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는 "나는 어쩔수 없는 선생이구나"라는 것을 맘속깊이 혼자서 고백하곤 합니다.
아이들을 보며 그 아이들로 인해 기뻤다 슬펐다 하며 아이들에 의해 감정의 변화가
있음을 새삼 느끼며 참 우습다는 생각을 하지요.

*아이들의 목소리
1.방학때 춘천에 와서 자기들 집에 비해 유난히 넓은 우리 집에 들렀던 아이들
" 선생님 졸라 부잔데 왜 학교 다니세요?"
모른척 지나가는데 뒤에서 들리는 소리.
" 야 그걸 모르냐? 빚얻어서 집만 샀나보지. 그 빚 갚으려면 학교 다니셔야지"
주여!
그런데 그 녀석들, 방학때 차비도 없이 불쑥 찾아온 아이들 한그룹.
또 1학기때 가장 속썩이며 수도 없이 나와 싸웠던 아이.
그 아이들이 달라졌답니다. 방학때 하루 조카들이 놀러왔다 생각하고 제 자식처럼
챙겨보냈는데, 그 어리석은 아이들이 어리석은 이야기들을 하면서도 제 진심을
알아준다는 겁니다.구체적인 건 다 적을수 없지만 역시 섬김이 가장 특효약임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섬기는 것. 때로는 어리석고 손해보는 것 같지만,
아이들을 통해 충분히 보상을 주신답니다.

2.오늘 수업시간에.
불쑥 어느 아이의 질문. "선생님 질문 있어요"
"뭔데" 그 아이 흉내를 내며 퉁명스러운 나.
"선생님은 왜 높은 신발만 신으세요?"
역시 그 아이같은 목소리로 " 키가 작으니까"
"왜 키가 작으세요?"
역시 같은 목소리로 "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남자 아이들이 일제히 큰소리로 "선생님! 결혼 하셨어요?"-키가 작은데도 결혼했냐는 뜻.
"그럼, 내가 결혼 못하면 누가해. 선생님네 아저씨가 나랑 결혼하려고 금식기도를 엄청했어.
누구든지 하나님이 짝을 한 명씩 정해 주셨기 때문에 한명 한테만 잘보이면 되는거야.
하나님이 정해주신 자기짝하고 결혼하면되는거지"
그러면서 수학시간에 유난히 말썽부리는 그반 두 남자 아이.
근이와 시영에게 " 너도 하나님이 특별히 사랑하시기 때문에 너한테 맞는 짝을
이 다음에 주실거야. 그러니까 지금부터 잘 지내면서 그 짝을 맞았을때 준비된 사람이 되야지."
좀전까지 대들던 시영이는 믿는 집 아들이라 그런지 갑자기 숙연해지고
1학기때 흡연하다 걸리는등 유난히 빗나가던 근이 하는 말.
"전 하나님 안믿는데 그럼 어떡해야되요?"
"응 안믿는 사람도 하나님이 만드신 귀한 사람이니까 하나님은 너를 지금 무척 사랑하고 계셔.
그래서 선생님도 니가 귀한 아이니까 귀하게 니 인격을 지키라고 맨날 혼내고 야단도 치는거지"
너는 귀한 아이라고 하니까 떠들고 소랍스럽던 아이들이 갑자기 조용해지더군요.

