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이 곁에 머물러 계심을 알 때
(이한규/ Godpeople에서 퍼온 글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3년 전 이맘때쯤이었습니다. 태국의 빈민촌에서 병자들을 돌보고
구제하면서 복음을 전하시던 김바울 선교사님이 제가 전도사로 있던 뉴욕의 한인교회
에 선교보고를 하러 방문했습니다. 그때 그분의 선교보고를 들으면서 저는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울었고, 그때 선교보고를 들
었던 모든 성도들도 함께 울었습니다. "이 땅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병자들을 위해 하
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며 산다는 것이 바로 저런 것이구나! 나도 선교사님과 같은 분
이 되리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그분이 안식년을 맞아 미국으로 들어와 1년간 공부를 하게 되었
기에 우리는 같이 미국 뉴욕에서 함께 기거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그분으로부터
예수님처럼 사는 삶이 어떤 삶인지를 가까이에서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분은
철저히 절제된 삶을 사셨습니다. 중국 식당에서 입맛이 없어 짜장면을 조금 남겼다가
선교사님으로부터 "음식을 낭비하는 것은 인생을 낭비하는 것과 같다"며 호되게 질책
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가난한 선교지에서 헐벗고 병든 사람들을 돌보며 지냈던
선교사님에게 낭비는 가장 큰 죄악으로 여겨졌던 것 같습니다.

1년간의 공부를 마치고 그분이 선교지로 돌아갈 때, 우리는 너무 정이 들었기에 손
을 꼭 잡고 서로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저보다 6살이 많은 그분을 저는 친 형님처럼
생각했기 때문에 선교지로 돌아가기 전날 밤 보았던 그분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매우
자랑스럽게 보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얼마나 안쓰럽게 보였는지 모릅니다. 그때 기
도했던 내용들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사내들이 서로 손을 꼭 붙잡고 크게 소리내어
엉엉 울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태국으로 돌아간 후, 그분은 수시로 저에게 태국의 선교 소식을 들려주었습니다. 그
런데 점점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분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것은
"김 선교사님이 너무 몸이 약해져서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 한 동안 쉬어야 한다!"
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선교사님은 태국 빈민들과 똑같은 음식을 먹으며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빈민들의 영혼을 보듬어 주었습니다. 마치 꺼져 가는 불꽃이 사력
을 다해 마지막 생명의 불을 나눠주는 모습과 같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그분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근육무력증을 비롯해
서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 거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쓰러졌기에 담당의사
는 최소 1년간은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한다고 진단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평생 빈민
촌 선교를 했고 저축을 몰랐던 선교사님이 그 엄청난 치료비를 마련한다는 것은 엄두
도 못 낼 일이었습니다. 또한 사모님과 3명의 태국인 입양 자녀를 포함한 네 자녀의
생활도 문제였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지난 며칠간 어떻게 선교사님을 도울 길이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전세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을 줄여서라도 돕고 싶었지만 나 자신도 교회 담임목사로
교회만 살핀 처지인지라 그럴 형편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그 문제로 고민하는데 하나
님께서 빌립보서 4장 6절 말씀을 생각나게 하셨습니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
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이런 상
황에서 하나님 말씀대로 '감사하며 기도하는 길'밖에 달리 무슨 길이 있겠습니까?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께서도 선교사님의 아픔에 동참하며 같이 기도해주지 않겠습니까?

헨리 나우엔 신부님 얘기가 생각납니다. 예일대 교수라는 인정받는 자리를 버리고
중증장애인 시설에 들어가 10년 동안 아담이라는 한 중증장애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펼 때, 그러한 나눔의 삶을 통해 자신의 정신의 불구를 극복하고 오히려 자신이 큰
은혜를 받았다는 나우엔 신부님 얘기 말입니다. 그처럼 우리가 무엇인가 절실히 필요
로 하는 사람 곁에 머물고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나의 소중한 것을 나누려고 할
때, 우리는 비로소 예수님이 우리 곁에 머물고 계심을 알게 되지 않겠습니
까?(http://www.john316.or.kr)
조회 수 :
431
등록일 :
2002.01.11
07:47:58 (*.221.58.246)
엮인글 :
http://www.tcf.or.kr/xe/freeboard/100461/f02/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0046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비추천 수 날짜sort
2858 양육하는 아이와의 이야기 377     2002-01-12
① 디모데들에게 띄운 양육 편지 ② 디모데 훈련 받는게 힘들어 울던 디모데의 고백 ① 디모데들에게 띄운 양육 편지 애들아, 잊지 않고 있지! 2학기엔, 말과 행실, 사랑에 "본이 되는 디모데!" 말씀 읽고 기도하며 권면하고 가르치는데 열심인 "훈련하는 디모데!...  
2857 지역역사 잘 부탁드립니다. 337     2002-01-13
지역역사 잘 부탁 드립니다. 자료 보낸 지역: 남양주, 부산, 전주, 천안, 춘천, 상주입니다. tcfkim@yahoo.co.kr  
2856 30회 수련회 결산, 여기까지...(불참자, 테이프 신청자 필독!) file 442     2002-01-14
 
