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94학번 수능 1세대 입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갈때 연합고사에 처음으로 주관식이 도입되었고
제가 대학에 들어갈때 처음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도입되었습니다.
게다가 또 처음으로 수능을 2번 쳐서 더 잘나온 점수를 가지고 원서를 냈던
아주 특이한 학번입니다. 저희때 부터 대학에 체력장이 없어졌을겁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94학번에 좀 특이한 구석이 많은것 같네요. ^^

어제 수능때문에 뉴스에서 수능관련 뉴스와 수험생이 기억해야 할 일등이 방송 되는데
옛날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수능 치던날 아침에 남들이 다 싫어하는 ^^; 미역국을 먹고 갔던 일
집은 평리동, 시험장소는 경일여고 (극과 극)
아주 이른 시간에 나가서 교문앞에서 좀 기다렸던 일
혼자 돌아오는 길에 아주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거의 고함 수준으로) 걸어왔던 일
11월 달 (2번째)시험 끝나고 어둑한 시간 아버지께서 교문에 와 주셨던 일
'아.. 그래 내가 그때는 그랬지..' 피식 웃음이 납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철이 들었었는지
힘들다는 내색을 별로 해 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조금만 힘이 들어도
고난중에 있다는 둥..
하나님이 나를 왜 이렇게 훈련시키시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둥..
아주 젊잖케 거룩한?^^ 용어들로 포장된 불평이 쉽게 쏟아져 나오는데 ...

그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기적같이 느껴졌던 시절이어서 그랬는지
별로 힘들다고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고3때 제가 적은 QT 노트를 꺼내봤습니다.
거의 매일 썼던 아침 자율학습 시간전에 적은 기도문과
점심시간에 잠시 기도회를 가지고 와서 적었던 그날의 묵상들..
가족들에 대한 기도, 교회에 대한 기도.. (우와.. 진짜 믿음 좋더군요. ^^)
그러면서도 힘든 삶을 숨길 수는 없었는지
인생에 대한 절망이 여전히 묻어 있는 그때의 노트를 보면서
참 견디기 힘들었던 청소년 시절 .. 많이 불안하고 일그러져 있던 나를
하나님이 참 .. 나를 굳게 지켜 주셨구나 .. 감사했습니다.

오늘 수능일.. 고3들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지금도 열심히 시험을 치고 있을 그들이
인생에 있어 이 보다 훨씬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빨리 알고
이것의 성패가 인생의 성패가 아님을 알고
그들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하고 .. 특히 크리스챤 청소년들이
이후의 시기를 잘 보내고, 강건하고 젊은 가득한 신앙인으로 성숙할 수 있도록 기도해 봅니다.

고3들을 지도하신 우리 TCF 선생님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직 원서작업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
선생님들의 수고에 대해 많이 위로 받고 격려 받으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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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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