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해서 남 주냐.” “공장가서 미싱할래, 대학가서 미팅할래.” “10분 더 공부하면 마누라가 바뀐다.” “네 성적에 잠이 오냐.”

생각 열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고3 급훈의 예이다. 이러한 급훈에 대해서 “학력주의와 학벌주의가 한 개인의 인생을 결정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과 “성적 지상주의에 사로잡힌 반교육적인 가치를 학생들에게 주입한 것이다.”라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이러한 급훈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생각에 날개달기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러한 급훈들이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학력주의와 학벌주의에 기인한다. 그 뿌리는 깊다. 조선시대에는 양반만이 대접받을 수 있었다. 양반으로 행세하려면 최소한 ‘생원’과 ‘진사’의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소과시험이나 관직자로 진출할 수 있는 대과에 합격해야만 했다. 적어도 3대 내에 과거 합격자가 나와야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닐 수 있었다. 따라서 조선시대의 과거제도는 개인을 넘어 가문의 대리전이요 총력전이었다. 물론 관직에 연연해하지 않으면서 학문과 자연을 벗 삼던 이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류는 아니었다.

조선시대에는 제도적으로 평민들도 과거시험을 볼 수는 있었지만 경제적인 뒷받침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아무튼 과거 시험에 합격하면 일종의 양반 공인서를 취득한 셈이 되고, 결국 많은 사회적·정치적·경제적 권리를 독점할 수 있었다. 따라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고, 과거제도를 둘러싼 사회적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

당시에도 ‘초집’이라고 해서 일종의 족집게 예상문제집이 돌았다고 한다. 오늘날 사교육의 비대화와 공교육 부실화의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된 것처럼, 조선시대에도 관학에 비해 사학이 융성하여 대책 마련에 애쓰기도 하였다. 또한, 각 정치세력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과거시험 제도를 고치기 위해 피흘려 싸우기도 했다. 이 당시에도 돈주고 관직을 사거나 대리시험과 같은 과거 시험 부정이 발생하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의 교육에도 이러한 모습이 반복되고 있는지 모른다. 다만 조선시대가 거의 양반들만의 리그였다면, 지금은 모든 국민이 학벌주의와 학력주의 경쟁에 나서고 있기에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더욱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있는지 모른다. 사느냐 죽느냐의 입시 전쟁 속에서 일부 학생들은 정당하지 않는 방식으로 경쟁하고 생존하는 법을 터득했고, 급기야 수능때 휴대전화로 부정 응시를 하거나 타 학생들의 인터넷 원서 접수를 방해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해킹을 하는 범법 행위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화이트칼라 범죄’(white collar crime)라는 용어가 있다.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직무 수행과 관련해 범하는 범죄로, 기업인의 허위 과장 광고, 증권 및 회계 조작, 공무원 또는 정치인의 뇌물수수, 의사의 의료비리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범죄에 대해 사실 우리 사회는 일반 범죄에 비해 비교적 관대한 경향이 있다. 심지어는 어쩔 수 없는 관습의 희생자로 동정을 받기도 한다. 화이트칼라 범죄는 그 범죄의 피해 규모와 영향력이 일반 범죄에 비해 크기 때문에 더욱 엄중히 다스려져야 할 것이다.

이렇게 ‘화이트칼라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위치에 오른 사람들은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했을까 못했을까? 또한, 이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공부를 했을까? 아마도 생존 경쟁에서 무조건 살아남아야 한다는 급훈을 바라보면서 열심히 공부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지위를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열심히 공부를 했다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입시 경쟁 이전에 ‘내가 왜 무엇을 위해서 공부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남들보다 좋은 대학과 직장을 나와서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집과 자가용을 얻고 물질적으로 사회적으로 대접받기 위함”이 아니라 “내가 전공한 지식과 기술로 정당하게 노력하여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만들고 싶다.”는 것이라면 적어도 수능 부정도, 입학 원서 해킹도, 화이트칼라 범죄도 발생되지 않을 것이다.