2855 도움을 구합니다.. 345     2002-01-14
샬롬!! 존경하는 모든 tcf선생님들 임오년 새해에는 더욱 주의 축복을 많이 누리시는 한해가 되고 그 복을 많은 학생들에게 흘려보내는 하나님의 사람되시길 기원합니다... 전 한국교원대학교 김효수 형제입니다.. 지난 기독교사대회때 2회연속 자봉으로 봉사...  
2854 문자 메시지로 열어본 삶... 489     2002-01-14
이 글을 1주 전에 썼지만, 쉬 못 올려왔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이 이 글 때문에 날 어찌 보든 상관없지만, 전하고자 하는 은혜가 희석될까 좀 염려가 되서요. 지난날 "0"이라는 익명으로 쓰던 때가 참 편했네요. 순수한 마음으로 주저할 것 없이 주님 은혜만 전...  
2853 부끄럽습니다...지금도... [1] 465     2002-01-15
1월 8일은 우리 현희 생일입니다...저랑 똑같은 날...그래서...우린...1학년때부터...서로 생일을 챙겨주곤 합니다...벌써 3학년 졸업반이 된 그 녀석...요즘은 체육관에서 꼬맹이들에게 검도를 가르쳐 주고 있다고 합니다...덩치도 크고...살포시 들어간 보조...  
2852 우리의 예배 모습 [1] file 636     2002-01-15
 
2851 기독교 학교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490     2002-01-15
샬롬~~ 교사를 꿈꾸는 하나님의 자녀 최지현입니다.. 조금전에 수원에 있는 기독교 학교인 유신고등학교와 창현고등학교 2차 면접을 보고 왔습니다.. 두 학교 모두 명문이라 1차에 합격한것 만으로도 감격스러웠는데요.. 오늘 가서 2차면접자들을 보니 경쟁이 ...  
2850 마음이 아픕니다. [1] 346     2002-01-15
어제 우리 교회 게시판에 우리의 찬양모습들을 생각하며 글을 올렸습니다 바로 아래에 있는 우리의 예배모습이란 글였죠. 그리고 오늘 친한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사람들이 이 글 때문에 마음에 상처가 심하다고요.. 저는 좋은 의도로 생각해보았으면 하...  
2849 TCF 선생님들께... 334     2002-01-15
그간 제 글을 보시면서도 이야기하지 못하시고 고민하셨을 선생님들께 죄송함을 전합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그러한 것을 제게 말해준 후배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제가 활동하지 않으며 제가 아는 몇 몇 선생님들을 제외하고 서로 알지 못하는 TCF 공동체...  
2848 의외로 감상적이죠? ^^ [1] 358     2002-01-15
비가 오면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우산을 쓰고 여기 저기 걸어다니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전화하고 싶어집니다. 지금 빗소리 너에게도 들리냐고.. 안 들리면 내가 들려주겠다고 괜시리 전화기를 비에 갖다 대기도 합니다. 눈이 오면 더 마음이 들뜨는 것 같습...  
2847 Re..연약함 404     2002-01-15
그리고 그것으로는 부족한 우리의 악함을 많이 보게 됩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에.. 아주 많이 공감합니다. -물론 전적으로 다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똑같을 수 없으니까요. ^^) 참 마음이 많이 아플꺼라 생각합니다. 그치만.. 내용에 있어서가 아...  
2846 Re..베드로입니다.. file 349     2002-01-15
 
2845 췌장암에 걸리신 형님을 문안하고.... 625     2002-01-16
지난 월요일(14일) 췌장암 수술을 하고 누워계신 사촌형님을 병문안하러 서울로 올라갔었다. 가는 길을 큰어머님께서 가르쳐 주셔서 잘적어놓았는데.... 동대구역 -> 서울역 -> 지하철 4호선 -> 충무로 하차 -> 3호선 수서행 지하철승차 -> 일원역하차 -> 삼성...  
2844 가치있는 삶 432     2002-01-16
1월 14-16일까지 교회 청년회에서 고신대에서 열리는 청년 선교 비젼 캠프에 다녀왔습니다. 정말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은혜로운 말씀을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김병선 목사님 말씀(서울 내수동 교회 목사님) 히브리서 9장 27절.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  
2843 악인의 형통 592     2002-01-16
악인의 형통(삼일교회 전병욱 목사님 말씀 시편 37편 신앙의 딜레마 악인의 형통을 어떻게 봐야하는가? 악인이 형통한 이유는? 첫째, 악인은 가시이다. 7,8,9절에서 하나님의 관심은 여호와를 기대하는 자이다. 여호와를 기대하는 자를 키우기 위해 가시 즉 악...  
2842 성공의 비결 399     2002-01-16
방선기 목사님(이랜드 사목) 첫째, 성취(Fullfillment)이다. 이것은 눈에 보이는 목표 달성인Acheivement와 구별되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말은 다이루었다고 말씀하셨다. 이것은 예수님의 비젼을 성취했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 비젼을 가지고 시작...  
2841 기독청년의 선교적 사명 389     2002-01-16
이재환 감비아 선교사님 특강 기적은 하나님의 은혜로 자연 법칙을 깨뜨리는 것이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믿게해주시는 것, 믿어지는 것이다. 되는 것을 기도하지 말라. 되지 않는 것을 기도하라. 한사람의 기도...  
2840 성령과 은혜 충만 433     2002-01-16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님 이사야 55장 세상에는 내힘으로 사는 사람과 하나님이 주시는 능력으로 사는 사람이 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 마음이 상한 사람, 심령이 가난한 사람은 바로 겸손한 사람인데 겸손은 하나님만 의지하는 마음이며 하나님의 은혜로만 ...  
2839 119 신고식 400     2002-01-16
2001년을 마무리 하면서 드렸던 119 신고 소식을 아직 기억하시나요? 이재동, 김소명 선생님의 결혼 예식이 드디어 이틀 뒤로 다가왔습니다. 19일(토) 오후 2시, 대구 수성구 '늘봄 예식장' 라일락홀입니다. 함께 축복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