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jpg 

 

오염과 훼방

 

어렸을 때 시골에서는 밤이 아주 어두웠다. 전기가 들어오기 전이라 호롱불이나 남포등을 사용하여 방을 밝히고 생활하였는데, 어렴풋한 기억 속에 불편함 보다는 아늑하고 정겨웠던 느낌이 남아있다.

 

남포등은 석유를 넣은 작은 통 위의 심지에 불을 붙이고 유리로 만든 외피를 끼운 등을 말한다. 어두움 속에서 남포등을 켜면 방안의 물건들을 찾을 수 있고 어디가 깨끗한지 지저분한지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남포등의 유리가 지저분하거나 이물질이 붙어 있으면 빛이 비추일 때 그림자나 어두운 부분이 생기게 된다. 불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지라도 등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려면 유리를 자주 닦아서 투명함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너무 오염되어 깨끗하게 만들 수 없다면 유리를 바꿔야 한다.

 

에스겔 9장에서 하나님께서는 예루살렘에 행하실 심판을 말씀하시는데, 5~7절에는 다음과 같은 말씀이 등장한다. “너희는 그를 따라 성읍 중에 다니며 불쌍히 여기지 말며 긍휼을 베풀지 말고 쳐서 늙은 자와 젊은 자와 처녀와 어린이와 여자를 다 죽이되 이마에 표 있는 자에게는 가까이 하지 말라 내 성소에서 시작할지니라 하시매 그들이 성전 앞에 있는 늙은 자들로부터 시작하더라 그가 또 그들에게 이르시되 너희는 성전을 더럽혀 시체로 모든 뜰에 채우라 너희는 나가라 하시매 그들이 나가서 성읍 중에서 치더라”

 

바벨론의 침공을 받고 있으면서도 예루살렘 주민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두시는 성전이 있으므로 예루살렘은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선지자들이 죄에 대한 심판을 선언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자들이 바로 자신들이었음을 깨닫지 못하였다. 하나님의 집이 있었던 북이스라엘의 실로가 황폐하게 된 것 같이 예루살렘과 성전을 심판하시겠다고 예레미야를 통해 말씀하심에도 그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예레미야 7장, 26장) 결국 에스겔을 통해 심판을 성전에서 그리고 지도자들로부터 시작하시겠다고 하신다. 더 이상 구별되지 않는 성전을 더럽히도록 오히려 하나님께서 명령하신다.

 

우리 사회에서 교회와 신자들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지탄의 대상이 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이다. 세상과 다를 바 없는 교인들의 모습이 비쳐질 때마다 사람들은 우리를 세상보다 더 악하다고 비난한다. 그리고 적지 않은 교회와 지도자들은 이를 교회에 대한 악한 영들의 공격으로 간주한다. 오해와 왜곡으로 인한 공격이 아닌 교회의 잘못에 대한 공격이 있음에도,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빌미를 제공한 우리의 죄를 회개하지 않고 세상이 교회를 훼방한다고만 치부한다. 그러한 자세로 인해 교회와 신자들이 세상에 물들고 죄에 오염되도록 방치되는 것은 아닌지, 더 나아가 교회가 세상과 구별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아프다. 하나님의 이름이 더럽혀지는 것은 세상의 훼방 때문일까 아니면 성도들의 구별되지 못함 때문일까? 주변이 부패하고 어두워 갈 때 세상 속의 악을 탓해야 할까 아니면 빛을 담은 유리의 오염을 제거해야 할까? 등잔의 유리를 깨야 할 정도로 오염이 심해지지 않도록 말씀의 빛으로 우리의 삶을 조명하자. 우리의 청결을 위해 은혜의 하나님께 간구하자.

