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미동의 생각나무, 2007년 7월 6일>

책에는 없는 진짜 공부

◇마음 열기

SBS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를 보면 교육을 둘러싼 우리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식당일을 하고, 대리운전을 하면서도 내 자식만큼은 특목고와 일류 대학에 보내고 싶어하는 부모 심정이 그려진다. 이 드라마에서는 부모의 정보력이 곧 자녀의 학습력을 결정한다. 아이들의 공부 실력은 어떤 학원에서 어떤 강사에게 배웠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자녀가 공부를 잘하는 부모는 대접을 받고 그렇지 못한 부모는 죄인이 된다. 아이의 실력이 곧 부모의 권력이다. 이러한 모습은 학벌이 있어야 사회에서 대접받는다는 인식의 결과다. 이러한 교육적 상황에 맞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필요가 있다. 나는 왜 공부를 하는 것일까? 학벌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어떻게 공부를 해야 잘하는 것일까?

◇생각 쌓기

부모님의 철저한 관리하에 어릴 때부터 공부를 한 학생들은 좋은 고등학교에 가고, 소위 말하는 일류 대학에 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학생들은 한국 사회의 리더로 성장하는데는 한계를 갖게 될 것이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이 형성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사교육에 의존한 학습 방식은 사고의 깊이를 제한할 여지가 있다. 사교육의 경우 강의식 문제풀이식 수업이 진행되는 경향이 많은데 이렇게 다른 사람의 강의를 통해 학습하는 습관에 너무 길들여지면 스스로 공부하는 방식을 모르게 된다. 더 큰 문제점은 충분한 학습동기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억지로 공부하는 것이다. 즉,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한 채 단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또는 부모님이 하라니까 공부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학습량은 세계 최고에 달하고, 학업성취도 역시 세계적 수준에 이른다. 그러나 박제되고 화석화된 학습이 만연해 있기 때문에 공부는 지겨운 것 내지는 억지로 하는 것이 되고 만다.

◇생각에 날개 달기

혹자는 반문할지 모른다. 한국 사회는 학벌사회이고 학력사회인데 공부를 잘해야 리더가 되는 것 아닌가? 나의 대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에 강조된 학습은 이론적 지식을 강조했다. 우리가 배우는 교과서는 그러한 이론적 지식의 일부를 요약해 놓은 것이었다. 그 내용을 얼마나 잘 암기했느냐, 잘 알고 있느냐가 중요한 학력의 척도였다. 그러나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이론적 지식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중시하기보다 경험에 바탕을 둔 새로운 지식을 얼마나 창조하고 잘 정리할 수 있는가를 중시한다. 우리의 통념에는 지식이란 저명한 학자들이 어떤 학문 체계 내에서 인정받은 것을 정리해 놓은 것이었고, 학습은 그것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지식기반 사회에서 강조하는 지식은 저명한 학자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오히려 지식은 인간 개개인의 삶에서 나오는 것이며, 실생활과 밀접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 점에서 지식 생산은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개개인의 경험을 잘 체계화하고, 조직화하면 그것이 곧 정보와 지식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지식을 실천적 지식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다.

과거에는 이론적 지식에 비해 실천적 지식을 하위 지식으로 취급했으나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히딩크가 한국 축구의 수준을 끌어올렸던 그의 축구 전술과 리더십은 체육학과 경영학에서 중요한 지식의 가치를 지닌다. 어떤 영화 장치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가를 잘 알고 있는 영화감독의 경험은 미학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중고등부 학생회를 부흥시킬 수 있었던 어느 전도사님의 경험은 신학적인 지식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터득한 노하우는 학문과 직업 세계에서 매우 많이 강조되고 있다.

