음과 기도의 본이 되시고 건강...  
3079 Re..빠른 회목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454     2001-11-29
지난 여름 수련회때 남은 짐을 가지고 부산대 부근의 전철역에서 심은희 선생님의 부모님을 뵌 적이 있었습니다. 참으로 좋은 모습에 건강하게 보였었는데...... 빠른 회복과 하나님의 귀한 손길의 역사가 나타나기를 기도합니다. 류주욱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