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부족한 것!


나는 양초를 좋아한다. 어릴 적 정전이 되어 어두울 때 두려움을 쫓아주고 따스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양초와 그 빛을 좋아했다. 어두운 공간에 빛을 주고 어둠과 밝음 사이의 점진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그리고 시선을 밝은 곳으로 집중하게 하는 양초의 불빛이 좋았다. 자라서는 양초의 희생적 속성으로 인해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자신을 태워서 주변을 밝히는데 해로운 것은 만들지 않고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만 생성하며 결국엔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장식용 양초에는 별로 마음이 끌리지 않는다. 아무리 예쁘거나 값진 것이라도 양초라는 물건 자체보다는 타고 있는 촛불이 더 마음을 끈다.

 

마가복음 14장 17~31절에는 예수님을 찾아온 한 청년 이야기가 나온다. 달려와 무릎 꿇고 예수님을 선한 선생님으로 호칭하며 영생을 얻고자 조언을 구한다. 하나님의 계명을 지킬 것을 말씀하시자 그는 어려서부터 다 지켜왔다고 말한다. 이에 예수님은 사랑의 마음으로 그를 보시며 여전히 부족한 한 가지를 말씀하신다. 가진 재물을 모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고 예수님을 쫓을 것을.... 그러자 그 청년은 재물이 많으므로 슬픈 표정으로 근심하며 예수님을 떠나갔다.

 

기독교가 타 종교보다 위대하고 특별한 이유는 예수님의 성육신에 있을 것이다. 초월적 존재인 신이 자신의 능력의 일부를 사용하여 인간을 적당히 도와주거나 구원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본질적인 죄성과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절대적 사랑과 공의의 모순을 해결해야 했다. 유일한 해결책으로 외아들인 예수님을 즉, 신이 인간의 죄 값을 위해 자기 자신을 온전히 죽음에 내어주셨다.

 

신앙생활과 선행에는 나름의 명예와 보람, 자기만족이 따른다. 예수님을 찾아갔던 청년은 어려서부터 하나님이 정해주신 계명을 지키며 모범이 되는 생활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계명을 잘 지키고 인정을 받는 생활을 하게 되면 더욱 그 길을 갈 수 있는 내적 동기와 힘을 얻게 되고, 허황된 일에 관심을 빼앗기지 않도록 성취감도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삶의 동기와 만족이 무엇으로부터 오는가에 있을 것이다. 내가 무엇을 잘 한 데서 오는 기쁨과 다른 사람의 필요를 채우고 돕는 데서 오는 기쁨은 차이가 있다. 전자는 나에게 유익이 되지 않는다면 그 내적 동기를 잃게 되는 것이고, 후자는 다른 사람의 유익과 기쁨을 보면 볼수록 나의 것을 버리고 내어 줄 수 있는 희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인간을 위해 대신 죽으시려고 희생과 섬김의 길을 가시며 부자 청년에게 자신을 따를 것을 권면하신다. 부자 청년은 자신의 많은 재물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근심 속에 예수님을 떠나갔다. 아마도 부자 청년은 많은 선행 속에서도, 자신의 재물을 가볍게 여길 정도로 희생의 기쁨을 경험하지는 못한 것 같다.

 

우리는 부를 기대하고 추구하며 점차 부하게 될 것을 당연시한다. 막연한 낙관론이거나 진화론의 영향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모습은 우리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 초대교회나 과거의 성도들도 우리와 같은 기대와 소망으로 살았을까? 나는 빛과 소금의 삶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양초와 같이 자신을 태우기를 꺼려한다. 자신이 소모되고 남는 것이 없게 될까봐 저항하며 장식용 양초로 남고자 버티는 모습을 종종 발견한다. 소모되어 남은 것이 없다면 그게 바로 빛과 소금의 삶을 산 것일 텐데.... 하나님 보시기에 요즈음의 한국 교회는 한 가지 부족한 것을 고치기를 거부하는 부자 청년의 모습이 아닐까? 세상은 잘하는 것에 감동받지 않고 희생을 통한 섬김의 모습을 볼 때 감동받게 되는데, 희생의 모습을 잃은 채 소유와 기득권을 움켜쥐고 선행만으로 인정받으려 하기에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비난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으로는 할 수 없으나 하나님은 하실 수 있는 그 구원의 역사가 나와 한국 교회에 임하시기를 기도한다.

조회 수 :
1846
등록일 :
2011.04.30
11:22:32 (*.38.54.129)
엮인글 :
http://www.tcf.or.kr/xe/freeboard/169086/c64/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69086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비추천 수 날짜sort
2918 영화감상기 '두사부일체' 539     2002-01-03
[조폭 영화 일색. 앞으로의 한국영화 과연 어디로?.. ] 식상한 헤드라인이다. 이런 식의 문구에는 더 이상 눈길이 가지 않는 요즘이다. 조폭영화.. 뻔한 스토리 식상한 얼굴들, 여기 저기 적당한 코믹 요소와 약간의 감동적인 요소, 그리고 폭력성을 적당히 섞...  
2917 PBS방법론 정리 - 선택강의 중 이용세강도사님 file 456     2002-01-04
 