생각 주머니 넓히기
1. 내가 만약 교사라면 어떤 학급 급훈을 만들어 보고 싶은가? 그 급훈을 한번 적어 보자.

2. 우리 반 학급 급훈을 한번 생각해 보자. 어떤 의도와 가치가 담겨져 있다고 보는가.

3. 화이트칼라 범죄가 발생한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 보자. 이에 비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있다. 이 용어는 지위가 높고, 많은 것을 배우고, 경제적 수입이 높은 사람일수록 보다 많은 사회적 책무를 수행한다는 말이다.‘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이행된 사례를 찾아보자.



김성천 안양 충훈고 교사·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조회 수 :
773
등록일 :
2006.03.31
09:33:33 (*.112.148.83)
엮인글 :
http://www.tcf.or.kr/xe/freeboard/105417/c9c/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05417

강영희

2006.03.31
10:17:57
(*.29.25.245)
휴직하고보니 주변 아줌마들, 아이들을 대신하여 경쟁하는 모습들.
그 가운데서 그간 우리 아이들 별로 조이지 않고 놔두던 제가 경쟁의 문제를 어떻게 봐야하는지 고민하고 있답니다.어제는 차를 기다리다 시간이 남아 서점에 갔는데 "꿈이 있으면 성공한다"(?)는 책 제목이 그래서 눈에 확 들어오더라구요...부모로서 교사로서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주님의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겠죠. 좋은글 감사!!!

손지원

2006.03.31
20:07:58
(*.242.31.21)
좋은 글입니다. 공감이 되네요. 저희 반의 급훈은..."희망가득, 사랑가득"입니다. 고3교실인데, 다들 초등학교 급훈같다고 합니다.ㅋㅋ ^^;

조정옥

2006.04.03
13:05:28
(*.242.114.10)
저희반 급훈은 synergy effect입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돕고 협력해 각자의 힘보다 더 큰 효과를 내자는 뜻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1418 선생님 의견을 듣고 싶어요 [2] 송인수 2004-04-06 360
1417 [2004기독교사대회] 등록시작!(1차등록기간) 김동현 2004-04-03 436
1416 Re..반갑습니다! 강영희 2004-04-03 341
1415 충남 논산에서 기독교사회를 조직하고 있습니다. [2] 김태윤 2004-04-03 580
1414 Re..초정리 온천수도 있습니다 박은철 2004-04-02 635
1413 ☆ 일본 간호사들....역시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오빠최고 2004-04-02 517
1412 (대구, 경북 캠프준비팀) EBS를 아시나요? [2] 신재식, 인태경, 한연 2004-04-01 478
1411 봄 리더모임 일정은 [2] 박은철 2004-04-01 340
1410 가정방문 시작합시다 박은철 2004-03-29 405
1409 김숙현입니다.^^ [1] file 김숙현 2004-03-28 344
1408 좋은교사의 송인수 선생님 수원 TCF특강 장현건 2004-03-26 367
1407 4/24 전국리더모임 장소.약도 [3] file 이현래 2004-03-26 474
1406 2004 봄 전국리더모임 안내 [2] 박은철 2004-03-15 390
1405 교사모집 정병오 2004-03-13 420
1404 ▶◀ [토론방]에 탄핵소추에 대한 토론 진행.... [7] 손지원 2004-03-12 485
1403 깨미동 아카데미에 오세요 file 강정훈 2004-03-12 372
1402 좋은모임을 소개합니다. [1] file 강진규 2004-03-09 422
1401 기독교사대회 기간안내 [1] 박은철 2004-03-09 346
1400 2004년 기독교사대회 안내가 지금쯤 필요 [2] 서상복 2004-03-08 399
1399 예비기독교사 아카데미 홍보좀 해주세요 좋은교사 2004-03-08 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