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친척 어르신들과 함께 할아버님들 묘소를 새로운 곳으로 이장한 적이 있었다. 먼 일가 분들과 함께 조성한 가족공원묘지에 가족별로 6기씩 화장한 유골을 이장하였다. 아울러 부모님과 우리 가족을 위한 자리도 마련하였는데, 우리 부부와 아들 부부를 위한 자리까지 마련되었다. 아직 초등학생인 희건이와 미래의 배우자를 위한 자리까지 준비된 셈이어서 아내와 함께 미소지었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와 함께 장래의 처소가 예비되었다는 사실에 묘한 생각이 들었다. 필요한 3가지 처소 중에서 근본적이고 장래에 머물게 될 순서로 2개가 해결된 셈이다. 영원히 거할 처소인 하나님 나라가 이미 예비되어 있고, 이 땅을 떠날 때 묻힐 곳이 마련되었으며, 가장 짧은 기간을 기거할 현재의 처소만 아직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평소 죽은 후에 묻힐 곳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이 과정에서 영원히 거할 처소가 예비되어 있다는 사실이 더 실감나게 다가왔다.

 

열왕기상 17장부터는 엘리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바알을 숭배하는 이스라엘 왕 아합에게 가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가뭄을 선포한다. 위기에 처하게 된 엘리야에게 하나님은 그릿 시냇가에 숨을 것을 명령하시며, ‘까마귀들을 명하여 너를 먹이게 하리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시내가 마르게 되자 ‘사르밧으로 가서 거기 유하라 내가 그곳 과부에게 명하여 너를 공궤하게 하겠다’고 지시하셨다. 그리고는 과부의 헌신을 사용하셔서 그 집에 가루와 기름이 없어지지 않는 기적으로 그들을 먹이셨다. 결과적으로 풍요와 비를 주관하는 신으로 여기고 바알을 섬기는 이스라엘에는 가뭄과 기근이 있고, 하나님을 의지하는 엘리야와 과부의 가족에게는 먹을 것이 떨어지지 않게 되었다.

 

한편, 사르밧 과부는 마지막 남은 가루 한 움큼과 기름 조금으로 아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삶을 마감하려던 중에 엘리야의 요구를 듣고 그에게 음식을 드렸다. 그 결과 하나님의 기적을 함께 체험하며 하나님의 공급하심을 누리게 된다. 특이하게도 하나님은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죽게 될 처지에 놓인 과부의 마지막 먹을 것을 내놓으라고 하신다. 넉넉한 사람이 아닌 부족한 사람의 그 작은 것으로 남을 도우라고 하신다. 그리고는 순종할 때 함께 하나님의 공급하심을 경험하게 하신다. 부족한 자의 부족한 것으로도 남을 도울 수 있음을,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함께 세워주심을 나타내신다.

 

나의 경우에 가진 것과 넉넉한 것으로 남과 나누는 것은 어느 정도 할 수 있는데, 내게도 부족한 것을 남과 나누는 일은 할 자신이 없다. 나누려는 시도 자체도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사르밧 과부의 사례를 통해서 하나님은 부족한 자를 통해서도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음을 가르쳐주신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함께 세워주시고 친히 공급해 주심을 보여주신다. 새로운 배움을 통해 인식이 바뀌면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나아가게 되지 않을까?

 

이 땅에서의 처소가 보장되지 않은 나그네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엘리야를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은 큰 힘이 된다. 엘리야를 통해 큰 능력을 행하시고 우상의 세력을 타파하시며 승리하게하시는 하나님도 힘이 되지만, 때로는 용기를 잃고 낙심하거나 좌절에 빠지게 될 때 찾아오는 하나님이 더 큰 위로와 힘이 된다. 엘리야에게 ‘거기서 너를 먹이게 하리라’, ‘가서 거기 유하라’고 말씀하시고, 좌절 속에 있을 때는 찾아오셔서 ‘일어나서 먹으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 그렇다, 엘리야의 하나님이 바로 나의 하나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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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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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흥철

2010.11.15
10:36:04
(*.247.65.2)

지난 번에 학교 일 때문에 못 뵈서 죄송했습니다. 중등부 때 배운 찬양 '엘리야의 하나님'이 생각나는 말씀이었습니다. 그 찬양... 성가대에서 하면서 정말 좋았었는데... 능력을 보여 주시고 또한 끌어 안아 주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보며... 평안을 얻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안준길

2010.11.16
13:10:24
(*.106.190.2)

저도 돌아보면 너무 도시스러운 삶에 익숙해진 나머지, 불편을 감수하거나 어려운 이웃에 대한 실제적인 도움이 약했던 것 같습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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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0 우리반 모둠일기-1 [1] 412     200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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