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20시부터 서울 여의도에서 전국에서 올라오신 선생님들과 더불어 강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무릅쓰고 밤샘 농성과 다음 날 오후 4:45분 집회가 끝나기까지 계속한 7차 교육과정 저지와 교육 재정 확보를 위한 국민 대회에 참여했습니다. 이를 위해 전교조는 조합원들에게 연가투쟁을 지시했고, 이에 대응하여 교육부는 이 연가를 허용하지 말라고 일선 학교에 지시했으며 이를 어긴 교사는 징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한 징계의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서울만이 아닌 전국의 수만명의 교사가 이에 참여했습니다...(상주의 홍두준선생님과 남양주의 이민정선생님, 그리고 서울의 동구여중 채승희선생님도 만났습니다)

7차 교육 과정은 미국식 교육 제도를 이 땅에 옮겨오려는 시도입니다. 미국은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라고 합니다. 그에 따라 미국은 교육에 있어서도 빈부 격차가 심한 교육 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돈 있는 사람은 심지어 연간 교육비가 3만 달라까지 드는 사립학교에 보낼 수도 있고 돈 없는 사람은 그저 슈퍼 마켓에서 일하는 사람 정도나 양성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공립학교에나 자신의 자녀를 보낼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 것은 다 좋다는 편견이 교육에 있어서까지 미국 것을 가져오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교육에 있어서만은 빈부격차에 관계 없이 평준화를 이뤄왔습니다. 세상에 문제 없는 제도는 없다고 할 때에 그런대로 이 교육 평준화는 이 땅에서 지난 수십 년간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아오던 제도입니다. 그럼에도 이를 국민적인 동의의 절차를 거치지도 않은 채 슬며서 초등, 중등 등 우리나라의 교육에 도입해왔고 이제는 내년부터 고등학교에까지 도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한 절차상의 문제가 안고 있는 정책입니다. 우리는 그 동안 7차 교육과정이 뭔지도 모르고 살아왔고 교육부도 그저 이제까지 그래온 과거의 교육과정과 별로 다를 바 없는 정책인 양 이를 호도했습니다. 이래도 되는 것입니까? 이는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는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7차 교육 과정은 교육 과정이 아니라 교육의 틀 자체를 아예 바꾸어 버리는 것입니다. 7차 교육 과정이 시행되면 비정규직 교사의 비율이 높아지게 돼 있습니다. 교사의 신분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교장의 권한이 이제까지와 비교할 수 없게 커집니다. 지금도 교장의 권한 남용으로 피해를 보는 교사가 많은 판인데 앞으로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나마 발걸음을 시작한 교사 노조의 힘도 약화하게 돼 있습니다. 교원노조도 유명무실해지고 맙니다.

왜 교사의 처우개선에 대해서는 그렇게나 나 몰라라 하던 교육부가 그렇게나 반대하는 차등 성과급은 기어이 준 것이겠습니까? ... 7차 교육 과정이 시행되면 과원 교사 문제가 반드시 대두합니다. 그 때에 과원 교사를 쫒아내기 위한 명분이 이번 성과급의 속셈이라고 한다면 저더러 과민 반응이라고 웃어넘기시겠습니까?...돈 몇 푼 받고 목줄을 매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이를 반납하는 운동이 전국에서 노도와 같이 일어났습니다.

사립학교법은 재단의 전횡을 법적으로 보장해주고 있는 악법 중에서도 악법입니다. 재단은 아무리 불법을 저질러도 다시 복귀할 수 있게 법이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이번의 연가 투쟁은 합법입니다. 그런데 집단으로 했다고 해서 수업권 침해다 뭐다 해서 불법으로 치부해버리고 징계하겠다고 야단인데 이렇게나 엄격한 교육부가 재단의 불법은 너그럽게도 눈 감아 주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그런데 이 사립학교법을 개정 못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국회의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에서 사학 재단 보호라는 미명 하에 이를 두둔하고 있습니다. 이는 말이 되지 않습니다. 현재 사립 학교의 재단은 재단 법인으로 사회에 바쳐진 재산으로서 개인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재단이 학교 운영비라도 많이 조달하고 있다면 모르겠는데 불과 2% 밖에 조달하고 있지 않은 상태인데도 권한은 100% 행사하려고 하니 이 것이 과연 온당한 처사입니까? 이런 부당한 사학 재단을 옹호하고 있는 이런 정당이 장차 수권 정당이라고 자처하고 있으니 우리가 이를 수용할 수 있습니까?...

