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반 교직생활 가운데, 평교사로서 정년퇴직 또는 명예퇴직하는 선배 선생님들 중 교장선생님이 나서서 그 분들의 퇴직을 기념하고 챙겨드리는 경우를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교장으로 퇴직하시는 분들은 사모님, 자녀들, 사위 며느리, 지인들, 학생, 학부모 지역유지까지 모인 곳에서 멋진 뷔페를 차려놓고 훈장을 목에 걸고 성대한 퇴임식을 치르시는 모습은 여러번 보았습니다.

평생 평교사로 사신 것이 무능의 결과인 것 처럼 여겨지는 사회의 분위기가 너무 가슴 아픕니다.

교실에서도 1등만 기억하는 학교 분위기에 패배주의에 물들어 사는 학생들을 늘 보는데, 선발되고 선발된 교사 공동체에서 조차, 평생 학생들을 위해 헌신한 선생님은 평교사이면 그냥 날짜되면 쓸쓸이 퇴장하시는 모습에 가슴이 아픕니다.

우리 tcf에서라도 우리 공동체에 속한 분이 퇴직을 하시면 우리가 그분의 교직생활을 기리고, 평교사로서 걸어오신 길을 돌아보면서 축하하는, 그리고 세워드리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혼자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래의 글은 오늘 어느 일간지에 실린 글을 옮겨 보았습니다.

2005년 8월9일, 일본과 미국에서 16년간 통산 381세이브를 달성한 당대 일본 최고 마무리 사사키 가즈히로(40·전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의 은퇴 경기가 마련됐다. 고교 때부터 절친한 친구이자 평생 라이벌로 지내온 강타자 기요하라 가즈히로(당시 요미우리 자이언츠) 한 타자만을 상대로 사사키가 마운드에 올랐다. 볼카운트 2-1, 사사키는 그의 전매특허였던 포크볼을 던졌다. 위력없이 떨어지는 공. 벌써 한바탕 눈물을 쏟고 타석에 들어선 기요하라는 헛방망이를 돌렸다. 그리고 마운드로 걸어가 “세계 최고의 포크볼이 와서 때릴 수 없었다”며 사사키의 손을 잡고 다시 한번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지난 8일 국내에서 17년간 선수생활을 했던 위대한 선수 한명이 떠났다. 정민태. 쓸쓸하기 짝이 없는 은퇴였다. 하루 전 조범현 기아 감독이 1군 복귀를 통보하자 “중간 계투로 후배들의 기회를 뺏고 싶지 않다”며 은퇴를 택했다. 김조호 단장까지 나서 “더 뛸 수 있다”며 만류했지만 그를 막을 수 없었다. 그는 프로야구 국내 선수 가운데 1999년 이후 맥이 끊긴 ‘마지막 20승 투수’였다. 통산 124승(96패), 한국시리즈 제패 4회,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2회 등…. 하지만 팬들은 한국 프로야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그의 마지막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정민태는 “우리(연봉 77.5% 삭감 제안)에선 은퇴식을 기대할 수 없었다”고 했다. 기아 쪽은 “한국 야구에서 정민태의 존재감을 알고 있다”면서도 소속 선수로 한 경기밖에 뛰지 않은 선수를 위해 은퇴 경기를 마련할 수 없었다.

일부에선 “은퇴 시기를 놓쳤다”고 했지만 그는 재기에 도전하기 위해 14년간 입었던 현대(현 우리) 유니폼을 갈아입으면서까지 자신의 ‘100%’를 쏟아냈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선수 요기 베라는 “전반에 쏟아낸 100%로 충분치 않으면 후반전에 나머지를 쏟아야 된다”고 했다. “이젠 후배들을 돕고 싶습니다.” 정민태, 그가 끝나지 않는 야구 인생 2라운드를 시작했다.


2008년 7월 11일 한겨례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


조회 수 :
563
추천 수 :
7 / 0
등록일 :
2008.07.11
15:07:27 (*.131.166.2)
엮인글 :
http://www.tcf.or.kr/xe/freeboard/107777/235/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07777

김정태

2008.07.11
15:43:43
(*.242.29.147)
그래요... 우리 평교사로 은퇴하시는 분들, 꼭 은퇴식 챙겨 드립시다. 정민태 선수 90년 후반에서 2000년 초반까지 한국야구계의 전설인데 한때 제 2의 선동렬이란 별명까지 얻었던 선수인데... 은퇴식 없는 그의 퇴장에 충격 받았습니다.

이형순

2008.07.11
15:59:17
(*.250.184.146)
글이 가슴에 와 닿는군요...
주님께선 이렇게 평가하지 않으실텐데....

류주욱

2008.07.12
14:26:28
(*.37.122.94)
여러가지 생각을 갖게합니다.
살아온 삶에 대한 긍정적 자세를 견지할 수 있도록 저를 더욱 세워가야겠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비추천 수sort 날짜
938 송인수입니다... 참 오랜만입니다... [7] 690     2008-07-01
오랜 만에 tcf 게시판에 글을 올립니다. 후덥지근한 화요일입니다. 그래도 저는 어제 시청앞 광장에서 있었던 천주교정의구현 사제단의 감동적인 미사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참된 종교의 역할... 역사의 가장 어둠이 깊고 사람들이 절망할 때 한줄기 빛...  
937 새로운 홈피가 주는 느낌...여름 !!!! 460     2008-07-01
7월의 시작에 tcf가 여름이 된 듯한 분위기입니다. 수고하신 손길들에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2008년의 반을 보내면서 하나님이 우리를 향한 멋진 계획들을 이루셨고 또 앞으로 이루어가실 그 반을 기대합니다. 아름다워진 tcf의 바탕화면처럼 우리의 삶의 ...  
936 크로싱을 핑계삼아 나누는 이야기 [5] 573     2008-07-04
요즘 홈피에서 “크로싱”으로 인한 북한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는 모습들을 대하며 감사한 마음에 저의 “크로싱” 소감을 나눠드립니다. 아니, 크로싱을 핑계로 새터민 아이들 만나는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요? 1. 썰렁한 영화관 홈스쿨링 첫 학기를 보내고 있는 ...  
935 옛 홈페이지의 추억 [5] file 537     2008-07-04
 
