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미·동의 생각나무] 구별짓기에 맞서기… 외양 아닌 내적 가치 좇아라

국민일보 | 기사 2007-10-13  

◇마음 열기

최근 눈에 띄게 변화된 광고의 특징은 고급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 냉장고 자동차 광고가 대표적이다. 최고급 모델, 세련된 화면 구성, 우아한 음악, 중후한 색상 그리고 행복한 웃음이 이들 광고에는 넘쳐난다. 여기에 광고 카피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품격, 고급, 대한민국 1%, 최고, 귀족, 행복 등의 용어들이 포함돼 있다.

광고는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이 물건을 사는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 세상사람들로부터 인정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근래 들어 마케팅 전략이라든지 광고 전략은 상류층 또는 중상류층을 겨냥한다. 이처럼 값비싼 물건을 살 수 있는 계층을 대상으로 전개되는 마케팅 기법을 ‘프레스티지(prestige) 전략’ 또는 ‘귀족 마케팅 전략’이라고 말한다.

◇생각 쌓기

귀족 마케팅 전략의 대표적인 것이 소위 ‘명품’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명품은 세일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특별한 광고를 하지도 않는다. 공급량을 통제해 소수의 사람들에게 공급한다. 당연히 가격은 비쌀 수밖에 없다. 몇천만원짜리 명품 옷과 가방을 사는 소비 동기는 무엇인가? 효용성과 기능 때문은 아니다. 명품 소비의 근본적 이유는 개인의 만족감(효용)도 작용할 수 있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명품이 주는 후광 효과를 노리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제품을 구입했는가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말하기도 하고 그 물건을 소유하지 않은 타인과 구별짓기가 가능해진다. ‘난, 너와 달라!’ 바로 이러한 구별짓기의 심리를 광고전략이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에 날개 달기

역사적으로 볼 때 인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타인과 구별 지으려는 경향이 항상 있어 왔다. 신분제도가 대표적인 예다. 서양의 봉건시대에도 귀족과 농노가 구별됐고, 조선시대에도 반상의 구별이 엄격히 존재했다. 그러다가 종교개혁, 명예혁명, 독립혁명, 산업혁명, 프랑스혁명 등 일련의 변화 과정을 거치면서 민주주의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신분제가 폐지되기 시작했고, 20세기에 들어와서 일정한 연령의 사람이면 신분에 관계 없이 누구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보통선거가 확립되었고, 정치적 민주주의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결합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치적 평등을 획득한 것과 별개로 경제적으로 사람들의 빈부 격차는 더욱 심화되었다. 물론 현대사회에서는 과거의 봉건사회처럼 엄격한 신분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계층간 경제적 격차와 차이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차이는 현격한 자본의 소유량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곧 문화적 차이를 만들어낸다.

예컨대 정치적 취향, 문화 이용 행태, 교육 정도, 스포츠 취향, 예술 성향 등에서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와 같이 계층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문화적 습성의 차이를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브르디외는 ‘아비투스’라고 칭하였다. 당신이 어떤 스포츠를 좋아하며 예술적 취향이 무엇인지에 따라 상류층인지 중류층인지 하류층인지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이러한 구별짓기의 성향이 매우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역별로 이미 부자인 사람이 사는 동네와 가난한 사람이 사는 동네가 구별된다. 아파트 역시 비싼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로 구별된다. 최근 몇몇 학교에서 임대 아파트 출신이 있는 학교에 자녀를 보내지 않기 위해 다른 학교로 전학을 보내는 씁쓸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대표적인 구별짓기의 행위다.

학교는 어떠한가? 그 사람이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 일반고, 실업고 중에서 어디를 나왔으며, 대학 역시 명문대냐 아니냐를 구별한다. 이처럼 특정인이 어느 대학을 나왔고, 어느 정도의 재산을 가졌으며, 어떤 직업과 학벌을 소유했는가를 중심으로 수준을 분류한 것을 계층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상류 중류 하류층으로 분류된다.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계층이 존재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러한 계층구조 속에서 각자가 어떤 삶과 자세로 살고 있는지다. 학벌 및 재산, 명예 등을 가졌다는 이유로 엘리트 의식에 빠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런 것이 없다는 이유로 패배의식과 열등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이 존재한다. 특별히 엘리트 의식에 빠져 있는 일부 어른들의 생각을 자녀들이 그대로 배워 행동에 옮기는 상황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로 인해 주변 친구들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을 것인가?

◇삶과 접속하기

우리는 한국사회에서 강하게 자리잡혀 있는 구별 짓기의 연극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예수님이야말로 최고의 특권을 가지신 분이었지만 철저히 낮은 삶을 사셨고,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으셨던가? 바울과 모세 역시 자신들의 특권을 내려놓고, 외적 가치가 아닌 영적 가치, 사회적 가치, 내적 가치를 실천하면서 살았다.

