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은...

내 소망의 근원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두려움과 죄책감, 부끄러운 마음의 근원이기도 했습니다.

어느덧 아렷한 저 편의 기억이 되버린 어린 시절...

힘들어하는 이들을 대하노라면, 울며 기도하는 이들을 보노라면
상처는 제게 있어 무관한 것임을 생각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97년 여름 수련회에서...
당신은 내가 상처 많은 자임을 보게 하셨습니다.
강하고 왜곡된 자아로 나 자신의 상처와 진실을 외면하며,
때론 성숙하고픈 열망에 인생의 상처들을 동경하며 살아온 나를...
그 곳에서 처음 당신께 그렇게 마음의 무릎 꿇었지요.

그러나 난 다시 내 길을 걸었습니다.
이젠 신념이 아닌 신앙이라는 최면을 걸며...

그래서...
그 숱한 시간 속 주를 향한 좇음과 열정, 고민, 포기에도 불구하고
속사람의 성숙은 없었나 봅니다.
하나님과 깊은 관계 맺지 못했나 봅니다.
하나님만 전심전력으로 구하는 삶이 아니라,
내 자신의 성숙이, 하나님을 기뻐하게 하는 삶의 방법이 목적이었기에...

지금 돌아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전 두려워했습니다.
내면의 감정을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미래를 두려워했습니다.

그래서 그 시절이 힘들었었나 봅니다.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다림의 시간이 아주 어려운 시간이라지요.
두려워하고 있을 때, 그 곳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데
전 두려워하면서 또한 기다리고 있었기에...

그 땐 몰랐지만, 지금은 그게 기다림이었음을 봅니다.

내가 알지 못했던 내 영혼의 갈증은, 내 삶의 목마름은
하나님에 대한 기다림 그리고 날 향한 하나님의 기다림이었습니다.

제 작년 여름 수련회에서 2년 만에 만난 ivf후배가 그랬지요.
"오빠, 사람이 완숙해진 것 같아요.
전에는 공격적인 느낌이 은근히 있었는데, 편안해지고 부드러워진 느낌이에요."

이젠 두려움의 세계 가운데 눌려 살지 않기에,
왜곡된 자아를 주님이 바로 세워 주셔가기에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쉬 보이는
공격적이고, 적대적이며, 파괴적인 감춰진 반응들이 옅어져감이겠지요.

하나님이 부르시며 허락하시는 기다림의 자리로 가고 있음을
당신께서 그리 말씀해 주심이라 여겨 지네요.

하나님에 대한 기다림...
하나님의 기다림...

그 곳에서 당신은 기다림이 삶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임을 알게 하셨지요.

기다림의 본질은 약속을 믿는 것임을,
그리고 미래에 성취되어질 것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바라보며
현재를 능동적으로 살며 그 곳에서 인내하며 기다리는 삶이라는 것을...
나 자신을, 내 삶을, 내 미래를 통제하고자 하는 불가능한 것을 포기하고
하나님이 모든 것을 주관하게 하시는 것이라는 것을...

그 곳에서 연약하여지길 원하는 나를,
내가 연약해지길 원하는 당신을 알았습니다.
가장 연약한 자가 되는 바로 그 곳에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평안이 숨겨져 있었기에...
내가 가장 심한 상처와 아픔을 느끼고
가장 불안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마음의 그 장소에서,
내 자아와 이성의 통제가 먹혀 들지 않는 그 곳에서
온전히 주님만 의뢰하며 의존하는 당신의 부름심이 있었기에...

그리고 그 곳에서...
내 연약함을 위해 친히 연약한 인간이 되신 주님의 연약함은
나로 하여금 하나님의 마음으로 가는 길을 열어 주셨지요.

그리고 지금 내가 해야할 것은, 또 믿는 것은...
이 세상에서 내가 하나님께 속한 존재이기에 자유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믿는 믿음...
타인의 반응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자유,
하나님의 임재로 인해 감사할 수 있는 자유...

이렇게... 이렇게...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은...
하나님에 대한 기다림, 하나님의 기다림입니다.

"내 일평생 홀로 살아가도 좋사오니
내 오직 당신께 바라는 것 하나..."
연인에게 고백하듯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을 소망하네요.

2002. 1월 3일 (목)

얼마 전, 크리스마스 선물로 매형이 누나에게 준 cd에서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을 들으며 하나님을 향한 나의 마음과 삶을 맑고 순수하게 글로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새벽 내내 조금도 쓰지 못했죠. 그러다 오늘 효준형에게 새해 선물로 줄 책을 고르다 오래전 읽었던 책-헨리 나우웬 [영성에의 길]-을 다시 훑어보게 되었죠. 그 때 읽으며 젖어왔던 것들을 오늘 다시 돌아보며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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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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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f가 뭔지도 몰랐던 어리버리 예비교사에게, 1차 시험을 보고 방에서 뒹글던 예비교사에게, 이번 수련회는 하나님께 받은 선물이었습니다. 눈물나도록 감사한 하나님의 축복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장으로 섬겨주셨던 옥미나 선생님과 30조의 세 분 선생님...  
2923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465     2002-01-01
수련회동안 받은 은혜 항상 기억하며 기도하고 다짐했던바를 실천으로 옮기는 우리가 되길 소망합니다... 우리 모두가 새해에는 좀더 든든히 서가는 기독교사들이 되리라 주안에서 확신하며 샘들을 통해 이루실 하나님의 놀라운 일들을 기대해봅니다 새해에 ...  
2922 사진으로 다시 보는 수련회 [2] 457     2002-01-01
이번 수련회 때 찍은 사진 중 몇장만 올려봅니다. 류주욱 선생님이 수련회 사진을 많이 찍으셨고, 한창 작업을 하고 계시니 곧 사진게시판을 열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2921 기쁨이네 2002프로젝트... 424     2002-01-01
TCF지체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년동안 수련회를 함께 하지 못했었는데 임신 9개월째인 아내와 이번 수련회에 함께 했다는게 참으로 감사했었구요. 많은 은혜을 체험했습니다. 어제 아내-양지안-와 함께 새해를 설계해 봤어요. 여러분들께 나누고 기도를 ...  
2920 지역대표자님들께 367     2002-01-02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수련회에 말씀 드린 지역역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정리하겠습니다. 지역 역사의 내용은 옛날,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쓰시면 됩니다. 옛날: 만들어지게 된 계기, 비전, 그리고 초기 멤버들과 헤프닝들... 각종 행사들, 오늘: 요...  
2919 기독교사의 성품 451     2002-01-02
두번째 강해설교 기독교사의 성품(눅22:24-34,54-62) 성령은 어색함을 통해 역사한다. 가르쳐지는 것은 교과의 내용과 우리의 인격이다.삶과 앎은 분리되지 않고 교사의 삶과 교과는 분리되지 않는다. 존재론과 인식론,교수론은 구별되지 않는다. 내게 배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