934 홈페이지는 너무 예뻐졌으나.... [3] 623     2008-07-04
우리사회는 점점 더 안예뻐지는 것 같습니다. 최근 부산에서는 갑자기 학력증진포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교당 천만원씩을 주면서 학생들의 학력을 증진시킬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시행하라고 합니다. 그 학력이란 것이 정말로 학생들의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다...  
933 7일의 금식과 기도를 끝내며 613     2008-07-07
미국쇠고기수입사태로 두고 빗어진 우리 사회의 아픔을 두고 1주일동안 함께 기도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금식으로 기도하는 동안 천주교를 중심으로 여러 종교단체들이 시국미사와 법회를 열어 경찰의 폭력진압으로부터 시민들을 지켜주는 일...  
932 덥네요~ **;; [6] 484     2008-07-09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지만 뜨거운 바람이 나오고 장마가 머 이런가 하며 불평을 해보지만 너무 덥네요. 무더위 속에서도 에어콘 없이 살 줄 알아야 한다며 지금까지 에어콘 없이 여름에 특히 더운 경북 지방에서 버텨 왔는데... 저도 어...  
» 은퇴식 없는 사회 [3] 안준길 563 7   2008-07-11
11년 반 교직생활 가운데, 평교사로서 정년퇴직 또는 명예퇴직하는 선배 선생님들 중 교장선생님이 나서서 그 분들의 퇴직을 기념하고 챙겨드리는 경우를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교장으로 퇴직하시는 분들은 사모님, 자녀들, 사위 며느리, 지인들, ...  
930 sbs스페셜 신의 길, 인간의 길 [3] 709     2008-07-11
요즘 심각한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SBS스페셜 '신의 길, 인간의 길' 4부작인 방송 내용 가운데 1부의 내용을 대략 훑어 보았습니다. 한마디로 예수의 모든 이야기는 신화가 아닐까? 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대한 한기총의 방송중지요청을 거...  
929 북한에 다녀오겠습니다. [17] 585     2008-07-15
내일(16일)부터 19일까지 저와 유준상 선생님은 북한 평양에 다녀오게 됩니다. 그동안 좋은교사운동에서 북한돕기운동을 펼쳐왔었구요. 남북교류활동의 일환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시절이었나요. 임수경 양이 북한에 다녀오면서 엄청난 폭풍이 ...  
928 회보 원고 모집 [1] 485     2008-07-16
잠시 후면 공항을 향해서 집을 나서야 하는데, 아직까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여름호 원고를 모집합니다. 기독교사대회까지 나와야 하는데, 지금 원고가 하나도 없습니다.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원고를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주제가 있는 글 : 그리스...  
927 잘 다녀왔습니다! [6] 560     2008-07-20
평양에 잘 다녀왔습니다. 많이 보고, 느끼고, 그리고 그 땅과 사람들을 마음에 품고 돌아왔습니다. 우리와 한 민족임을, 그 땅 역시 우리의 산하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까운 거리를 멀리 돌고 돌아서 다녀와야 했던 것이 안타깝고, 또 거리와 사람들을 보...  
926 [서평] 이천년전 그들처럼 [2] file 415     2008-07-21
 
925 서평-거룩한 사귐에 눈뜨다. [3] file 562     2008-07-22
 
924 기독교사대회 카풀 491     2008-07-22
부산TCF에서는 부산지역에서 2008전국기독교사대회에 참석하시는 분들과 같이 카풀을 할 수 있도록 차량을 준비할려고 합니다^^ 부산에서 기독교사들이 함께 모여 출발하여 가는 동안 함께 교제도 하고 찾아가기 힘든(?) 호서대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으니 일...  
923 독후감-가룟유다 딜레마 [1] file 522     2008-07-23
 
922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에서 실시한 국민교실 (1) 영어사교육광풍에서 살아남기 3강 참관기 [2] 648     2008-07-26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국민교실(1) 영어사교육 광풍에서 살아남기 (제3강) -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이병민 강의를 들으면서 계속 눈물이 났다. 그 슬픔의 근원은 무엇일까? 이 나라에 태어나 살아가는 우리 자신과 우리 아이들을 얽매고 있는 멍에였다. 단...  
921 <독후감>거룩한 사귐에 눈뜨다-데이비드 베너 [2] file 681     2008-07-26
 
920 [photo] 사진으로 보는 평양의 모습 [12] 649     2008-07-28
7월 16일-19일까지 북한을 방문하면서 찍은 사진중 몇장을 올립니다. 이동중에는 촬영을 할 수 없었고, 제한된 곳에서만 찍었기 때문에, 사진이 많지는 않습니다. 대신, 마음속에 담아 왔지요. 사진을 클릭하면 더 잘 보입니다. 그리고, 사진은 되도록 퍼가지 ...  
919 기독교사대회를 준비하며 [2] 512     2008-08-04
서울TCF를 섬기고 있는 김성수입니다. TCF선생님들의 도움이 나름(!) 절실하여 글을 올립니다. 이번 기독교사대회에 정병오 선생님의 강의 직전에 짤막한 동영상을 하나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디어가 부족한 관계로 ㅜㅜ 아시겠죠? 여러 선생님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