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유산


나는 나이 드는 것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나보다 나이 많은 형, 누나들처럼 크고 싶었고 어른들을 보면 나도 어서 나이가 들어 당당한 어른이 되고 싶었다. 나보다 더 많이 산 이들의 삶이 배어나온 모습이 좋아 보였고 나도 그만큼의 삶을 소유하고 싶었다. 그리고 되풀이하여 그만큼의 나이가 되어도 여전히 앞에 있는 연령대의 분들이 멋있어 보인다.

 

30대 말에 대학원 석사 과정에 파견 형태로 있으면서 건물 안에서 거의 모든 생활이 이루어진 때가 있었다. 몇 달 만에 관절이 많이 굳은 것과 몸이 전과 같지 않은 것을 느끼며 운동과 건강관리의 소중함을 절감하였다. 그러면서 나이가 든다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노년으로 향하면서 몸이 쇠하여지고 불편해진다는 것이 나와는 관계없는 남의 일이 아니라 누구나 겪게 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비로소 인식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한 해가 지나가고 나이를 먹는 것이 싫지 않다.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늘어 가고 살아낸 삶이 쌓여 가며, 여전히 내 앞에는 새로운 날들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혹시 늙어간다는 말이 인생의 이력과 경륜이 늘어간다는 의미에서 온 것이 아닐까?

 

시편 119편에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금과옥조들과 아름다운 고백들이 많이 나오는데, 54~57절에는 다음과 같은 말씀이 등장한다. “내가 나그네 된 집에서 주의 율례들이 나의 노래가 되었나이다. 여호와여 내가 밤에 주의 이름을 기억하고 주의 법을 지켰나이다. 내 소유는 이것이니 곧 주의 법도들을 지킨 것이니이다. 여호와는 나의 분깃이시니 나는 주의 말씀을 지키리라 하였나이다.” 시인은 인생을 살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나그네 길의 벗이요 노래로 삼고 있다. 어둡고 두려운 인생의 밤길에서는 여호와의 이름을 기억하며 주님과 함께 견디었고, 고난의 시기일지라도 주의 법을 포기하지 않고 말씀을 붙잡고자 힘썼다. 그리하여 주의 말씀을 지키며 살아온 삶이 자신의 소유요 성취임을 고백한다. 그리고 하나님을 상속받은 유산으로 간수하며 말씀을 지키는 삶을 계속해나가고자 다짐한다.

 

인생은 화려하고 영광 가득한 길이 아닌 것 같다. 기쁨과 감격도 있지만 슬픔과 좌절도 있고 낙심과 고난 또한 적지 않다. 다른 사람의 삶을 볼 때는 화려함과 행복이 더 크게 보이기 마련이지만 내게로 다가오면 쉽지 않은 길이 된다. 겉으로 보이는 타인의 모습과 아직 오지 않은 알 수 없는 미래는 나의 것이 아니며 내가 살아낸 길이 바로 나의 인생이요 유산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감사하게도 우리가 살아온 삶의 모든 것을 받으신다. 우리의 열매와 성공, 기쁨만이 아니라 넘어짐과 좌절, 아픔까지도 제거하지 않으시고 있는 그대로 받으신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현재의 순간들을 소홀히 여기지 말자. 여러 모양으로 함께 하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함께 즐거워하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자. 주어진 여건 속에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 어두운 밤일지라도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주님과 말씀을 붙잡고 노래하며 견뎌 나가자. 넘어지게 되더라도 주님 쪽으로 넘어지고, 주님 손 붙잡고 다시 일어서고.... 그렇게 가다보면 시인의 글과 같이 지나온 삶이 나의 성취요 유산임을 고백하며 감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새해가 다가왔다. 내 삶의 유산에 새 항목을 추가하자!