정부가 7차 교육 과정을 굳이 고집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말하는 교육 개혁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세상에 정부가 개혁에 앞장서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 그 것은 말 뿐이고 실제는 오로지 공교육 재정을 줄이려고 하는 속셈에서 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점차 학생수가 줄어들 판에 지금 갑작스레 교실을 증축하고 억지로 한 학급 35명으로 하려는 의도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하고 있는 일에 다름 아닙니다.

학급 학생만 줄이면 됩니까? 교사의 수급이 중요한 일인데 여러분도 아다시피 한 학급 35명으로 줄여서 늘어나는 학급수만큼 필요한 교사의 증원은 정규직 교사의 증원으로 하지 않고 기간제, 강사 등 비정규직으로 충당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해서 정규직 교사를 줄이고 그만큼 교육 재정을 줄이려고 하는 속셈입니다. 초등의 충초임명 문제도 다 그런 차원에서 진행하려고 하는 것으로 이해하셔도 사실과 하나도 다를 바 없습니다.

이래서 전국의 교사들이 우리나라 교육의 위기를 절감하고 교육부의 징계 위협에도 서울 여의도로 모여든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에 전국의 TCF선생님들 별로 참석하시지 않은 것을 보고 상당히 실망했습니다. 그런 중에도 상주의 홍두준선생님, 남양주의 이민정선생님, 서울의 채승희선생님을 만나뵈온 것은 정말 큰 기쁨입니다.

선생님들 이대로 가만히 앉아 있을만큼 우리의 교육적 상황은 안이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 거리로 뛰쳐나가고 싶은 사람이 아닙니다. 저도 우리 학교의 분회장으로서 이번에는 연가도 내지 않고 조용히 왔고 일반 분회원들에게는 일과 후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할 만큼 조합원으로서는 몸을 사리는 조합원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참석해서 생각해보니까 온건한 방법으로는 문제가 결코 해결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교조에서는 이번에도 정부가 콧방구도 꾸지 않을 경우에는 11월에 들어서는 파업에 준하는 투쟁으로 대항하기로 했습니다. 다음에는 저는 이번처럼 조용히 나와서 대회에 참여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가 교사로서 근무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는 독재 정권은 무너뜨렸으나 그 독재 정권의 하부조직인 제도나 관료는 그대로 온존해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여전히 과거 독재 정권처럼 국민의 이익을 침탈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고치지 않고는 우리나라의 교육은 민주 교육이 될 수 없으며 가진 자, 특별한 자만을 위한 교육으로 굴절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히틀러 시대에 나치스는 처음에는 유태인을 잡아갔다고 합니다. 그 때에 기독인과 천주교인들은 우리와 상관 없는 일이라며 구경만 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천주교인인가요? 잡아갔다고 하며, 마지막으로 기독인들을 잡아갔다고 하는데 기독인들이 잡혀갈 때는 구경해주는 사람마저 없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남의 일이 아닙니다. 구경만 하고 있다가는 모두가 당하고 말며 나중에 이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습니다. 이 일에 대해 왜 저 사람들이 그러는지 알아보시고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대영드림


