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안양안산 기윤실 교사모임
화요일 tcf 서울 모임
수요일 교재집필회의
목요일 합창단
금요일 ?

그 동안 일주일간의 제 삶에 금요일의 휴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꿀맛일거라 생각했습니다.
원래 금요일까지 모든 모임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편집모임과 교육정책 모임을 빠지면서
금요일이 쉬는 날이 되어 내심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저는 안되나 봅니다.
그 황금같은 쉬는 날은 아이들과 약속을 덜컥 잡아버리고 말았답니다.
난 왜 이러는지....

1학기에 아이들의 집에 가정방문을 하고 나서
2학기 동안 아이들에게 많은 시간을 가지지 못해 내내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아이들과 같이 자면서 서로 깊이 있는 이야기도 하고
선생님의 모습도 보여주고 하면서 가까와질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항상 남들에게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형집에 더부살이로 살고 있고 집도 멀어서 실천하지 못함을 핑게삼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분가해서 이제 학교옆으로 이사온 지금
그 핑게거리가 없어진 지금 어쩔 수 없이 시작하게 되었죠...

그 소중한 시간을 아이들을 위해 보내기로 결심하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직 총각인지라 여자까지는 힘들거라 생각하고
남자아이들을 대상으로 조를 짜고
당일날 학부형과 전화통화를 통해 허락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간식과 함께 10문 10답으로 서로의 꿈들을 계획해보고
불을 끄고 자면서 서로의 깊이 있는 대화의 장으로 가서
아침에 같이 운동을 하면서 서로의 일체감을 확인한다는 희망찬 야심을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희망에 불과했습니다.
첫날 조를 짜서 다섯 명만 오기로 한 아이들이
왜 여자는 안되느냐며 집단으로 몰려온 여자아이들로 인해서
열 대여섯명이 좁디좁은 방안이 바글바글해서 거실까지 차지해버려
모임이 두동강이 났습니다.
그렇게 첫번째 계획이 물건너가버렸습니다.
할 수 없이 11시 반이 넘어서야 가기 싫어하는 여자아이들을 겨우 보낸뒤
자면서 이야기를 하려고 불을 껐습니다.
그러나 나의 계획은 역시나 계획으로 끝이나더군요..
아이들은 자려고 하지도 않고 계속 좋아하는 여자 이야기만 하고
서로 흥분해서 목소리가 커지고, 내이야기는 주목도 안하고
새벽 4시가 넘도록 잠도 안자고 계속 왔다갔다 하는 통에 잠도 자지 못했습니다. 평소에 11시면 어김없이 잠드는 내게는 엄청난 고통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운동...
이것도 역시나 어제 잠도 안잔 아이들이 5시나 잤는지 새벽에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고
겨우 등교시간을 맞추어 깨운아이들에겐
정성들여 큰 맘 먹고 한 밥과 찌게도 허사였습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내가 이 일을 왜하는지도 모르겠고
해서 뭐하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러면서 다 포기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다 아이들과 조를 짜서 약속했는데 그럴수도 업서
고민하다가 두 번째 아이들과의 약속이 다가왔습니다.
역시 두 번째도 첫번 째 만큼은 아니지만
저에게는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계획은 다 틀어지고...
이번에는 다른 반 아이들까지 몰려왔더군요...

계속 해야 되느냔 고민 속에서 또 날짜가 다가왔습니다.
학부형에게 허락을 얻기 위해서 전화를 했는데
내겐 정말 의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학부형 말씀...

'우리 아이가 선생님 집에 간다고 잠도 안자고 기다리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난 아무 의미없다고 생각했던 이 일들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내 계획들이 모두 허사로 돌아갔지만
내 계획과는 무관하게 아이들에게는 의미있는 일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난 금요일에 아무런 계획없이 아이들과 만납니다.
아무런 욕심없이 아이들과 만남을 기대합니다.
먼 훗날 아이들에게 조그만 추억이 되기를 바라며.....




211.251.1.25 윤선하: 아주 .. 큰 추억이 될겁니니다.. 제가 확신해요.. *^^* [10/15-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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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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