이제는 학벌이 아닌 체계화된 경험이 중요하다. 이러한 경험을 학습 및 진로와 얼마나 잘 연결시키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사실, 학벌사회에서는 이러한 개개인의 경험을 철저히 무시했다. 심지어 능력이 있음에도 대학을 나오거나 명문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았다. 그러나 학벌주의가 한국 사회의 경쟁력을 좀먹고 있으며, 그것이 사회 발전에도 기여하지 못하고 있음을 우리는 깨닫고 있다. 더이상 학벌을 위한 공부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삶과 접속하기

나는 초·중·고 시절 많은 것을 경험해볼 것을 주장한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체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진로를 생각하고, 그러한 경험이 학습과 연결돼야 한다. 예컨대 봉사활동을 해보면서 한국의 복지 상황이 열악함을 깨달은 이가 기업의 사회 이윤 환원에 대한 고민을 안고 경영학을 전공하거나 체계적인 복지사업을 꿈꾸며 사회복지학과에 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의 면면을 보면 다양한 활동과 경험에서 시대의 아픔을 보고, 그것에 자기 삶을 던졌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특목고와 일류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한국 사회를 이끄는 리더가 될 수 있다.

◇지혜의 돋보기

1. 진로와 적성이 맞지 않더라도 대학 이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과 대학 간판보다 진로와 적성을 중시해 학과를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 중 나는 어느 것을 더 선호하는가?

2. 학원 수업이 도움이 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는 언제인가?

3. 최근에 학벌과 학력을 무시한 채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기업을 조사해보자.

김성천(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정책실장·안양 충훈고 교사)

조회 수 :
416
등록일 :
2007.07.09
11:13:17 (*.133.34.129)
엮인글 :
http://www.tcf.or.kr/xe/freeboard/106956/2f9/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06956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sort 비추천 수 날짜
878 프로젝트 학습에 관심있으신분..좋은연수기회있습니다. 358     2007-05-08
프로젝트 학습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기윤실 안양 모임에 김삼진 선생님이 나오고 계시는데, 미래교육을준비하는한국교수학습방법연구회장이시기도 합니다. 프로젝트 학습이 제가 알기에는 모듈 중심으로 수업을 구성하는 방식인데, 참여 교사들이 반응이 매...  
877 TCF로고가 있는 공식 유니폼 구입합시다. [2] 657     2007-04-25
작년, 로고 제작 기념으로 축구복을 맞추려 했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하질 못했습니다. 이제는 유니폼을 제작할 때가 되었다는데 대표간사님과 뜻을 같이 했습니다. 그래서 전국 리더모임 전에 유니폼을 제작하여 입을 수 있는 기쁨을 누렸으면 합니다. 첫 ...  
876 서로를 위해 중보 기도할 때인 것 같네요~^^ [6] 512     2007-05-13
어제와 오늘.. 부산에서 있었던 리더 캠프 넘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승호샘의 강추로 처음 참여했던 tcf 수련회가 2001년도에 부산에서 열렸던 남부수련회 였는데, 같은 부산이어선지.. 그 때의 감회가 자꾸 떠오르네요..^^ 저에겐 교직에 첫발을 내딛는 ...  
875 [re] 봄전국리더모임을 마치며 [2] file 346     2007-05-16
 