조회 수 :
2339
등록일 :
2011.12.29
11:10:57 (*.38.54.129)
엮인글 :
http://www.tcf.or.kr/xe/freeboard/183575/37b/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83575

안준길

2011.12.29
17:55:02
(*.121.205.143)

남대구 선생님으로부터 "택배가 하나 배달 중인데, 반품/교환/취소가 안됨. 내용물은 ..... 나이 한 살" 이라는 문자를 어제 받았습니다. 첨엔 어른 되는게, 교사되는게, 부장되는게 즐겁기만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무게가 커져만 갑니다. 말씀하신대로 선망하다가 내 일이 되니 힘든 일도 많네요. 더불어 전엔 할 수 없던 생각, 말, 경험도 쌓이고 지혜도 쌓아보려 애씁니다. 늘 좋은 나눔 감사합니다. 아까운 마흔 하나를 이틀 남긴 후배가 .

최영철

2011.12.29
21:42:36
(*.151.223.212)

' 주님 쪽으로 넘어지자 '는 말 너무 좋네요. ^^; 살며 나이드는 것이 좋아 진다면 주님과 더 가까워지는 거겠지요 ㅋㅋ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sort 비추천 수 날짜
3018 모두들 평안하십니까? 372     2002-01-03
며칠전에 일년칠개월만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심은희, 나애경, 정경희 쌤들의 만남은 저에게 더 없이 기쁜 즐거움이었습니다. TCF 쌤들 ...... 모두들 잘 계시죠 ? 정말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특별히 이번 수련회에 참석하고 싶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습니...  
3017 영화감상기 '두사부일체' 539     2002-01-03
[조폭 영화 일색. 앞으로의 한국영화 과연 어디로?.. ] 식상한 헤드라인이다. 이런 식의 문구에는 더 이상 눈길이 가지 않는 요즘이다. 조폭영화.. 뻔한 스토리 식상한 얼굴들, 여기 저기 적당한 코믹 요소와 약간의 감동적인 요소, 그리고 폭력성을 적당히 섞...  
3016 PBS방법론 정리 - 선택강의 중 이용세강도사님 file 456     2002-01-04
 