예수님은 ‘귀족 마케팅’을 펼친 것이 아니라 ‘약자 마케팅’을 펼치셨으며, 가진 1%를 위한 특권이 아닌 소유한 것이 없는 99%의 권리를 위해 애쓰셨다. 나는 누구인가? 나의 가치를 성적, 외모, 부모님의 경제력, 사는 동네, 부모님이 가진 자가용, 다니고 있는 학교로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로 인해 저 친구는 나보다 나은 친구 혹은 나보다 못난 친구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별짓기의 모습으로부터 나는 얼마나 자유로운가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지혜의 돋보기

1. 집단따돌림 현상은 일종의 극단적 구별짓기 행위로 볼 수 있다. 내가 속한 곳에서 집단따돌림 현상이 발생할 때 나는 어떤 태도를 취했는가?

2.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의 의미를 찾아보자. 그것을 실천한 사례에 대해서 조사해보자.

3. 내가 가지고 있는 우월의식과 열등감은 무엇에서 비롯된 것인가?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인물을 성경에서 찾아보자.

김성천(깨미동 정책실장)


조회 수 :
536
등록일 :
2007.10.12
19:42:09 (*.133.34.57)
엮인글 :
http://www.tcf.or.kr/xe/freeboard/107166/5ea/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07166

현승호

2007.10.15
14:37:15
(*.230.179.190)
전국리더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선생님 글을 읽었습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더군요! 글 잘 읽었습니다.

김성천

2007.10.15
16:52:57
(*.133.34.57)
현승호 선생님 건강하시죠? 샘의 열정과 사람을 묶어 내는 능력을 사모합니다. 이곳 게시판에 글을 올리곤 하지만, 이 글을 올려도 되나 싶은 갈등을 하면서 글을 올립니다. 샘의 격려에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전형일

2007.10.16
16:04:03
(*.1.217.120)
선생님, 갈등하지 마시고 자주 글 올려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sort 비추천 수 날짜
1838 [MK NEST] MK 둥지캠프 안내입니다. 575     2006-05-16
MK NEST  
1837 무거운 마음으로 [2] 484     2006-05-16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가칭) '학교 촌지근절법'을 제출한다는 뉴스가 스승의 날 바로 다음날인 오늘 전해졌습니다. 학생들 앞에 서기 낯뜨겁고 부끄럽습니다. 나름대로는 채택료 거절하며 선배교사들로 부터 받은 눈총을 속으로 삭이면서도 아이들 앞에 그...  
1836 한광우&강현진 샘 결혼 알려드려요~ [5] file 3972     2006-05-16
 
1835 (가정방문보다 쉬운) 일대일결연 [4] 431     2006-05-17
일대일결연을 생각하다가 지역모임샘들께 전화를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TCF샘들은 제가 전국리더모임에서 그리고 직접 만나서 몇몇분과 얘기를 나눴죠. "연합기도회-일대일결연-아이들과 함께 하는 만남의 행사" 전화 붙들고 여러 얘기를 하다가 "여러가지 부...  
1834 부교재 채택 관련 제보를 받습니다 392     2006-05-18
보충수업 교재나 수업시간 부교재 채택과 관련하여 학교와 참고서 총판업체에 사이에 떡값이 오고간 내용에 대한 제보를 받습니다. 물론 제보하신 분의 신원은 비공개하며, 부교재 관련 사례를 수집하고자 하오니 직간접으로 체험하셨거나 갈등하신 경험이 있...  
1833 기독교사대회 2차 등록 마감일 [1] 345     2006-05-20
모두들 잘 모를 듯해서 글을 씁니다. 오늘이 기독교사대회 2차마감일이네요. 오늘까지 12만원이고, 내일부터는 13만원입니다. 너무 갈등하지 마시고, 등록을 하는 것이 어떨가요? 홈페이지 오른쪽의 배너를 눌러 주세요. ^^ 기독교사대회 때 반갑게 만납시다.  
1832 TCF선생님들께 부탁드립니다~ [3] 427     2006-05-24
안녕하세요^^ 좋은교사 사무실의 서헌희 간사입니다. 요즘 64개강좌 96명의 강사들에게 강사카드나 강의계획서, 강의안을 접수받는 중인데, 이를 돕고 강좌도우미 선발 및 각종 문의와 안내를 맡을 연수실무진(수도권 지역 10여분 선생님-강영희,윤남석 샘 포...  
1831 주윤이와 돈 이야기 [4] 628     2006-05-26
오랜만에 이곳에 저희집 사는 이야기 한번 써 봅니다. 초등 2학년인 우리 막내딸 주윤이. 돈계산에 밝은 주윤이 이야기 모음. 주일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주윤아 자켓 너무 예쁜 것 입었구나." "엄마가 사주셨어요. 만원이예요."(샘들이 모두 뒤집어지며 웃었답...  
1830 강월미 선생님 오늘 결혼하셨습니다. ^^ [7] file 1253     2006-05-27
 