2916 Re..베드로가 보고 싶군요 ^_^ 2조? 351     2002-01-04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갑자가 베드로(모두들...)가 더욱 그리워졌습니다. 잘들 계시겠지요? 저도 두 번 째 참가한 수련회인데 모두들 정이 많이 든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 2조 선생님들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하네요. 늑대와 여우에 남겨두고 온 팥빙수 생각...  
2915 Re..처음 참석한 수련회 393     2002-01-04
와우!! 유리선생님의 이름을 본 순간 가슴벅참을 느끼며 잔잔한 글을 읽고 있자니 저의 마음까지도 잔잔해 지는 군요. 선생님의 예쁜 마음을 읽고 있으니 저까지도 예뻐지는 것 같아요. 더예뻐지면 안되는데 ㅋㅋㅋㅋ 하나님안에서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기쁨...  
2914 Re..사진을 정리하며... 329     2002-01-04
사진과 리코더의 만남? 사진과 주~~욱 샘의 만남! 너무 잘 어울리는 것같아요. 수련회 때 마다 후배들과 함께 나타나시는 샘의 모습 ! 너무 아름다워요.  
2913 큰돌과 작은돌 381     2002-01-04
 
2912 Re..눈에 선합니다. 380     2002-01-04
이유리 선생님이 눈에 선합니다 좋은 만남이었습니다. 말씀으로 사시는 선생님이 되시기를 바라며 다음 수련회때도 꼭 뵐 수 있었으면 제겐 기쁨입니다.  
2911 Re..안녕하십니까? 345     2002-01-04
집에 와서 선생님에 대해서 가만히 생각하며 아내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주일학교를 위해 헌신하실 선생님의 모습이 상상이 됩니다. 좋은 선배를 알게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그 굵은 목소리가 아직도 선합니다. 다음 수련회때도 또 뵙고 싶네요. 말...  
2910 Re..반갑습니다. 432     2002-01-04
수련회에 참석하면서 차안에서 심은희 선생님께 선생님의 소식을 좀 들었습니다. 이번 수련회때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좀 아쉽네요. 런던에서 잘 지내시고요.... 다음에 또 뵐 날이 있겠지요.... 건강히 잘 지내세요.  
2909 Re..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438     2002-01-04
감사합니다.  
2908 Re..임산부를 위한 수련회 활용 팁 좋았습니다. 389     2002-01-04
임산부를 위한 수련회 활용 팁을 책자로 펴 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2907 육아일기 519     2002-01-04
서울에 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있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지만 오늘처럼 아기를 보는 일이 제게 주어질 때는 난감합니다. ^^; 지난 여름 조카 3명을 한꺼번에 보면서 처절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비장한 각오로 오랫만에 모임에 가시는 부모님께 인사를 드...  
2906 저희 학교가... 397     2002-01-04
2학기 말쯤에 기도 부탁으로 띄웠던 이야기를 기억하실런지... 저희 학교가 농어촌 점수 부여 학교가 되었다는 얘기를 방금 들었습니다. 농어촌 점수 부여 학교에서 최종적으로 제외된 걸로 알았는데, 확정이 되었다네요. 원래는 6학급 소규모 학교인 이 곳에 ...  
2905 그물을 다시 던져라.??? [1] 451     2002-01-04
수련회 가기전의 마음은 1년의 모든 수고가 허무하게 끝을 맺은 기분이라고 할까? 1년동안 여러가지 일들을 함께 겪으며, 끔찍히도 사랑했던 아이들. 4시간 넘는 출퇴근 시간에도 그 아이들 생각만 해도 참을 수 있었던 나날들이었는데, 12월의 카페를 우연히 ...  
2904 이런 경우라면 당신은 어찌 하시겠습니까? 471     2002-01-04
이런 경우 여러분이라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이 글을 읽으면서 굳이 교대에 이런 제한을 둬야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장애인은 교사가 될수 없는 것일까? 교육활동을 완전히 할수 없는 장애인을 제외 하고는 충분히 업무를 수행할수 있지 않습니까...이렇...  
2903 사진찍히느라고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2] 382     2002-01-04
선생님들 반갑니다. 한병선이예요. 슬라이드 쇼와 사진 찍어준 여자 입니다. 게시판에 오니 수련회 생각이 나는 군요. 개인적으로 큰 고민이 있으면서 수련회에 갔습니다 잘 모르는 분들과 같이 있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특히 저 혼자만 교사가 아니라...  
2902 조리 기능사에 도전합니다! [4] 556     2002-01-04
저의 큰 단점이자 장점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일단 벌여놓고 본다입니다. 올해의 결심 한 가지를 드디어 실천에 옮겼습니다. 오늘 요리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양식 조리사반' 처음에는 누나가 "너 아예 요리사 자격증을 따는게 어때?" 속으로 정말 누나 맞...  
2901 Re..아 감독님! 359     2002-01-04
그립습니다. 모두... 짧은 시간에 애 많이 쓰셨어요. 기획력과 구성력이 돋보였습니다. 평범을 뛰어넘는 은사를 부여받으셨더군요... 춘천에서 뵙겠습니다. 고마웠습니다. ^_^  
2900 Re..미안하지만 정말 재미있네요.^^ 351     2002-01-04
조카 때문에 고생하시는 선생님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읽는 사람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 뒷 이야기도 궁금해집니다. 완전한 언문 일치체에 생생한 묘사 위주의 문장이 현장감을 더하게 합니다. (크~ 직업병 또 나왔다.) 게다가, 사람 얼굴하고 글 하고 상응되...  
2899 육아일기(2) 393     2002-01-05
저는 비디오 보는거 참 좋아합니다. 왠만큼 유치한 만화 영화도 끝까지 견고하게 잘 보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어제 지윤이와 꼬꼬마 텔레토비를 3번(그것도 같은 걸로) 봐야 했을때.. 이제 큰 인형만 봐도 질립니다. 특히 .. 발을 동동 구르며 "아이 좋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