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이한규)

하나님은 사랑이십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도된 사람은 사랑이 없으면 행복할 수 없습니다. 재물이나 지위는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사랑이 없으면 살 수 없습니다. 또한 사랑이 없는 사람은 결코 위대한 일을 남길 수 없습니다. 위대한 지도자가 되려면 지혜나 영도력보다 더 필요한 것이 사랑입니다. 역사를 살펴보면 위대한 인물이 가지고 있는 최대 장점은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에게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그런 느낌을 전달하며 서로의 영혼을 보듬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며칠 전 대만의 황수 선교사님이 말씀 전하러 우리 교회에 오셨을 때, 갑상선 암과 투병하던 선교사님이 의외로 건강해 보여서 크게 안도했습니다. 예배 전에 찬양을 인도하시는 전도사님의 인도에 따라 우리 교인들은 선교사님을 향해 축복의 손을 펴고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찬양을 불러드렸습니다. 그때 선교사님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습니다. 아마 갑상선 암으로 투병하며 병상에 누워 있을 때의 어떤 기억이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작년 10월 중국 본토에서 있었던 지도자 훈련을 마친 후, 대만으로 돌아온 황수 선교사님은 목에 이상을 발견하고 병원에 갔습니다. 그런데 그 첫 번째 병원에서 대수롭지 않은 병으로 오진하여 약만 지어주고 돌려보냈습니다. 그래도 목의 이상이 없어지지 않아서 다시 다른 병원을 갔는데 세 번째 만난 의사가 암이라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암이 진행될 때는 급속도로 퍼진다고 하는데, 그 오진으로 치료가 한 달이나 늦어진 것을 생각하니 선교사님은 마음속에 분노가 솟아올랐습니다.

작년 12월, 선교사님은 목 양쪽의 갑상선을 다 떼어내는 수술을 받고, 성탄절 전날 밤에 혼자 병원에 누워 깊은 절망감에 빠져 있었습니다. 오진으로 치료가 늦어진 '한 달'에 대한 분노는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건강했던 자신은 한번도 42세의 나이에 죽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너무 비참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병상에 쓸쓸하게 누워있는데 갑자기 하나님께서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이 병은 하나님이 주신 병이다! 무엇인가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시고자 하시는 메시지가 있다!" 그 메시지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갑자기 마음속에 애통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은 환자로서 병원에서 암 진단을 한 달 늦게 내린 것에 대해서는 심히 분노하면서, 선교사로서 다른 영혼에게 복음을 한 달 늦게 전하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나태함이 떠올랐습니다. 곧 병상은 회개의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한참 울고 나니 마음이 시원해지면서 하나님이 자신의 병든 몸을 치료해주심을 느꼈습니다.

그날 늦게 삼일교회에서 단기선교를 왔던 청년들이 성탄 이브 행사를 마치고 선교사님에게 문병 왔습니다. 그리고 선교사님의 병상을 둘러싸 축복의 손을 펴고 찬송을 불러주었습니다. "당신을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태초부터 시작된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의 만남을 통해 열매를 맺고/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함으로 인해 우리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 되는지." 그 찬송을 들으면서 선교사님은 감격하며 노래 가사가 자신의 사명 고백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내가 존재함으로 주님의 기쁨이 되고, 대만 사람의 기쁨이 되는구나!"

선교사님은 가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왜 내가 1년 내내 습한 이곳에 와야 했는가?" 아마 그 습한 기후도 선교사님의 병이 한 원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선교사님은 원래 중국 사람들을 싫어했습니다. 선교사님의 아버님이 6.25 때 중공군의 총에 맞아 부상을 당해 고생하며 사는 것을 보며 마음속에 중국 사람들에 대한 미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선교사님을 대만 땅으로 보내 중국 사람들을 복음으로 품는 사명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청년들의 찬양을 듣고 다시 한번 대만 사람의 기쁨이 되기 위해 대만 땅에 왔다는 사명감이 새로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때로 살다보면 낙심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귀에게 진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누군가의 사랑 받는 존재이다!"라는 확신이 있을 때, 그리고 "나는 사랑 받는 존재로서 사랑을 주는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낄 때, 우리는 어떤 어려움도 능히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후 선교사님은 강한 치료의 확신을 가지고 두 번의 수술과 두 번의 방사선 치료과정을 잘 견디어냈습니다.

지난 달, 방사선 치료를 마치고 병원을 나서는데, 선교사님은 다시 한번 강한 치유의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확신은 삼일교회 청년들이 병상에서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불러주던 때보다 훨씬 강한 확신으로 전달되었습니다. 그 확신은 바로 둘째 딸로부터 주어진 확신이었습니다.

원래 선교사님의 둘째 딸은 약간 자폐증 증상이 있었습니다. 한국인 1세인 황수 선교사님과 미국 이민 2세로 한국말을 거의 못 하는 사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딸이 한국말과 영어를 다 원활하게 하지 못하고 언어의 혼돈을 겪는 상태에서 다시 대만에 가서 중국어를 접하게 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기에 언어의 불안감 때문에 사람을 극도로 기피했습니다. 그래서 선교사님은 평소에 자폐증 증상을 보이는 둘째 딸을 볼 때마다 "선교는 우리의 사명인데 고생은 네가 더 하는구나!"하고 안쓰러워 했었습니다.

방사선 치료를 받고 병원에서 퇴원하던 날, 선교사님은 자폐증에 걸린 딸과 함께 손을 잡고 병원을 나섰습니다. 마치 지어낸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암에 걸린 아빠와 자폐증에 걸린 어린 딸이 손을 잡고 걸어서 병원을 나서는데, 갑자기 선교사님에게 이런 환상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25년 후에 그 딸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으로 들어가는 환상이었습니다. 그 환상을 보고 선교사님은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하나님! 이 환상 정말 저에게 주신 것이지요? 제 딸이 25년 동안 잘 커서 결혼식장에 들어갈 때까지 저는 절대 죽지 않는 것이지요?"

그 환상은 그 동안 선교사님에게 있었던 병으로 인해 생긴 부정적인 마음, 상처받은 마음, 피해의식, 그리고 공포감을 단번에 사라지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나는 선교사로서 실패한 사람이다!"라고 하는 사명의식을 잃어버린 것을 다시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모든 부정적인 마음들이 딸아이의 손을 잡고 병원을 나서는 동안 완전히 치유되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에게 사명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입니까? 부모의 사명! 목자의 사명! 선교사의 사명! 그 사명이 분명하면 하나님은 어느 누구에게도 넘치는 생명력을 주실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더욱 사랑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폭을 넓혀 선교해야 합니다. 가정의 효자, 효부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시야를 넓혀 세계를 바라보며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하나님의 효자'가 되려는 것은 더 중요합니다. 어떤 분은 "우리는 선교하기에 너무 연약한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연약해도 선교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다 주셨습니다. 그 주님을 따르는 우리가 주님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못 줄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예배를 마치고, 안디옥 선교회에 가서 그 선교회 건물 앞마당에서 밤 10시에 헤어졌습니다. 선교사님이 저에게 먼저 말했습니다. "우리 한번 허그(서로 껴안는 것)합시다." 그리고 헤어졌습니다. 교회로 돌아와 무릎을 꿇었습니다. 테레사 수녀님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우리는 사랑을 증언하고 인생을 축복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우리는 주님의 사랑을 증언해야 합니다. 우리는 서로 축복해야 합니다.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우리는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또 다른 사람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주님이 기뻐하시는 하나님의 효자들이 되지 않겠습니까? (john316.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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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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