1829 예비기독교사 아카데미가 이제 마무리됩니다. [1] 669     2006-05-30
예비기독교사 아카데미가 어제 강북에서 끝났고, 수요일 강남모임에서 마무리됩니다. 담임 선생님으로 섬겨주신 정동혁, 정선옥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대구에서는 신재식 선생님께서 고생 많이 하셨지요 아울러 강의로 섬겨주신 선생...  
1828 6월 7일 : 짜장면에 우유를 말아 먹든지 말든지... [3] 531     2006-06-01
퇴직하기 전 15년 간, 나는 연수를 받은 적이 거의 없다. 고작 받은 연수는 동료의 잘못으로 명단이 보고되어, 받지 않으면 그가 시말서를 써야하는 딱한 사정 때문에 받은, 13년 만의 1정 연수 밖에 없다. 그래도 나는 아이들로부터 괜찮은 교사라는 소리를 ...  
1827 권미영 선생님 최근 근황 [1] file 487     2006-06-05
 
1826 기도로 함께 해주세요. [2] 392     2006-06-08
요즘 우리 게시판이 뜸하네요. 저는 어제 제가 7년간 근무하다가 12년전에 결혼하며 공립으로 옮기면서 떠나온 그 학교를 다녀왔습니다. 예전 김숙현샘과 함께 섬기던 점심시간 예배모임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점심도 굶으면서 찬양으로 모임을 준비...  
1825 밭에 감추인 보화 [4] 572     2006-06-12
지난 금토 대구전원교회에서 열린 1박 2일 일정의 초등전도캠프에 저희반 학생 4명을 데리고 참여했습니다. 이번이 4번째인데요. 팀장이었던 이성우 선생님, 김경수, 신현심, 김수진, 황경아, 김충엽, 김규탁, 김대송 선생님들의 노고로 무사히 잘 끝났습니다....  
1824 호나우딩요 [5] 352     2006-06-12
어제 주일 설교 가운데... "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8:32) 자유로움, 창조적인 활동은 성도들의 특징이어야 합니다.... 브라질 축구의 무서움이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나라들 대부분 조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조직력이 ...  
1823 어떻게 가입하는건지요... [2] 425     2006-06-14
올해 신규임용된 오정애라고 합니다. 학교에 들어와보니 아이들과 자꾸 부딪히면서 하나님의 사람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무엇이 옳은 것인지..등 배우고, 나누고 싶어 가입하고 싶습니다. 학교는 인천인데 집이 서울(서부)이라서요.. 서울쪽으로 가입해서 함께...  
1822 월드컵 보도의 이면들(서울신문 6월 14일 게재글) [2] 472     2006-06-16
월드컵 보도의 이면들 ◈ 생각열기 요즘 지구촌 곳곳은 월드컵 열풍에 빠져있다. 방송사마다 월드컵 중계방송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고, 뉴스의 상당부분을 월드컵 방송으로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는 이런 월드컵 열기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조...  
1821 오늘 기도하실 것들- 단 1분씩이라도... [2] 434     2006-06-16
기도수첩을 이곳저곳에서 활용하시는 모습에 감동입니다. 한동안 기도안내를 이곳에 드리려고 합니다. *오늘은 금요일- 제주 모임과 간사진, 사역팀장님들위해 기도해주세요. (기도제목은 수첩 참조) *대회를 위한 기도는 대회진행및 준비를 위한 기도(대회 기...  
1820 안녕하세요~ 인천 부개여고에 대해 기도부탁해도 될까요? ^^ [4] 812     2006-06-22
안녕하세요? 인천 부개여고에 근무하는 정윤선입니다~ ^^ 제가 부개여고에 발령받고 일어나는 일들을 적었던 것도 벌써 4년전이네요. 그 이후로도 부개여고에서는 끊임없이 기도모임과 성경공부 모임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올해는 하나님께서 많은 축복을 해주...  
1819 "다 응답되었어요!" [1] 344     2006-06-23
"샘들, 제가 작년 우리 모임 내용 기록한 것을 읽어봤어요. 샘들 작년에 모임에서 기도제목 나누신 내용 보니 다 응답되었더라구요" 어제 남양주 모임에서 이현진 샘의 나눔. 어제도 역시 pbs후에 기도제목을 나누는데 특별히 일대일결연 대상 아이 기도제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