조회 수 :
3248
등록일 :
2011.12.11
16:10:16 (*.68.43.92)
엮인글 :
http://www.tcf.or.kr/xe/freeboard/182384/6e1/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82384

안준길

2011.12.12
20:24:12
(*.121.205.143)

깊이 공감가는 글입니다. 가끔 학생들의 나쁜 행동을 보고 격한 마음을 먹는 저를 보면서, 참으로 뼛속까지 그리스도인답게 사는 삶의 깊이가 내 속에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매주 한 번 지역모임에 나가 저를 드러내고 기도하는 것이 매주 새로운가 봅니다.

오흥철

2011.12.16
11:45:41
(*.53.96.65)

선생님께서 출석하시는 교회 주보에서 이 글을 읽었습니다. 제가 그 오염의 원인은 아닌지... 돌이켜 보게 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강미영

2011.12.16
15:31:07
(*.240.189.42)

얼룩이 보이는데도 얼룩이 있다고 말하지도 못하고...

빛이 희미해지는데도.... 유리를 닦을 생각도 못하는....

저 자신과 이 기독교계의 상황에 마음이 먹먹합니다.

두려움과 구안주의로 어둠속을 헤매고 있지만...

희미한 불빛이 우리들을 거룩과 공의로 감싸주실 줄 믿습니다.

선생님~~~ 많이 보고 싶습니다.~~~*^^*

시냇가

2011.12.28
12:58:48
(*.14.207.158)

우리사회의 기독교 신앙이 왜곡 된 것은 아닐런지요? 진리를 추구하기 위해 가지게 된 기독교 신앙인데, 필요에 의해 유지 시켜야할 정도의 요건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한편 문제인 것이, 기독교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려고 든다면 존립이 위태로워 질 것으로 사료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비추천 수 날짜
138 대구참사,모두 무사하시다니... 333     2003-02-18
일박수련회 말씀 나눔을 준비하기 위해 PBS하던중, 갑자기 떠들석한 뉴스소리 그리고 대구어쩌고 하는 소리에 TV곁에 갔는데... 하나님 또 무엇을 말씀하시려는 걸까요? 저부터 마음을 추스리고 그분앞에 기도하라는 경고로 받아들여야겠구요. 뭐라 말할수 없...  
137 마지막 일주일 [1] 333     2006-08-06
주님, 드디어 천국의 축제가 일주일 남았습니다. 혹 사탄이 시기하여 우리를 공격하려는 구석이 보이시면 기도의 사람들을 세우셔서 저희가 더 견고하게 믿음으로 남은 일주일을 하나님 의지하게 하여 주소서. 또한 주님의 커다란 날개 그늘에 우리의 거대한 ...  
136 지난 주일 예배 중에.. 333     2009-03-21
지난 주일 오후 예배를 드리는 중에.. 성경책을 드문드문 보는데.. "너희 힘든 이웃을 물질적으로 도와주면, 너의 상처가 빨리 아물 것이다."란 본문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특히 힘들게 목회하는 목회자들을 돕는일,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고아들, 남편...  
135 [ 세미나 안내 ] 게임중독(컴퓨터중독, 인터넷중독)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333     2009-04-28
[ 세미나 안내 ] 게임중독(컴퓨터중독, 인터넷중독)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밤새도록 컴퓨터를 하다보면 잠을 못자며 학업이나 또는 업무에 지장이 생깁니다. 이쯤 되면 가족과의 갈등이 심하게 일어나고요. 부모는 달래도 보고 때려도 보지만 행동에는 변화...  
134 남은 자를 위해 기도했으면... [2] 333     2009-05-27
화려한 장례식 후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의 중심에서 벗어난 후에.. 힘들게 살아갈.. 남은 유가족의 삶을 위해 기도했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은 전시회를 마치고 자신의 그림을 내릴때, 가장 허전하고 마음이 힘들다고 합니다. 사람들...  
133 어느 어머니의 가정방문 후기 332     2009-03-25
그 사이트에 그 어머님이 가정방문 후기를 올리셨네요. 가정방문 받는 부모님들의 마음입니다~~ "어제 오후에 약속한 시간에 선생님께서 집에 들어오셨습니다. 학부모총회때 떨리는 마음으로 잠깐 뵌것보고 1:1로 우리집안방에 앉아 차를 마시며 아이들에 관한...  
132 우리삶의 연주 [1] 331     2001-12-14
 
