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꼬마가 그립습니다.

어릴 때 제가 살던 마을에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마음까지 시릴정도로 추운 기온 위에 하얀 눈이 덮여서 포근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강원도 횡계.

지금 용평 스키장이 있는 마을입니다. 몰라보게 달라졌지만 제 기억 속에서는 언제나 그대로입니다.

어느 날, 대관령 산장까지 오르는 50여 미터 되는 내리막 길을 비료포대를 가지고 썰매를 타고 있었습니다. 비료포대는 비료를 담는 비닐포대를 말합니다. 우리 마을에서는 겨울에 썰매보다 비료포대가 더 인기가 있었습니다. 가볍고, 잘 미끄러지고, 속도도 빠르고, 다루기가 쉬웠기 때문입니다.

몇번을 오르내리면서 비료포대가 눈 위를 미끌어지는 스릴을 만끽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저를 불렀습니다.

미국인 "*&^% !"

고개를 돌려보니 대관령 산장에서 묵고있는 미국인이었습니다.

미국인 "*&%$#@&^*&^%"

당시 10살이던 저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손가락으로 비료포대를 가리키는 것을 보고 직감적으로 비료포대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창한 한국말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 "이거요?"
미국인 "*&^%$#$%%^^&*&"
나 "타보고 싶으세요?"
미국인 "&^%$&*&^%"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무엇을 원하는지 뜻은 통했기 때문에 저는 비료포대를 그 미국인에게 주었습니다.

나 "타세요."

미국인은 비료포대를 받더니 제 손에 돈을 주었습니다. 얼마였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린 제게 그 돈은 큰 액수였습니다.

나 "싫어요. 그냥 드릴께요."
미국인 "*&^%^&*^^."

아무리 거절해도 미국인은 웃으면서 돈을 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마지 못해 비료포대를 팔았습니다.
수출의 역군으로 한몫을 한 것입니다.(뿌듯^^)

경사진 길을 내려와 집으로 오면서 뒤를 돌아보니 그 덩치 큰 미국인이 비료포대를 타고 꼭대기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어린 제게는 비료포대가 컸지만, 덩치가 큰 그 미국인에게 비료포대는 겨우 엉덩이를 가릴 정도로 작았습니다.

곰 한마리가 그 큰 엉덩이로 작은 나뭇잎을 타고 눈 덮힌 언덕을 내려오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혹시 제게도 임상옥과 같은 능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_-

그 흔한 비료포대를 파는 재주를 보면......

겨울이 되면 비료포대를 다시 타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무엘에게도 비료포대를 타는 재미를 알게 해주고 싶습니다.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요즘 아이들에게 비료포대 썰매의 순수함을 알게해 주고 싶습니다.

파란 하늘아래 흰 눈이 쌓여있는 언덕 길을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달리는 기쁨을 요즘 10대 아이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베다니에서 곽용화 목사(수원TCF 지도목사)


<아래그림> 썰매타는 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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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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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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