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미·동의 생각나무] ‘학교폭력은 방관이 키운다’ 깨닫자

[국민일보 2007-04-21 12:42]


◇작은 불꽃은 가스를 만나 폭발한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 참사 사건은 세계인을 경악하게 했다. 그 당사자가 한국인이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사건은 두 가지 차원의 접근이 가능하다. 미국 사회가 누구라도 총을 자유롭게 소지할 수 있는 제도적 문화적 구조적 환경을 지녔다는 점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조승희’라는 개인이 가진 분노와 상처가 왜 발생됐고 어떻게 표출됐는지를 살펴보는 심리적 차원의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결국 미국 사회의 구조적 환경과 조승희 개인의 심리적 요인이 결합해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마치 가스가 방에 꽉 차 있는 상황에서 조씨의 분노가 불꽃을 일으켜 최악의 학원 폭력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인간에게는 어느 정도 내재된 폭력 본능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분노를 느낄 때가 있다. 다만 그러한 분노의 감정을 이성으로 통제하는가, 아니면 표출하는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이런 감정적 본능을 ‘이드’라고 표현했다. 길을 가다가 누군가와 부딪쳤는데 상대가 사과하지 않으면 공격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런 이드를 이성적 판단에 따라 억누르게 된다. 조승희씨는 자신의 공격적 이드를 전혀 억제하지 않았고 그것을 증폭시켰다.

◇학교 폭력이 싹트는 문화를 바꾸라

최근 우리 사회에 학교 폭력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폭력의 질은 갈수록 더욱 나빠지고 있다. 학생과 학생의 폭력을 넘어서서 부모가 자녀에게 맞기도 하고 교사가 제자한테 맞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폭력은 점차 저연령화되고 있으며 여학생들 사이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는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야”라는 말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친구끼리의 싸움은 성장기의 필수 코스쯤으로 치부했었다. 그러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이 제정된 이상 더 이상 폭력은 사적 영역이 아니다. 일단 폭력이 발생하면 공적으로 다스려지게 된다. 이제 폭력에 관대했던 우리 인식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만약 영철이가 성칠이와 싸워서 이겼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영철이는 승자가 되고 성칠이는 패자가 된다. 이것은 폭력에 관대한 문화가 작동했을 때의 법칙이다. 만약 법적 문제로 가면 어떻게 될까? 성칠이가 이가 부러졌다면 영철이는 싸움에서는 이겼을지 모르지만 엄청난 경제적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또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의해 피해 학생에게 서면 사과, 학급 교체, 봉사활동, 심리치료, 출석정지, 퇴학 등의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

영철이와 성칠이의 싸움이 사적 관계로 끝나지 않고 공적 관계에서 다뤄지려면 어떻게 해야 되겠는가?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지려면 싸움이 교사들에게 알려져야 한다. 문제는 급우들이 싸움을 모두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은폐되는 경우다. 그것은 급우들이 영철이와 성칠이의 싸움을 K1 경기를 구경하듯 바라봤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학급 학생들이 폭력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그동안 폭력에 대해서 지나치게 관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마치 총기 소지에 대해서 별 문제 의식이 없는 미국 사회에 대형 총기 사고가 빈발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가정 학교 군대 미디어 등은 폭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런 문화적 환경 속에서 우리가 폭력에 둔감해진 것이 사실이다. 폭력이 인간의 본성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학습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인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폭력이 발생되고 용인되는 구조적 문화적 토대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만약 영철이와 성칠이가 싸움할 때에도 모든 학생이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면 싸움은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베드로를 꾸짖으셨던 예수님의 마음처럼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문화를 가졌다는 것이다. 즉, 본능은 문화를 통해 걸러진다. 예를 들어 기독교인들이 아무리 배가 고파도 제사 음식을 기쁘게 먹지 못하는 것은 문화가 본능을 통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폭력적인 본성이 우리 안에 있어도 그것은 문화를 이기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폭력이 발생하는 것은 폭력을 허용하는 문화적 구조적 토대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잡으러 온 대제사장의 종 ‘말고’의 귀를 칼로 베어냈다. 베드로는 분노를 폭력으로 표출한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오히려 베드로를 꾸짖으시고 말고의 귀를 붙여주셨다. 예수님이 베드로를 꾸짖으셨던 그 마음으로 우리는 학교 폭력을 바라봐야 한다. 학급에서 집단따돌림이나 싸움이 벌어지려고 한다.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혜의 돋보기

-학교 폭력이 발생하는 원인을 개인적 사회적 제도적 차원에서 찾아보고 대안을 제시해보자

-미디어가 청소년 폭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지 토론해보자.

-미국 사회에서 총기 사용이 허용된 이유를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서 찾아보자

김성천(깨끗한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정책실장, 안양 충훈고 사회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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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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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

2007.04.24
13:17:43
(*.1.217.120)
요즘..저희 학교에서도 크고 작은 폭력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 전반적인 문화가 학교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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