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학교를 다녀와서

 

 기독교사로서 선한일을 함께 품은 이들과 함께 충청남도 홍성군 홍동면에 자리잡은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에 견학을 갔다. 줄여서 풀무학교라고 하는데, 이 풀무학교는 자연에 기대어 사는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참교육을 실현하는 학교로 4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고 있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반갑게 우리들을 맞이해 주시고 난 후, 교장선생님이 일하시는 집무실로 우리를 안내 하였다. 그리고 교장선생님께서 풀무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교장선생님께서는 “한사람, 한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배울 수 있게 각자의 다양한 소질과 능력의 발전을 돕고 그들이 창조적 힘을 발휘하며 대화와 인격적 만남을 할 수 있게 학교 규모를 작게 한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풀무학교의 한 학년 정원은 25명이다. 큰 학교의 권위와 지위를 동경하는 우리 시대의 교육이 보고 느껴야 하는 가치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크고 거대한 것에 강박적으로 집착하고 있다. 하지만 풀무학교는 달랐다. 작은학교를 지향하면서 한명의 학생에 집중할 수 있으니 말이다.

 

 풀무학교의 교육과정을 보면 말씀에 겸손하고 인간을 존중하며 생명을 사랑하는 것을 인간형성의 기본내용으로 성서를 포함한 교양과 보통과목, 실업과목 등 전인교육 과정을 두고 있었다. 그리고 학생자치활동인 학우회와 학생의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는 동아리 활동이 활발한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동아리방들이 있었고, 학교를 탐방하면서 학생들의 여러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본관에는 “더불어 사는 평민”이라는 교훈이 벽에 걸려져 있다. 이웃과 더불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평민을 기르는 더불어 사는 교육, 엘리트가 아니라 누구나 타고난 자기를 실현하는 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풀무학교의 철학이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정승관교장선생님은 “자연과 사람의 관계가 훼손된 세상을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교육의 과제”며 “왜곡된 인간관계를 정상화시키는게 ”평화“로 나타난다고 말씀하셨다. 풀무학교에서는 "일만 하면 소가 되고, 공부만 하면 도깨비가 된다"는 말을 들었다. 일과 공부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창립자이신 이찬갑, 주옥로 선생님의 정신을 따라서 풀무학교 학생들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아 보였다. 풀무학교 도서관에 들어가보니, 학생들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모든 교과에서 책 읽기를 통한 지도를 지향하는 등 독서 지도를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교 행사에 모든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한다고 한다. 전교생이 83명인 작은 학교이기에 가능해 보였다. 소소한 문제 하나까지 학생들이 직접 결정하는 과정에서 풀무학교의 아이들은 '대화하고 토론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심지어는 학교에 있는 에어컨을 켜고 끄는 문제까지도 학생들이 정한 규칙에 의해 정해졌다. 그래서 우리는 교장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내내 더위를 참아야 했다. 그 만큼 학교 운영까지도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된다는 것에 놀라웠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에, 교장선생님께서는 학교를 ”학생들에게 돌려주면 된다고“말씀 하셨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 스스로가 주인이기 때문에 자신의 일처럼, 자신의 것처럼 학교의 것들을 다룬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학생들이 스스로 주인된 의식으로 학교를 아름답게 세워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것 같다.

 

 과거에는 대안학교를 소위 문제 아이들,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적응 학생들이 가는 학교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식적으로 ‘대안학교는 부적응아를 위한 특수학교가 아니라, 풀무학교 처럼 교육의 다양성이란 맥락에서 개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새로운 학교’로 재평가되고 있다. 기독교 대안학교에 대한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기독교대안들이 현행법 상 ‘학교’로 인정받지 못하여 교육청의 지원 하에 있지 못한 현실이다. 이는 제도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기독교 대안교육의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풀무학교가 기독교 학교가 나가야 할 철학과 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토기장이 학교 교사 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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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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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욱

2011.07.23
08:28:35
(*.43.82.134)

정진우쌤 풀무학교 방문기 잘 읽었습니다. 그날 교장쌤이 하신 이야기들이 새록 새록 기억이 되살아나네요. 고생하셨네요^^

정진우

2011.07.26
11:30:42
(*.116.66.68)

네 감사합니다^^ 고생보다는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형순

2011.07.23
09:28:59
(*.148.63.131)

근영이 담임선생님, 드디어 이 곳에 족적을 남기셨군요.

저보다 토기장이학교 선생님들에게 필요하셔서 가게 하셨네요. ^^

TCF에서 함께 하니 반갑고, 귀한 탐방기 잘 읽었어요.

정진우

2011.07.26
11:31:34
(*.116.66.68)

이렇게 반겨 주시니, 앞으로 믿음의 흔적을 더 많이 남겨야 겠네요^^

민들레

2011.07.26
17:53:35
(*.115.142.2)

참으로 정리를 잘해 주셨네요 놀라워라... 토기장이학교 선생님들도 힘겹지만 소중한 길 걸어가고 계시죠^^? 그곳에 다녀와야 저도 생각을 참 많이 하고있습니다...아직도 곳곳의 모습이 눈에 선하구요... 암튼, 값진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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