조회 수 :
1079
등록일 :
2001.10.28
13:55:10 (*.169.190.115)
엮인글 :
http://www.tcf.or.kr/xe/freeboard/99946/dd0/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99946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sort 비추천 수 날짜
3218 Re..예레미아를 묵상하며-신앙의 다양한 모습 830     2001-11-02
현 사회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선생님의 말씀이나 친구의 복음 우선이라는 말씀이나 다 같은 말씀이라고 봅니다. 만일 선한 사마리아인의 강도 만난 사람을 구제하는 행동과 강도 만난 사람을 보고도 그냥 지나간 레위인 또는 제사장의 행위 중 어느 것이 ...  
3217 예레미아를 묵상하며-신앙의 다양한 모습 921     2001-11-01
바벨론의 포로 신세가 된 이스라엘 백성에게 그는 말합니다. " 이제 내가 이 모든 땅을 내 종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의 손에 주고 또 들짐승들을 그에게 주어서 부리게 하였나니 열방이 그와 그 아들과 손자를 섬기리라 ... 중략... 바벌론 왕 느부갓네살을 섬...  
3216 라캄파넬라 1330     2001-11-02
리스트가 편곡한 라캄파넬라를 들으면 난 눈내리는 크리스마스가 생각이 난다. 흰 눈이 쌓인 고즈넉한 분위기의 아침 창문 밖으로 살며시 나리는 하이얀 눈을 생각하며 내 귓가로 라캄파넬라의 아름다운 선율이 노크한다. 피아노 소리를 참 좋아하면서도 마땅...  
3215 Re.. 세번의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한 무사고 운행 919     2001-11-05
일이 있을 때마다 매번 수고해주시는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피곤은 좀 풀리셨는지요?... 정말 저도 동시에 목격했지만 아찔했습니다. 우리가 1차선에 있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등에서 식은 땀이 날 정도였습니다...이제는 두시간 넘는 거리는 가능...  
3214 Re.. 세번의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한 무사고 운행 [2] 1206     2001-11-05
학교에서 12시에 출발 다음날 오전1시에 집에 도착한 토요일이었습니다. 우선 안미정 선생님과 장명월,이정현 선생님들의 댁앞까지 바래다 들이지 못한 걸 사과드리고요-지하철로 무사히 귀가하셨을 줄 믿구요.. 김천-구미간 경부 고속도로의 교통체증으로 결...  
3213 홍순영선생님의 혼인예식에 다녀와서... 1143     2001-11-05
3일 오후 1시경 2호선 성내역에서 유수현선생님의 차로 구미를 향해 떠났습니다. 저와 이민정선생님, 그리고 오늘 처음보는 전선생님, 의정부에 근무하시는 박선생님이 타셨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토요일 오후인 오늘의 고속도로는 고속도로가 아니었다는 점입...  
3212 다 끝났어. 859     2001-11-05
1학기에 아이들 집을 방문하고 2학기에 아이들을 저희 집으로 초대해서 같이 잠자고 이야기하는 시간들이 지난 금요일로 모두 끝이 났습니다. 생각해보면 참 힘든 시간이었다는 느낌이 제일 먼저 들고 보람도 느껴집니다. 아이들의 취침 시간(대개 12시 이후부...  
3211 Re..항상 힘이 되는 것은... 855     2001-11-06
항상 힘이 되는 것은 말씀인 것 같습니다. 건강하시고...  
3210 제1회 한국유학생선교대회가 있었습니다 [2] 932     2001-11-05
평안하심니까? 주님의 이름으로 여러분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일본에 와서 매일 들어오는 곳이 있다면, 기독교사회입니다. 하루의 일과가 되어버린 지금, 더욱 없어서는 안되는 모임이 되었습니다. 매일의 힘은 교사회에 들어오면서, 하나님과의 살아있는 교...  
3209 Re.. 저희도 그랬어요 1056     2001-11-05
서울 모임이 PBS를 시작한 게 5년 정도 되나요. 그러니까 박영덕 목사님께서 도영하시기전 매달 한번씩 강해설교를 해주셨는데 항상 그 날은 평균 회집인원수를 웃돌았어요. 하지만 1년 후 하지영 선생님이 용기를 내어 격주 PBS를 시작했지요. 하지만 예습해 ...  
3208 격주모임에서 매주 모임으로.... [1] 1130     2001-11-05
