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윤선하
서울에 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있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지만
오늘처럼
아기를 보는 일이 제게 주어질 때는 난감합니다. ^^;

지난 여름 조카 3명을 한꺼번에 보면서 처절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비장한 각오로
오랫만에 모임에 가시는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선하야.. 엄마 갔다 올께."
"..... 엄마..빠알리~~~오세요.."
웃으시며 나가시는 두분.. 결코 그러지 않을것 같다는.. 밀려오는 확신.. -.-

조카 지윤이 1월 20일이 되면 이제 2돌을 맞이 합니다.
정말 눈웃음이 예쁜 아기이고
아주 똑똑한(이모가 보기에.. ^^) 녀석입니다.
그런데 .. 이 아기를 보는데 있어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제가 지윤이의 말을 전혀 못 알아듣는다는 데 있습니다.

이제 2살이 되는 녀석이 무슨 말을 잘 할까.. 싶으시죠?
아네요. 우리 지윤이는 아주 말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우리 언니와 형부,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 말을 다 알아 듣죠
이 집에서 지윤이 말을 못 알아 듣는 생명체는 유일하게 저 뿐입니다.
(이제 5살이 되는 지승이가 제게 통역을 해 주곤 하니까요.. -.-;)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지윤이를 만족시킨 시간은..
단 한번..
이모.. 똥!
이라고 했을때.. 제가 변기에 지윤이를 앉히고
이모.. 다 *$% 라는 이상한 말이 들렸을때.. 엉덩이를 닦아주고 씻어 준것 외에는 ..
아무것도 알아먹지 못했어요.
도데체 뭘 원하는지 ..
녀석의 원망스러운 눈초리
(아니.. 이모가 그 정도도 못 알아 들어요?.. 도대체.. 어떻게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런 사람에게 나를 맡기고 가셨나요?.. 이모.. 좀 잘해 줄 수 없어요?.. 그래서 시집 가겠어요?..)
뭐.. 이런 말을 이 녀석이 하고 있지 않을까..

틀어달라는 비디오 딴거 넣었다가 우는거 달래서 ..겨우 원하는거 틀어 주고
우유 달라고 이야기 하는거.. 물을 줬다가 쥬스를 줬다가 .. 겨우 맞추고
엄마를 찾길래.. 아주 솔직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지윤아 . 엄마는 일하러 갔어. 할아버지 할머니도 안계시고
집에는 이모랑 너랑 둘 뿐이야..'
앗 .. 뿔.. 싸..
모든 말을 알아듣는 녀석에게 내가 이런 실수를..

곧.. 지윤이의 눈에 눈물이 고이고.. 방성대곡..
"어..엄..마.. 할..아.. 버..!~~~

지금은 잠시 지윤이가 앨범을 보고 있어요.
엄마가 없으니.. 앨범이라도 보고 위로 받는 똑똑한 녀석..

앗.. 지금 이모를 찾네요. 말도 못 알아듣는 .. 바보같은 이모...^^;

아.. 오늘 하루 제발 무사히 지나가길..
지윤아 이모 간다..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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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04
13:48:50 (*.207.7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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