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지금 어디 있어요?"
아이들과 상담실에서 수학 특별보충을 하고 있는데 교감선생님께서 급히 찾는 전화.
"지금,수업중인데요"
"그럼 수업끝나고 꼭 좀 나 보고가요"
짚히는 데가 있었다.
결국 부르시는구나.
나를 부르는 분은 교감선생님이 아니라 아마 교장선생님일거다.
예측대로 나를 교장실로 데려가는 교감선생님.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가장 믿었던 선생님이 어떻게 그럴수 있어?"
실망했다는 어조로 심각한 표정을 짓는 장로님이신 교장선생님.
다름 아닌 내일 전교조 연가투쟁에 가겠다고 연가낸 명단에 내가 들어 있는 것을 보시고
은밀히 교장실로 부르시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물론 고민이 많았고 나름대로 가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터다. 내일이 전일제 특활인데 연가를 썼지만 자기가 맡은 특활반을 챙기고 다 끝난 다음 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수업을 재껴두고 연가투쟁에 참여해본적이있지만 요즘은 그건 아니다 싶고 학교 다니면서 수업만큼은 어떤 경우든 해야한다는 생각이다.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내 성향이고 내 개인적 생각이고 어떤 경우엔 총체적인 것을 봐야할때 다를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전교조와 나.
내가 기독교사라는 것은 내게 절대적이다.
하지만 전교조는 절대적이지 않다.완전한 것은 하나님 안에 있기에...
하지만 하나님나라를 학교현장에 이루는 일에 전교조가 우리와 맥을 같이 할수도 있다.
지난번 학교에서는 그랬었다.
99년 복직전 누가 뭐라 그런 것도 아닌데 전교조에 대한 의무감,부담감이 마구 들었다.
그전에는 교직초기 사립학교에서 전교조를 접할 기회가 전혀 없었고 동기선생님들과 성경공부 소그룹모임을 만들어서 성경공부후에 그곳에서 나온 참교육에 관한 북sharing을 했고 함께 후원금도 드물게 보냈던 기억이 난다. 결혼과 함께 공사립교류로 공립으로 옮긴 직후에는 젊은 나이에 공립으로 온 나를 두고 뒤에서
많이들 수근거렸다. "빽이 대단한가봐. 저 나이에 공립에 오다니!" 그래서 기득권층으로 나를 오해한 그들이
전교조 반대세력쯤으로 오해했던것 같기도 하다.
-이 말에 나는 하나님빽이 있다고 대답했었다.실제로 하나님빽으로 공립으로 올수 있었다-
그러다가 3년간의 육아휴직, 그 이후에 복직하며 새로간 학교에서는 결국 기도하며 남편과 의논하며
전교조에 가입하는 것이 내 신앙양심과 통한다고 생각했었다.
복직하여 전교조에 가입을 하고 신우회를 조직했는데,이게 웬일.
10명중 9명의 선생님들이 전교조.
그 당시 우리가 성경공부하는 날이 분회 모임과 겹쳐지면 분회모임은 우리를 기다려야 했었다.
그리고 내가 분회원이라는 사실은 복음을 전하는 데에도 긴히 사용되었던것 같다.
그리고 기독교인이면서 악독한(?) 교장선생님들. 어느 여교장은 열악한 서울 변두리의 그 학교의 특성을
악용하여 출세의 발판으로 삼으려했을때 우리는 똘똘뭉쳐 그것을 막아내기도 했다.
우리를 힘겹게 하는 아이들이지만 그들을 지켜주기 위해서...

다시 오늘로.
"교장선생님! 전교조선생님들과의 관계도 중요하쟎아요
교감선생님이 이때 잠시 나가셨다. "전교조선생님들도 결국 우리가 얻어야하쟎아요."

"지난번 학교에서는 전교조 회원이라는 것이 제게 최선이었어요.불합리한 교장선생님들이
마음대로 하지 못하시도록 하는 역할도 했었구요.복음을 전하는 데에도 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학교에 오면서부터는 저도 교장선생님 생각하며 고민이 많습니다.
교장선생님때문에 직원조회때도 일어나서 말하지 않고 조용히 있었쟎아요.
-3월초쯤 개교 3년차인 이 학교의 어떤 상황을 지적하였던 나.그래서 어느 부분에 영향이 있었는데
계속 한목소리로 힘을 주기를 원하는 선생님들,하지만 침묵해온 나-
내일은 수업을 다하고 나갈 것이고 그분들과 약속한 것이라 번복할수 없습니다"
내 얘기를 다 듣고 "징계 받으면 어쩌지?"
하시는 교장선생님. 가볍게"그래도 할수 없지요"하는 말에
"역시 강영희야.알았어. 좋은교사운동 좀 활성화시키고 그들속에 들어가서
변화시켜봐"-저는 어찌보면 저보다 훌륭한 그 선생님들을 변화시킬 능력도 자격도 없는데
이런 민망한 칭찬을 들으니 더 마음이 묘했습니다.

그리고 교장선생님을 뵐때마다 안스럽운 마음이 듭니다.
정말 존경스런 부분을 갖고 계시는데 때로는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시고 급하게
반응하시는 경우. 교장선생님을 비난하는 목소리들속에서 참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곤 하더군요.

아무튼 올해는 상황이 참 묘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안에서 소신껏 살것이기에 어느누구에게도 떳떳할수 있다는 마음이 듭니다.
전교조에도 교장선생님께도...
그리고 그 가운데서 한 생명이라도 더 얻을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조회 수 :
597
등록일 :
2003.06.20
22:41:19 (*.74.1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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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미

2002.11.30
00:00:00
(*.219.21.90)


선생님 화이팅!!! -[06/21-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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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연

2002.11.30
00:00:00
(*.219.21.90)
그 어떤 순간에도 주님을 바라볼 수 있길 소망합니다..^^ 작년 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몇자 적어 봅니다. 신기하게도 (특별한 이유없이..) 저를 아끼셨던 교감 선생님.. 칭찬에 인색하기로 유명(?)하셨는데, 제가 하는 행동들을.. 좋게~ 해석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도 참.. 하며 미소를 짓곤 했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동학년 선생님.. 전교조 활동에 열정적 이셨던 분인데.. (학교 안에선 거의 의인으로 통했구..) ..두 분 사이에서 난감할 때가 가끔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말을 아끼고 그 두 분을 위해 기도를 하곤 했었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하나님께선 그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에 그 사람을 둔다는 사실을.. -[06/22-02:25]
-


김인숙

2002.11.30
00:00:00
(*.219.21.90)
매사에 열정적이신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어색하고 어정쩡한 상황이 다 해결될 거라 믿습니다. -[06/23-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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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기

2002.11.30
00:00:00
(*.219.21.90)
Happy Ending...! 주를 위해, 이웃을 섬기기 위해 강영희 선생님은 날마다 죽는다. 맞지요? -[06/2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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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경

2002.11.30
00:00:00
(*.219.21.90)
글을 읽으며 많이 공감했습니다. 힘내시구요..^^ -[06/23-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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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희

2002.11.30
00:00:00
(*.219.21.90)
조회수가 이렇게 많다니..우리 너무 글 안올리는 것 아닌가요?함께 이곳에서 나누길 원합니다.그리고 리플단 선생님들,tcf선생님들 아니면 교사생활이 무척 힘들거라는 생각을 합니다.열매를 하나님께 드리는 학교생활되도록 기도 부탁드려요. -[06/23-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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