여러 선생님들 께서 기도해 주시는데 그때 그때 소식을 전하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곳에서도 여러 선생님들의 기도의 힘이 느껴집니다. 저희 제주 모임에서 '기독교사학교' 자료집을 가지고 나눔을 하다가 성경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같이 보...  
3207 Re..정보부장보다는....연구부장이 더... 841     2001-11-06
정보부장보다는 연구부장이 더 힘이 세지... 정보야 연구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 성규로부터 지안후배 일 잘한다고 이야기 들었다. 연구 부장님.. 열심히 하시고..  
3206 게시판에 글 올리는 사람들은 대단하다. [1] 909     2001-11-06
몇번이나 글을 쓸까 말까 하다가 용기를 내어서 글을 써 본다. 옛날 TCF의 다락방은 천리안에 있었다. 그리고 레스토랑같은 곳이 아닌 시골집같은 곳이었다. 그래서 글솜씨가 없어도 글을 쉽게 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형일형제가 너무 잘 만들어 놓아서 시골...  
3205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신 하나님! [1] 974     2001-11-06
저도 오랜만에 `이곳에 글을 올립니다. 제주도의 모임소식,홍순영선생님 결혼식에 어렵게 다녀오신 이야기,일본 소식,... 모두 반갑고 이 홈페이지에서 이렇게 전국의 TCFER가 교제를 나누고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합니다. 저는 요즘 어느 미혼 선생님과 넌크리...  
3204 자동차 운전을 배우지 않으려고 했는데... 908     2001-11-06
자동차 운전을 배우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런 내 뜻과는 달리 이제는 기어이 배워야 할 것만 같다...지난 일요일 어머니를 모시고 벌말(평촌)에 있는 숙부댁에 다녀온 것이 이런 내 생각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교회 예배를 마치고 팔순에 가까우신 어머...  
3203 사랑이 어렵다. [2] 1069     2001-11-06
사랑이 어려울 때도 있다. 말 한마디 참기 힘들어 쉽게 뱉은 말이 지독한 상처를 줄 때도 있다. 먼저 사랑하고 섬기라고 하지만 누가 더 사랑했는지 비교하며 타인의 깊지 않은 섬김에 그냥 속상한 날도 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 가슴에 담아둔 채 그냥 속 좁은...  
3202 Re..수능 감독관인데 복도 감독이라서... [2] 1116     2001-11-07
김대영선생님! 오늘 수능감독하시느라 애쓰셨겠네요. 저는 집이 멀다고 ( 저같은 사람 빼주라고 공문이 내려왔답니다) 감독을 빼주어서 이렇게 집에서 쉬고 있습니다. 이곳을 통해 선생님 소식을 늘 접하며 항상 뵙는듯한 착각을 하기도 합니다. 인터넷이 편리...  
3201 Re..전 글에 대하여 [2] 1016     2001-11-08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아니 공감이 됩니다. 삶이 무수한 상황과 경우의 수로 이루어져 있어서 하나하나의 삶의 모습과 철학이 현실로 반영되는 것을 무시했을때 무너져 버릴 사회 가치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습니다. 모든 이에게 강요...  
3200 수능 감독관인데 복도 감독이라서... 1135     2001-11-07
수능 감독이나 복도 감독이라서 교무실에 잠시 들어와 글을 올립니다... 1교시의 일인데 10분 전 쯤 어느 반에서 답안지가 모자란다고 해서 갖다 주고 오다 보니 한 수험생이 혼자서 화장실에 다녀오고 있었습니다. 수험생인지 감독 교사인지를 확인했습니다. ...  
3199 저는 수능1세대입니다. 1329     2001-11-07
저는 94학번 수능 1세대 입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갈때 연합고사에 처음으로 주관식이 도입되었고 제가 대학에 들어갈때 처음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도입되었습니다. 게다가 또 처음으로 수능을 2번 쳐서 더 잘나온 점수를 가지고 원서를 냈던 아주 특이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