3015 큰돌과 작은돌 381     2002-01-04
 
3014 Re..에휴... 모르시는 말씀-.- 345     2002-01-05
과분한 격려에 감사합니다. ^^: 그치만.. 진짜... 저.. 글은 자신없어요, 에휴 좋은 교사 저널에 이번 한학기 두 꼭지 정도를 담당했었어요. 그때 하도 글을 쓰는게 부담되고 못써서.. 이런 장난스런.. 하지만 처절한 글을 한번 적어 봤었요 제발.. 글을 좀 . ...  
3013 Re..미안하지만 정말 재미있네요.^^ 351     2002-01-04
조카 때문에 고생하시는 선생님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읽는 사람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 뒷 이야기도 궁금해집니다. 완전한 언문 일치체에 생생한 묘사 위주의 문장이 현장감을 더하게 합니다. (크~ 직업병 또 나왔다.) 게다가, 사람 얼굴하고 글 하고 상응되...  
3012 육아일기 519     2002-01-04
서울에 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있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지만 오늘처럼 아기를 보는 일이 제게 주어질 때는 난감합니다. ^^; 지난 여름 조카 3명을 한꺼번에 보면서 처절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비장한 각오로 오랫만에 모임에 가시는 부모님께 인사를 드...  
3011 저희 학교가... 397     2002-01-04
2학기 말쯤에 기도 부탁으로 띄웠던 이야기를 기억하실런지... 저희 학교가 농어촌 점수 부여 학교가 되었다는 얘기를 방금 들었습니다. 농어촌 점수 부여 학교에서 최종적으로 제외된 걸로 알았는데, 확정이 되었다네요. 원래는 6학급 소규모 학교인 이 곳에 ...  
3010 Re..좋은교사란? [1] 510     2002-01-05
언젠가 교과서에서 장애인 이야기가 나왔을 때 아이들과 나눴던 것이 생각납니다. "얘들아~~~선생님은 말이지.... 좋은교사가 되기 한 조건이 신체적으로 건강한 사람에 국한 되는 것에는 동의 할 수 없단다. 왜냐면 시력을 잃은 선생님은 눈으로 볼 수 없는 ...  
3009 이런 경우라면 당신은 어찌 하시겠습니까? 471     2002-01-04
이런 경우 여러분이라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이 글을 읽으면서 굳이 교대에 이런 제한을 둬야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장애인은 교사가 될수 없는 것일까? 교육활동을 완전히 할수 없는 장애인을 제외 하고는 충분히 업무를 수행할수 있지 않습니까...이렇...  
3008 사진찍히느라고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2] 382     2002-01-04
선생님들 반갑니다. 한병선이예요. 슬라이드 쇼와 사진 찍어준 여자 입니다. 게시판에 오니 수련회 생각이 나는 군요. 개인적으로 큰 고민이 있으면서 수련회에 갔습니다 잘 모르는 분들과 같이 있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특히 저 혼자만 교사가 아니라...  
3007 조리 기능사에 도전합니다! [4] 556     2002-01-04
저의 큰 단점이자 장점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일단 벌여놓고 본다입니다. 올해의 결심 한 가지를 드디어 실천에 옮겼습니다. 오늘 요리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양식 조리사반' 처음에는 누나가 "너 아예 요리사 자격증을 따는게 어때?" 속으로 정말 누나 맞...  
3006 Re..저도 그래요. 381     2002-01-07
백미자매.. 저도 많이 보고 싶어요. 자매를 작년(^^)에 두번 볼 수 있었죠? 조원으로 스카웃 할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이게 다 조장의 힘이죠 ^^; 기윤실 교사모임에서 자매와 함께 은혜를 누렸던 선생님들은 참 복 많은 분들입니다. 그리고 한해.. 자매와 함...  
3005 육아일기(2) 393     2002-01-05
저는 비디오 보는거 참 좋아합니다. 왠만큼 유치한 만화 영화도 끝까지 견고하게 잘 보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어제 지윤이와 꼬꼬마 텔레토비를 3번(그것도 같은 걸로) 봐야 했을때.. 이제 큰 인형만 봐도 질립니다. 특히 .. 발을 동동 구르며 "아이 좋아.." ...  
3004 또 하나의 생각에 대하여... [1] 333     2002-01-05
새해 하나님의 복이 선생님의 가정에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홍순영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이 보이네요. 저 역시 사진을 찍으면서 계속해서 생각나시는 분이 김대영 선생님이셨습니다. 김대영 선생님에 대하여 아시는 분들은 저에게 대부분 왜 못오셨는지에 대...  
3003 Re..선생님 반갑습니다. 366     2002-01-07
선생님 벌써 일본에 가 계시군요^^ 이렇게 선생님 글을 읽고나니 저 또한 수련회의 감동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기간중 끊이지 않았던 선생님의 꾸밈없는 미소와 함께 말이죠. 새해가 시작되었는데 방학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지만, 자칫 나태한 생활을 하게 될...  
3002 Re..감동이 새롭습니다 345     2002-01-07
류선생님의 열정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류선생님이 빌려주신 체육복의 따듯한 사랑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3일간 계속 누구 것인지도 모르고 입고 있다가 마지막날 가르쳐주신 그 마음 ...이 글을 통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번 수련회가 저에게는 매우 ...  
3001 강해와 인간관계 사진을 올리고 있습니다. 513     2002-01-05
디지털로 찍은 사진은 분류를 했습니다. 강해와 첫시간 인간관계의 나눔에서 찍었던 사진을 올리고 있습니다. 한번에 다 올리는 것 보다 매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잘 나오지 못한 것 같아 저 역시 아쉬움이 있습니다. 일반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더욱 잘 나...  
3000 드림연수에 다녀와서... [1] 356     2002-01-05
좀전에 드림연수에서 돌아왔습니다. 3일간 진행된 연수는 교수님들의 도움도 있었지만 주로 교사들의 자발적인 Ÿp샵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감동의 시간이었고 앞으로의 수학교과 모임의 방향을 확실히 할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각 과별...  
2999 예수원 다녀왔어요~~^^ 475     2002-01-05
홍순영, 손지원, 서은지선생님, 그리고 저희학교 선생님한분, 서은지 선생님 교회친구분... 이렇게 여섯이서 2박 3일간 예수원을 다녀왔습니다. 제일 추웠던 기간에 다녀왔는데... 그래도 저희에겐 귀한 쉼의 기간이 되었습니다... 제가 적은 글을 잠시 나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