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미동의 희한한 훈화>

                        우리반에 그레이스는 없습니까?
                                                                    깨미동 김성천

여러분 혹시 도그빌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이 영화는 18세 관람가이기 때문에 아마 여러분들은 대부분 못 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보았다고 해도 대부분 재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상영시간이 무려 178분이나 된답니다. 178분이나 되는 상영시간은 여러분을 잠들게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겠죠? 또한, 이 영화는 일종의 실험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연극무대 위에 배우들이 연기한 것을 필름에 옮겨놓는 형식을 빌었기 때문에 미쟝센(무대구성 또는 화면구성방식)을 연극처럼 구성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실성이 매우 떨어져 몰입이 잘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한 이유는 관객들이 주변적인 장치에 신경을 쓰지 않고, 오로지 등장인물과 스토리에만 집중시키기 위한 의도로 보입니다. 영화 전문가들은 이 영화의 형식에 대해 많이 주목합니다. 오늘 선생님은 이 영화가 주는 교훈에 대해서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영화 스토리를 소개해야겠군요. 록키산맥에 자리한 작은 마을 ‘도그빌’에 한 미모의 여인, 그레이스(니콜 키드먼)가 찾아옵니다. 그레이스는 무엇인가에 쫒기는 듯한, 불안하고 절박한 마음을 가지고 8가구 밖에 살지 않는 이 작은 마을에 우연히 들어옵니다. 마을사람들은 그녀를 경계하였지만, 톰(폴 베타니)이라는 도덕적 신념이 강한 철학자가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여 2주간 그녀를 지켜보기로 합니다. 그레이스는 각 가정에서 필요로 하는 환자 돌보기, 아기 돌보기, 농사일 돕기 등의 일들을 성실히 도우면서 마을 사람들의 신뢰를 얻게 됩니다. 마을 사람들은 가난했지만, 순박하고 순수해서 그레이스를 따뜻하게 잘 대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보안관이 몇 번씩 찾아와서 현상금 걸린 그레이스의 사진을 동네에 붙여놓습니다. 이 포스터를 보면서 마을사람들은 그녀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신고를 하지 않는 대신 그레이스의 노동 강도를 더욱 높이게 됩니다.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모두가 그녀를 하찮게 여기고 함부로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그레이스는 일을 했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고마워하지 않았고, 당연한 듯 궂은 일들을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그레이스는 동네 남자들로부터 말을 듣지 않으면 신고해버리겠다는 협박에 의해 강간까지 당하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그레이스는 탈출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게 되고, 급기야 마을사람들은 그녀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커다란 쇠 목걸이를 메고 생활하는 수모를 당하게 됩니다.  

그레이스를 도와주었던 철학자 톰 역시 그녀를 강간하고, 그녀를 위하는 척 하면서 급기야 보안관에게 신고를 하게 됩니다. 마을사람들과 상의하여 그녀를 신고하고 현상금을 받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충격적인 반전이 찾아옵니다. 마을에 찾아온 것은 보안관이 아니라 마피아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레이스는 마피아 대부의 딸이었습니다. 아버지와의 다툼으로 인해 가출을 했던 것입니다. 아버지는 그녀의 고생에 대해서 알고는 그레이스에게 원하는 것에 대해서 말하라고 하자, 그녀는 마을 사람 모두를 죽여달라고 말합니다. 마을사람들은 결국 마피아로부터 어른부터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몰살을 당하는 비극적 결말에 이르게 됩니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인간의 지극히 이기적이고 이중적인 본성을 보게 됩니다. 어찌보면, 도그빌 사람들은 우리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토록 순진하던 마을사람들이 왜 그토록 잔인하게 변했을까요? 그것은 타인의 약점을 보호해주기보다 이용하려고 했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톰처럼 말로는 윤리와 철학을 강조했지만, 실제 자신의 이해관계 앞에서 결국 정의를 실천하지 못하는 나약하고 이중적인 삶을 사는 그 모습은 어찌보면 우리 시대의 자화상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옳은 것에 대해서 알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이 아닐까요?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우리의 교실 상황을 한번 떠올려봤습니다. 어찌보면 그레이스는 약점을 가졌다는 이유로 마을사람들부터 집단 가해와 따돌림을 받은 것입니다. 집단 따돌림을 당하거나 많은 학생들로부터 미움을 받는 학생들을 보면 어떤 약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생님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잘 씻지 않는다든지, 말과 행동이 느리다든지, 몸이 약하다든지, 어떤 실수를 했다든지,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무시를 받거나 놀림을 당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차이와 다름 혹은 약점에 대해서 보호해주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것을 악용해서 나의 이익을 누리려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집단 따돌림에 가담을 하는 학생들은 그 친구를 못살게 굴게 됨으로써, 자신이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하려하거나, 어떤 이익을 누리려는 동기가 숨어있습니다.  

도그빌 사람들은 자신들이 약자이면서도 자신보다 어려운 약자를 보호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그를 학대하였습니다. 그런 그들이 마피아라는 권력 앞에 처참히 무너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약자 앞에서는 강해지고, 강자 앞에서는 비굴해진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약자 앞에서 부드러워지고, 강자 앞에서 더욱 당당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도그빌 사람들이었다면 그레이스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했겠습니까 아니면 그녀의 약점을 이용했겠습니까? 지금까지 학교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에 처하거나, 실수를 했거나 약점을 가진 친구들에게 나는 어떤 입장을 보여왔는지 한번 생각해봅시다. 우리 반에 그레이스는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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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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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순

2006.09.23
22:16:11
(*.236.228.242)
이 글 읽고 영화 봤는데, 길긴 길더군요... ^^
특이한 구조에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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