874 [전국 34개 지역]‘2007 교육을 위한 5월 연합기도회 개최 안내 [2] file 459     2007-05-15
 
873 스승의 날 어떻게 보내셨나요? [7] 431     2007-05-16
어제는 스승의 날이었는데, 어떻게 보내셨나요? 학교마다 휴교하는 곳도 있고, 간단한 행사를 하는 곳도 있을 것인데, 우리 학교는 소풍을 갔다왔습니다.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 속에서 듣는 스승의 날 노래도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 공동체 놀이를 하고,...  
872 북한 아이들이 사용할 공책 디자인을 선생님이 해 주십시오 [2] 508     2007-05-23
좋은교사운동 정병오입니다. 지난 번 방북 이후 북한학교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인데, 학용품을 요청하는 지역이 있어서 6월 말에 1차로 학용품을 보낼 예정입니다. 물론 올해는 북한학교돕기 기금이 저희 예산에 반영되어 있지 않아서 특별 모금 형태로 작지...  
871 교실초 다섯번째 공개강좌-통일(강사:정병오선생님) 499     2007-05-24
안녕하세요. 교육실천을 위한 초등교사모임의 문경민입니다. 세계관-인권-생태-나눔에 이어 다섯 번째 공개강좌를 엽니다. 이번 공개 강좌의 주제는 통일입니다. 강사는 정병오 선생님이십니다. 통일이라는 주제가 너무나도 중요해서 혹 TCF 선생님들 중에도 ...  
870 (기도요청)순천 매산중학교를 위해 [8] 772     2007-05-26
어제 사고를 당한 학교가 매산중학교임을 확인하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매산학교는 깊은 전통의 기독사학이고 최근 영적부흥이 강하게 일고 있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우리 순천TCF 선생님들의 대부분이 매산학원(여중, 여고, 남중, 남고)에 소속되어 계...  
869 일본 도쿄 조선 제2소학교 방송을 보고서 505     2007-05-28
안녕하세요, 믿음의 선생님... '교꿈사람'은 출발은 소박하지만 좋은 뜻을 가진 교육계분들뿐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의 분들과도 협력하여 향후 국내는 물론 해외 저개발국가들 가운데 어려운 여건 아래있는 교육현장의 발전에 기여하는 바람직한 교육 단체로 ...  
868 서상복선생님 집회이야기 [3] 501     2007-05-30
저희학교 학부모세미나 강사로 서상복선생님을 모셨습니다. 바쁘신 일정가운데서도 흔쾌히 불원천리하시고 오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이왕 모셨는데 저녁 집회만 하고 보내드리기엔 너무나 아까워서 2-4시까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이성관과 성교육을 4...  
867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학생정직캠페인 신청하세요~ 649     2007-05-31
<html> <HEAD><TITLE>제목 없음</TITLE> </head> <body style='border: 0px'> <table width=100% text=black vLink=purple aLink=red link=blue bgColor=white><tr><td><!-- OZ_ALIGN_TABLE <table cellpadding=0 cellspacing=0 align='center'><tr><td><!-- O...  
866 안녕하세요, 한인MK사역자 대회에 초대합니다. [2] file 431     2007-06-01
 
865 오늘이 신청 마감일 - 학생정직캠페인 [1] 394     2007-06-04
현재 학생정직캠페인 신청하신 학교가 35개 학교네요. 오늘 1차 신청을 마감하고 내일부터 캠페인물품 자료 발송에 들어갑니다. 뜻이 있었는데 아직 못하신 분은 조금만 서둘러 주세요^^ 학생정직캠페인 홈페이지에 신청하러 가기 http://www.goodteacher.org/...  
864 '구미 기독교사의 밤'에 관심과 기도 부탁드립니다. [2] 440     2007-06-14
오늘 구미TCF에서는 '기독교사의 밤'을 엽니다. 몇 주전부터 이 일을 두고 기도하며 발로 뛰며 준비해왔는데요. TCF회보, 브로셔, 좋은교사저널 과월호, TCF 메모지, 여름수련회 브로 셔 등등을 챙기고 있습니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 여는 구미기독교사의 밤, ...  
863 좋은교사 여름연수 1,2,3탄 465     2007-06-26
안녕하세요~ 선생님 좋은교사운동이 준비한 알찬 여름연수 3가지를 소개합니다. 부디 오셔서 풍성한 배움과 도전의 자리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좋은교사 여름 기획연수 *일정: 7월 23일(월)~24일(화) *장소: 장로교신학대학교, 대전 헬몬수양관 *주제: 연수1 ...  
862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 有) [9] file 567     2007-07-02
 
861 학교폭력,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날려버릴까요? [1] 635     2007-07-03
좋은교사운동에서 학교폭력 토론회를 기획하였습니다. 이제는 초등에서도 학교 폭력이 발생하고, 심지어 선생님들이 애들한테 맞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가해 학부모는 오히려 학교에 와서 큰 소리 치는 세상입니다. 교장 교감 선생님들은 이런 상황에서 전전긍...  
» 학벌, 부모님때문에 공부한다. no! file 김성천 416     2007-07-09
<깨미동의 생각나무, 2007년 7월 6일> 책에는 없는 진짜 공부 ◇마음 열기 SBS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를 보면 교육을 둘러싼 우리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식당일을 하고, 대리운전을 하면서도 내 자식만큼은 특목고와 일류 대학에 보내고 싶어하는 부...  
859 광주 모임 방문기 [2] file 671     2007-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