131 Re..그 다음을 위해 기도를... 331     2002-03-22
참, 같은 교회의 장로였군요. 저 역시 목사나 장로가 그 사람의 신앙 수준이나 사람 됨됨의 보증까지는 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삶 속에서 깨달은지 오랩니다. 정도 차이도 크고 뉘가 섞여 있기도 하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는 사회적 지위(교회의 직분도 마찬가지...  
130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신분들께 [2] 331     2002-03-25
지난주 말에 그 장로님이 보내신 답신을 받았습니다. 여전히 불합리하고 여전히 억울하지만 젊은 여집사에게 굽혀 사과하는 그 자체에 저도 순복하기로 했습니다.그래서 감사의 편지(그런데 저는 감사편지를 쓴다고 하면서 여전히 또 불합리한 것을 꼬집고 말...  
129 Re..낮에 보니 331     2002-05-07
그래도 저녁 불빛 아래서 본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128 Re..수고하셨습니다 [1] 331     2002-07-27
전형일선생님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감사하고요... 저도 책 좀 볼 수 있지요?  
127 Re.. 수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331     2002-08-03
전형일선생님 무더위 속에서 수고가 많으십니다. 어린 아이도 있는 상황에서 쉽지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섬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주께서 여러모양으로 위로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전선생님 덕분에 TCF 의 문서운동이 한단계 올라서는 것 같아 마...  
126 Re..저요!저요1 [1] 331     2003-04-16
기쁜 맘으로 동참하겠습니다. 019-379-5259  
125 회보 잘 받았습니다...^^ [2] 331     2008-10-08
어제 모임가서 회보 받았는데요... 첫 표지부터~ 낯익은 아이들 얼굴보며... 이름 기억해내며... 그 사이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랏!!! 제 이름 나온 거 보고 깜짝 놀랐습니당~ 순간 내가 뭐라 썼던가하는 생각에...^^ 또 읽으면서는 내가 ...  
124 2009년 새해맞이 성지순례 초특가 상품 안내 331     2008-12-30
2009년 새해를 맞아 저희 갈릴리여행사가 성도님 여러분들을 위해 알차고 은혜로운 성지순례 상품을 준비했습니다. 저희 20년 성지순례 노하우를 활용해 성도님들이 2009년 한해를 성지순례로 은혜로운 한 해를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했습니다. 많은 ...  
123 AEF대안학교 신입생 모집안내 331     2009-06-12
AEF대안학교 신입생 모집안내 AEF 교육특징 AEF는 학생을 존중합니다. AEF는 학생을 기다려 줍니다. AEF는 학생과 대화 그리고 회의를 통해 함께 결론을 찾고 만들어 갑니다. AEF는 이해 존중 배려의 삶을 원칙으로 합니다. AEF는 마음교육을 통해 믿음을 배워...  
122 Re..사진을 정리하며... 330     2002-01-04
사진과 리코더의 만남? 사진과 주~~욱 샘의 만남! 너무 잘 어울리는 것같아요. 수련회 때 마다 후배들과 함께 나타나시는 샘의 모습 ! 너무 아름다워요.  
121 Re..기독교사대회 조장후보명단(TCF) 330     2002-07-23
모두 원하시는대로 보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20 왜 이제서야. [2] 330     2002-08-11
오늘 예배 때 2002기독교사대회 간증을 했어요. 기도 부탁과 함께. 간증은 제가 스스로 계획한 바를 실천하겠다는 발표이기도 했습니다. 수업평가와 좋은교사 운동을 위한 기도. 간증을 하고 나니 기도에 동참하겠다고 내용을 좀 알려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  
119 Re..지역별로 팜플렛 발송했습니다 330     2003-07-12
수련회팜플렛 가히 예술이군요~ 조장훈련자료도 정말 알차게 잘 만드셨습니다 기대되는 수련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