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의 조퇴 투쟁-질긴 놈이 이긴다



교육청에서 조퇴시키지 말라는 공문이 왔던 것일까요?

시간표 하나 바꾸는데 교무부장을 거쳐서 교감까지 가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렇게해서 수업은 다 하고서 3:40경 학교를 떠나 서대문 교육청 앞에 갔습니다.

4:10에 도착해보니 인권 학원의 선생님들과 김재석서울지부장님 등 주최측 외에는 아직 선생님들이 많이 오시지 않은 상태였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많은 선생님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인권 학원의 진인권과 이를 비호하는 시교육청의 유인종 교육감을 규탄하는 집회가 점점 열기를 더하여갔습니다. 그러는 동안 봄날의 햇살도 기울어가고 해도 졌습니다.

집회는 일몰까지만 하는 것이 합법이라고 하면서 경찰이 이제 해산하지 않으면 전원 연행해간다는 통고를 했지만 김재석지부장은 감옥갈 준비가 돼 있다 했고 우리도 전원 뒤를 따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로부터 조금 지났을까?

그 때까지 전경으로 둘러싸여 굳게 차단돼 있던 인의 장막이 열리고 몇 명의 교육청 직원이 나오더니 김재석 지부장과 인권 학원의 연합 분회장 등 몇 분의 선생님을 모시고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벌써 그 때만 해도 비록 봄바람이 스쳐간다고는 해도 아스팔트 위에서 규탄 대회를 가지기 시작한 지도 어언 3시간 이상이 지나간 후였습니다.

새학기가 시작한 지도 한 달이 가까워오건만 도대체 서울시 교육을 통괄하고 있다는 교육청이 아직 입학식 조차 가지지 못한 채 수업 파행이 한 달 가까이 이어져 오는 인권 학원에 대해서는 왜 저리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까? 인권 학원에 적을 두고 있는 학생이 자그마치 5천명, 이 학생이 적은 숫자라서 무시하는 것입니까?

잘못을 잘못이라고 지적한 죄로 범법 행위를 저지르고도 이 나라의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서 법적으로 승리해서 보무도 당당하게 돌아온 구재단에게(그 것도 분명한 유령 재단에게) 억울하기 짝이 없게도 15명의 교사가 파면을 당하고 4명의 교사가 해임을 당해도 구경만 하고 있다니 교사의 신분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조차 파리 목숨만도 못하다면 시골 골짝에서 소리도 못 지르고 당하는 교사는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 자리에 나온 교사들은 이 사태를 인권학원에 국한한 사태로 결코 볼 수 없었습니다. 남의 문제가 아닌 바로 내 문제였습니다. 그랬기에 경찰은 연행한다고 겁을 주고 날은 어두워 찬바람이 옷길을 여미게 하는데도 누구 하나 일어서지 않고 밤을 새워서라도 투쟁하겠다고 아예 아스팔트에 주저 앉아 장기전에 대비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몸살 감기에 걸려 있어서 기침이 나고 몸이 괴로웠지만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지도부가 교육청에 들어간 지 2시간 십여분이 지나서 마침내 소식이 왔습니다.

'앞으로 이틀 내에 인권 학원 연합 분회와 진인권의 직접 협상으로도 인권 학원의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바로 관선 이사를 파견한다.'

이렇게 협상이 타결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노동자가 가진 권한은 남을 자르거나 징계할 권한은 없지만 오직 몸 하나도 버틸 권한 밖에 없음을 이 몸 하나도 모든 것을 버텨내야 하는 것임을 오늘처럼 절실하게 깨달은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집회의 화두는 단연 '질긴 (연)놈이 이긴다'였습니다. 누가 오래 버티느냐가 싸움의 승부를 결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밤을 새울 각오로 버텼고 그러자 마침내 밤을 새우지 않고도 이만한 타협안을 끌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9일간 현수막을 걸어 놓고 단식 투쟁을 하시던 김재석 서울지부장님도, 한 달 가까이 온갖 구호를 교육청 쇠창살 사이에 붙여 놓고 농성하시던 인권 연합 분회의 선생님들도 모든 구호와 현수막을 떼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정말 반가웠습니다. 하나님이 분명히 계시다는 생각도 다시 들었습니다.

밤이 늦었지만 오늘 귀가하는 모든 전교조선생님이 자랑스러워 보였고 몸은 피곤해 보여도 그 얼굴에는 기운이 넘치는 듯했습니다.

'질긴 놈이 이긴다'

오늘 집회의 화두를 꼽씹으며 귀가길을 서둘렀습니다.

오늘 집회에 참석하신 모든 선생님들에게 영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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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28
20:18:34 (*.223.171.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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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희

2001.11.30
00:00:00
(*.248.104.254)
저도 사립학교로 인해 인원학원에 비하면 작은 문제를 겪으며 그 학교의 상황을 마음아파했었습니다.인간을 우습게 대하는 일부 사학의 관행,질낮은 사고방식이 언젠가는 변할날도 오겠지요? 소식 반갑습니다. [03/29-08:00]

박은철

2001.11.30
00:00:00
(*.95.24.70)
'시대적 변환기에서 가장 비극적인 일은 소수 악한자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다수 선한 사람들의 소름끼치는 침묵이다' -마틴 루터 킹-
오직 공법을 물 같이 정의를 하수 같이 흘릴지로다... 힘내세요 [03/29-18:22]

이영식

2001.11.30
00:00:00
(*.34.182.77)
이땅은 우리의 기도뿐만아니라 우리 온몸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을 다시금 느낍니다. 용기를 내시기 바랍니다. [04/02-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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