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현장학습의 날이었습니다.
저 오늘 죽는 줄 알았습니다.
1학년 43명을 데리고 어디를 가는 것은 정말 순교자의 삶을 각오해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1시쯤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학교로 오는데
작년 6학년 학부형이 저를 보고는 웃으며
"아이고 선생님 오늘 좀 고생하셨죠?"
그 인사에 대한 저의 대답...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아요.."

오늘은 바람도 쎄게 불었고 해가 숨었다 나왔다 하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어른 걸음으로 2-30분 정도 걸어야 하는 곳에 아이들과 함께 걸어서... 갔는데..
휴우.. 50분 이상 걸리더군요.
가는데 신호등 6개 신호등 없는 건널목이 3개가 있었습니다.
저의 출근길이기도 한 그 길이
평소에는 몰랐던 아주 위험한 도로라는 걸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아이들은 조금만 바람 불면 "선생님 추워요!"
조금만 햇볕이 나면 "선생님 더워요~" 하며 짜증을 내고
빨리 밥 먹고 싶다고 조르고
아무리 시간을 이야기 해 줘도 개념이 없는 이 아이들에겐 먹혀 들어가지 않고
막상 밥을 먹을 때는 또 안먹겠다고 하고
일일이 도시락 비닐 풀어주고 음료수 병 따 주느라.. 손가락이 얼마나 아프던지

게다가 왜 아이들은 자기 물건을 못 챙기는지..(허긴 그러니까 1학년이지)
못 챙길 물건들을 왜 그리 또 많이 가져 왔는지
오늘 제가 습득한 물건은
예쁜 분홍색 모자, 돗자리, 빈 도시락 통, 안 먹은 음료수 2개..
(금방 부자 될것 같습니다. ^^;)

밥먹고 나서는
학년 전체로 보물찾기를 하는데
못 찾았다고 울음을 터트리더군요. 참나.. 뭐야...?
이럴 땐 어찌 해야 하나요.. -.-
제가 숨긴게 아니기 때문에 찾아 줄 수도 없고

겨우겨우 학교에 오는데 오는 길은 더 가관이었죠
아예 .. 아이들이 길 거리에 누워 버리더군요. 참나..
야단칠 수도 없고 ..
큰 소리로 이야기 하려니 목은 자꾸 아프고
호루라기를 개발한 분께 얼마나 감사드렸는지..^^

그럭저럭 또 하루가 갔습니다.
아이들이 제게 준 껌이 눈에 보입니다.
집에 갈때 두개 왕창 씹고 가야겠습니다. ^^
없으니.. 또 이렇게 허전하고 보고싶네요
참.. 저도 어지간 합니다.
오늘 이렇게 고생을하고도 또 애들이 보고 싶으니..
미쳤나 봅니다. ^^
이왕 이렇게 미칠꺼면 좀 더 확실하게 미쳐야겠죠? *.~

그렇지만 현장학습은 다시 가고 싶지 않고
정 가야 한다면 제발 버스를 타고 갔으면 좋겠다.
(아냐.. 그때는 또 멀미 때문에 고생할꺼야.. 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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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24
16:56:19 (*.115.13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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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희

2001.11.30
00:00:00
(*.32.252.6)
43명씩이나 데리고 정말 고생하셨네요.우리 딸들 생각하며 웃으면서 읽었지만 그런 아이들을 43명씩이나!정말 수고했군요. [04/25-04:15]

장현건

2001.11.30
00:00:00
(*.95.24.70)
아니! 고등학교도 35명 밖에 안되는데 초등학교가 한 반에 43명이라니요? 이게 웬일? 초등 담임 선생님들 힘드시겠다. 윤선하 선생님 또 한 번 화이팅! [04/25-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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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우~~죽는줄 알았습니다. [2] 윤선하 353     2002-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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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1 밧데리 충전 [1] 492     2002-04-24
새벽에 김서택 목사님 말씀을 들었다. 창세기 29장 31절에서 30장 8절에 이삭의 첫번째 부인인 레아는 남편과 동생의 열렬한 사랑,자신을 끼워 결혼시킨 아버지가 있었다. 자매끼리 서로 미워하고 원수가 되어 경쟁적으로 아들을 낳았다. 처음부터 좋은 믿음은...  
2780 Re..정말 지혜로움이 필요한 부분이군요! 348     2002-04-29
샬롬! 기독교사로서 성교육을 맡고있는 양호교사로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선생님 글을 읽으니 선생님께서 얼마나 난감해하고 계시는지 저도 함께 느껴집니다... 많이 힘드시겠어요... 저도 한때는 나이도 어리고 분별력이 부족해 믿는 사람으로서 ...  
2779 Re..선생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329     2002-05-03
여러 선생님들의 말씀 너무 감사합니다~ 생각도 어느정도 정리가 되네요.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