3. 지원이 이야기.
*방학때 있었던 일
지난학기 유난히 나를 애태우고 대들고 대책없이 어리석던 우리반 지원이.
너무 힘들어서 선생님들에게 기도부탁까지 했던 아이.
그 아이도 우리반 여자아이들과 함께 춘천에 놀러왔었답니다.
그렇게 속썩이던 놈.
방학때 지원의 집에 전화를 걸어서 " 야. 너랑 안싸우니까 선생님 방학이 너무 심심하다.
근데 이상하게 난 니가 제일 보고 싶다. 너도 나 무척 보고 싶지?"
ㅈ의 당연한 대답 "전혀요"
그런데 그아이가 춘천에 오던 날 ㅈ의 어머니의 전화.
"선생님, 어제 밤 잠도안자고 선생님댁 간다고 지원이가 무척 좋아했어요. 방학때 쉬시는데 폐끼쳐서 죄송해요"
담임 생각 전혀 안나고 안보니까 좋다던 녀석이 글쎄 무슨 종이가방을 들고 왔길래 봤더니
1박할 짐을 싸온것 아니겠어요?
그러면서 하루만 재워달라고 통 사정을 했더랬지요.
저는 그럴 맘도 들었지만 다른 아이들 핑계를 대고 다 서울로 올려 보냈는데,공손히 인사하고
감사하다며 떠나던 지원이. 그 지원이도 달라졌다는 것.물론 의지가 약해 뒤로 물러서는 모습도 보이지만 지원이를 통해 "아이들은 변할수 있다"는 믿음을 또 갖게 되어 무척 감사합니다.
*오늘 아침 학급에서
오늘같은 날이 지원이가 뒤로 한걸음 물러나는 그런 날입니다.
2학기들어서 수업시간에 잠도 안자고 대들지도 않고 지각도 안하다가
오늘 느닷없이 앞에 나와 하는 말.
"선생님,저 오늘 급한 준비물이 있어서 외출했다 와야되거든요"
그말을 듣던 남자아이들이 여기 저기서 하는 말.
"거짓말 하지마. 오늘 준비물 없쟎아"
지원이 " 아유. 내가 니래랑 손발이 안맞아서 원..."
"선생님! 저 그냥 내보내주시면 안되요."
단호한 목소리로 "안돼!"했더니
"그럼 우리 다수결로 해요.내가 지금 나가는 것 찬성하는 사람?"
그말이 끝나기전에 "교육은 다수결로 하는 것이 아니야"하는데 마침
복도를 지나가던 교장선생님이 창문으로 우리반을 들여다 보셨다.
"지원아 그럼 우리 교장선생님께 여쭈어보자. " 전후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자
갑자기 교장 선생님 하시는 말씀.
"얘들아! 너희 반에서 김지원을 쫓아내면 좋겠다는 사람 손들어봐"
여기저기서 손을 장난스럽게 드는 아이들.
"그럼 다수결로 너는 너희반에서 이제 쫓겨나는 거다"하시는 교장선생님.
지원이는 풀이 죽어 제자리에 앉을수 밖에 없었답니다.
이렇게 해서 오늘도 지원이와의 싸움은 제가 이겼답니다.
...어리석은 아이들, 그 어리석음때문에 울고 웃으며 "나는 어쩔수 없이 선생이다"
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는 요즘. 제가 있는 이 자리.
내가 가르치는 이 아이들이 있어 무척 감사합니다.
조회 수 :
446
등록일 :
2003.09.04
13:07:22 (*.99.88.1)
엮인글 :
http://www.tcf.or.kr/xe/freeboard/102880/8a4/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02880

김현진

2002.11.30
00:00:00
(*.219.21.90)


참 감명적인 스토리입니다. 무너진 그곳에 선생님으로 인해 새롭게 살아나는 생명으로 힘을 내세요. -[09/04-15:52]
-


일향

2002.11.30
00:00:00
(*.219.21.90)
선생님 참 잘 읽었습니다. 저도 늘 선생님과 같은 이런 많은 이야기 만들며 살도록 애쓸거야요. (^&^) -[09/05-09:35]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비추천 수 날짜
1998 Q-이불은 어느정도 크기를 가져가지요. 446     2003-01-17
학생들이 없기때문에 이불은 없습니다. (베게도 없어요) 침대형이고 방은 따듯합니다.(확인함) 이불을 가져오세요 방이 따듯하까 굳이 큰이불이 아니어도 간단한 이불 한개로 깔기도하고 덮기도해도 됩니다. 개인 혹은 지역별로 간단한 이불을 준비해오세요.  
1997 찬양팀 After [6] 446     2003-08-31
찬양팀이 어제(30일) 뒷풀이를 했답니다. 대구 시내에 있는 삼덕교회가 운영하는 "도시의 광야"에서 만나기로 했지요. 저는 대구에서 있는 결혼식에 참석한 후 조금 이른 시간에 약속장소에 갔습니다. 뭐.. 두시간 밖에(?) 안 기다렸는데요 조동일 선생님이 오...  
» 나는 선생이다! [2] 강영희 446     2003-09-04
요즘 저는 "나는 어쩔수 없는 선생이구나"라는 것을 맘속깊이 혼자서 고백하곤 합니다. 아이들을 보며 그 아이들로 인해 기뻤다 슬펐다 하며 아이들에 의해 감정의 변화가 있음을 새삼 느끼며 참 우습다는 생각을 하지요. *아이들의 목소리 1.방학때 춘천에 와...  
1995 김숙현선교사님이 오늘 [1] 446     2003-12-09
우리의 사랑하는 김숙현선교사님이 오늘 화요일(12월 9일)오후 6시 30분에 서울 신반포교회에서 "김숙현 선교사 후원자의 밤"을 갖습니다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참석할 수 있으면 합니다 (맛있는 먹을 것도 줌) 선교사님은 오는 1월 12일부터 2주간 제2 기 lov...  
1994 저는 지금 가정방문중입니다. [3] 446     2007-03-28
이제야 고백합니다. 저는 가정방문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고 싶지 않았다기 보다는 지난 연말에 받은 건강검진결과로 인해 자신이 없었습니다. 좋은교사운동 실천 어쩌구 하는 이름을 단 제가 담임이면서 가정방문을 안한다고 상상하니 참 마음이 편치 않...  
1993 MK와 연관된 훈련을 소개합니다. file 446     2007-11-16
 
