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한달..
몸이 안 좋아서 보건실 신세를 일주일에 2-3번씩 졌었다.
당연히 보건 선생님과는 친하게 되고 남편 이야기, 자식 이야기.. 거의 아줌마의 대화였지..^^*
그러던중 가끔 교사의 대화로 흐르곤 하는데
..
" 어떤 애가 인터넷실 복도를 하도 뛰어다니길래
좀 조용히 하라고 했더니 '우리 선생님도 아니면서 왜 야단쳐요?' 글세 이랬데요..
물어 봤더니 1학년 4반 이라고 했데요. 혹시 짐작 가는 애 없어요?"

왜 없을까..그런 애들은 우리반에 수두룩하다.
승연이, 연범이, 덕호.. 그리고 선용이
특기 적성으로 인터넷을 하는 애라고 했으니까..분명히 선용이다. 그래.. 선용이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지...

한번 혼을 내야 하는데... 시기를 놓치면 교육적으로 안 좋은데....
나의 게으름과, 정신없는 1학년을 핑계로 하루 이틀 지나고 있었다.

보건 수업이 있었다.
"얘들아 선생님 좀 봐줘... 제발 보건 선생님 시간에는 너무 돌아다니지 말고.. 응?.."
보건 수업이 끝났다. 나의 협박과 당부는 별 소용이 없었는 듯
힘든 기색이 역력한 보건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
"선생님.. 힘들겠어. 참.. 2분단 뒤에 양복 입고 온 녀석... 좀 그렇지?.."
"아.. 선용이요?.. 네.. 좀 심하죠?.. 그녀석이네요. 인터넷실.."
"아.. 걔야?.. 그래 그럴만 하다.."
쩝......

아.. 그때 혼을 냈어야 하는데.. 이녀석의 되바라짐을 어찌 고칠꼬...
역시 교육은 시기가 중요해...

그날 오후.. 쏟아지는 잠을 주체할 수 없어 보건실에 갔는데
"참.. 선생님 인터넷실 걔 4반 아니래.. 걔 3반이래.. 3반에 이정욱... 걔도 참 유명한 애지.."
....
...
..
.
교육은 시기가 중요하다구?..
그래.. 중요하지..
하지만 교육에 더욱 중요한 것은
충분히 그럴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써...선입견을 버려 주는것
그리고 힘들지만 왕관을 들고 서 있는것..

에리. 선용이, 승연이, 덕호.. 재성이..
나를 참 힘들게 하는 아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매일 이 아이들을 새롭게 볼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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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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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완

2001.11.30
00:00:00
(*.215.209.165)
참 반전이 멋져요.. 날마다 그런 신선한 충격으로 살 수 있는 선생님의 눈은 복눈이에요... 건강 위해 기도할께요... 혹시 때가 되어 나타나는 힘듬 아닌지?? [10/22-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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