1992 내가 아는 따뜻한 한 형제가 있습니다. 447     2001-12-06
- tem 게시판에 제 양육 리더를 생각하며 띄운 글이랍니다,- 내가 아는 한 형제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어려워 하기도 합니다. 그의 겉모습이 풍기는 느낌과 하는 말들 때문인지... 그를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은 그의 회의적인 말들과 직설적인 말에 간혹 ...  
1991 Re..함께 기도하겠습니다. 447     2002-02-15
현승호 선생님 글을 읽으면서 제 마음도 무거워졌습니다. 아이들에게 미래와 비전을 주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안에서의 삶을 주는 것인데, 세상을 아는 지식만으로 살아가라고 가르치는 것만 허용하는 교육계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호 4:1 이 땅에는 진...  
1990 방콕의 MK 기숙사에서 자원봉사할 교사선교사 찾아요 447     2003-05-21
방콕국제학교(Bangkok International Academic School) Bangkok Thailand 안녕하세요 저는 태국 방콕의 BIS에서 사역중인 김교묵 선교사입니다. 저희 학교에는 기숙사가 있습니다. 현재 22명의 학생들과 두분의 선생님이 계시는데 6월말이면 두분의 선생님이 ...  
1989 기도 감사해요! [6] 447     2004-09-16
저를 위해 기도해주셔서 감사해요. 저 내일 부터 학교가요. TCF선생님들께서 기도해 주셔서 나은것 같아요. 선생님들 사랑해요  
1988 바다이야기 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 [1] 447     2006-08-23
제목 : 게임자본의 이해에 종속된 문광부와 국회 문광위는 반성하라! 우리는 게임산업진흥법안 전면 거부한다! 사행성 게임의 폐해를 방치하고 조장한 청와대와 국회, 문광부, 영등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게임물등급개선연대는 현행 게임등급체제의 ...  
1987 <font color=red>리더수련회 안내</font> [2] file 447     2006-11-22
 
1986 겨울수련회 소감 [4] 447     2008-01-28
정말 쉽지 않은 수련회 였습니다. 예상보다 저조했던 등록, 대학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공사장, 어느 때보다 아렷던 전주의 칼바람, 추구팀으로 오시던 한 선생님의 교통사고 소식, 시시각각 어두운 표정으로 변해가던 추구팀 조장 선생님들의 모습, 확신을 갖...  
1985 Re 이 방 이름 바뀌었나요? 448     2001-12-08
> 공개 구혼방으로... 죄송합니다... 잠시 게시판에 이는 바람이겠지요. 저나 형들이나 지금 삶으로 감사하며 살아간답니다. 물론 게 중에는 혹 외로워하시는 이들도 있겠지만.... 나이가 서로 그렇다 보니 지나가는 인사말, 농담으로 종종 건네지곤 하는 관심...  
1984 기독교사의 헌신(12.28) 448     2002-01-02
네번째 강해 설교 기독교사의 헌신(요21:18-23) 삶이 변형되는 순간. 활주로를 달리다가 비상하는 순간. 독수리 같은 존재인데 병아리처럼 살고 있지는 않은가? 행9:1-9 1절에서 여전히, 3절에서 홀연히 여전한 삶에서 홀연한 변화, 여전한 삶에서 홀연한 변화...  
1983 아름다운 풍경화 모음 448     2002-02-20
그림을 누르면 큰그림을 볼 수 있어요. 너무이쁘지 않나요?  
1982 여러 선생님들께..... [10] 448     2002-08-11
안녕하십니까? 저 현승호 입니다. 이틀 동안 서울 누님집에서 잘 쉬고 내일 이면 이제 부대로 복귀하게 됩니다. 기독교사대회때 물심양면 으로 도아주신 강영희 선생님, 박은철 선생님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아무 것도 없는 저에게 진수성찬에, 옷에 신발에 ...  
1981 중보기도 부탁드립니다. [1] 448     2002-09-15
안녕하세요. 울산천곡중학교 1학년 8반 담임선생님입니다. 마귀가 청소년들의 씨를 말린다는 것을 느깁니다. 욕 잘쓰는 국어 선생님의 영향으로 학생들이 정도를 벗어난 심한 욕설을 씁니다. 어머니에게 배운 폭력을 또래에게 하는 학생들도 있읍니다. 이름은 ...  
1980 캄보디아에서 교사를 구합니다. 448     2002-10-22
안녕하세요 갑자기 넘 추워졌어요 감기 조심하시구요 캄보디아 한인선교사 자녀를 위한 MK 선교사를 모십니다 1. 분 야 : 보육교사(유치부), 국어교사, 예체능 교사 : 2-3명 2. 자 격 : MK 교육에 소명이 있는 세례 교인 이상의 선교 헌신자로 2003년 1월부터 ...  
1979 여름수련회 주제 [3] 448     2005-05-12
'일이란 일은 통해 자신의 주권을 표현하시는 주권자 하나님으로부터 말미암은 것이며 그 하나님을 나타내는 활동이다. 주권자는 혼돈으로 부터 질서를 이루어 내며, 사물과 사람들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싸우며, 부정과 불행과 비참함으로부터 희생자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