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가을 지리산 등산기

2001년 10월 13일
22:50서울역 출발하다.
23:00영등포역에서 일행 8명이 승차하다.

2001년 10월 14일
03:47곡성에 닿다.
04:05구례구역에 도착하다. 졸린 눈을 비비며 승강장에 내려선다. 서늘한 새벽 공기가 뺨을 스쳐간다.

아직 캄캄한 역 밖으로 나가서 바로 택시 2대에 9명 모두 승차하고 역을 떠난다.

04:33피아골 민박촌 입구(직전 마을) 도착한다.

마을 주변은 전등이 켜 있어서 환했으나 인적은 없다. 다만 검은 점박이 개가 두 마리 나와서 꼬리를 치며 우리를 환영한다. 그를 보며 내가 말한다.

'우리 집 첫째가 너희들에게 부탁을 해뒀나 보다. 첫째가 그랬지? 내가 가면 너희들이 나와서 우리 주인을 환영해달라구?'

내 말을 알아 들었을까? 개들은 그렇다는 듯이 꼬리치는 모습이 더 정답게 보인다. 이 말을 하고 나니까 갑자기 첫째 생각이 나면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마을을 지나니 캄캄한 어둠이 우리를 가리운다. 아직도 밤중이라서 후라쉬 없이는 등산할 수 없다.

낫의 날과 같이 보이는 그믐달이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모습으로 비치고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후라쉬 불빛에 의지하여 걷기 시작. 그런데 걷다보니 좀 전의 개 두 마리가 따라오기 시작.

05:12이제까지의 비교적 넓은 길을 벗어나 등산로로 이어지는 철제 다리가 개울 위에 높이 걸려 있다.

이정표에 있는 것을 보니,
피아골 산장 3km(1시간 34분 후인 06:46도착), 임걸령 삼거리 6km(3시간 44분 뒤인 8:56에 도착), 노고단11km라고 표시돼 있음(노고단에는 5시간 38분 뒤인 10:50에 도착함)

05:25낙엽이 깔려 있고 후라쉬 불빛이 희미하여 길이 잘 보이지 않아서 길 찾는데 애를 먹다.

05:45두번째 다리가 나타나다. 그 다리를 건너서니 그 곳이 '삼흥소'라는 곳이다.
잠시 휴식.

그런데 보니까 아까 따라오던 개가 여전히 따라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나중에 들었는데 ㅇㅇ님이 야단을 한번 쳤을 뿐인데 그 뒤부터 다시는 우리를 따라오지 않았고, 우리 뒤에서 다른 일행이 오고 있었는데 그 일행에게는 그 개들이 따라붙지 않았다니 신기함)

캄캄한 속에서 과일을 깎아서 나누어줘서 나도 얻어 먹음. 뒤에서 불빛이 아른거리고 있는데 다른 일행이 닥아오고 있다.

05:55그들이 닥아오기 전에 출발.

차차 후라쉬 불빛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도 주위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

06:05후라쉬 없이도 걸을 수 있게됨

06:10다시 다리를 건너가는데 이 다리는 출렁거리는 다리라서 모두들 다리가 출렁거리는 것을 즐기며 건너감. 다른 일행들이 마침내 우리를 앞질러감. 작년에는 다른 일행이 거의 없었는데 올해는 다른 일행들이 많았음.

06:12구계포 계곡을 지나감. 아직 전체적으로 단풍은 들어가고 있는 중이었으나 그래도 그 정도 든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단풍의 모습을 느끼기에는 부족하지 않았음.

06:20텐트를 쳐도 좋을만큼의 평평한 곳이 드러나 있는 곳을 지나감, 날이 밝을만큼 밝아서 주변 경치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

06:35선녀교

06:45신선교

06:46피아골 산장에 도착, 아침 식사하다. 땀을 많이 흘린데다가 새벽 공기가 서늘해서 모두들 잠바를 꺼내어 입다.

07:30출발
07:50용소암 삼거리를 지나치면서 이번 등산에서 가장 가파르고 험한 등산로에 들어섬. 더욱 더 천천히 올라감. 올라갈수록 뒤에서 올라오는 일행의 모습이 보이지 않음. 나는 뒤에서 오고 있는 ㅇㅇ님에게 우리는 천천히 올라가되 쉬지 말고 임걸령 삼거리까지 올라가서 쉬자고 했는데 ㅇㅇ님은 정말 내 뒤에서 한번도 쉬지 않고 따라오는 저력을 보였음. 다른 일행이 보이지 않아서 호루라기를 불어보니 먼 데서 소리가 들렸음.

08:56마침내 ㅇㅇ님과 함께 임걸령 삼거리에 이름. 쉬면서 일행이 오기를 기다림

09:16ㅇㅇ님이 두번째로 도착함
09:17ㅇㅇ님이 세번째로 도착함
09:20ㅇㅇ님, 김ㅇㅇ님, 고ㅇㅇ님이 차례로 도착함, 맨 마지막으로 김ㅇㅇ님과 장ㅇㅇ님이 도착

제주도에서 왔다는 일행이 노고단쪽에서 와서 피아골을 내려가며 우리에게 제주도에서 직접 가져왔다는 밀감을 우리 일행에게 주어서 맛있게 먹음.

09:37출발, 능선에 올라서니 멀리 오른편으로 우리가 갈 곳인 만복대가 보임. 만복대 배경으로 사진을 찍음.
09:50노고단 2km남음
10:05노고단이 보이기 시작함
10:25휴식
10:33출발
10:50노고단에 마침내 도착,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서 주변 경치를 황홀한듯 바라보고 있었음

11:00출발

11:30노고단 산장 앞 야영장에 도착. 그런데 봄까지도 있었던 야영장은 없어지고 흙을 퍼다 쌓아서 나무를 심어 놓았음. 샘도 없어졌음. 그래서 식수장에 들어가 물을 떠서 먹었는데 식수장에서 마시는 물은 맛이 나지 않는 듯했음.

11:35출발
11:38화엄사로 내려가는 등산로 입구를 지나감
12:00성삼재에 도착, 수많은 자동차들로 성삼재는 시끄럽고 번잡해서 여기가 1500m 높이의 산 위가 맞느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음. 다시금 여기까지 길을 닦아 놓은 사람들을 비난함.

성삼재에서 만복대로 가는 등산로 입구를 들어서려하니 등산로 입구에 전에 없던 경고문이 붙어 있었는데 영구히 입산금지한다며 만일 입산하게 되면 과태료100만원이라는 경구가 있었음.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일단 길가에서 밥을 먹을 수는 없으니 들어가서 밥을 먹으며 생각해보기로 하고 입구에서 3-40미터쯤 올라간 나무 그늘에 가서 밥을 먹으며 어떻게 할 것인지를 의논했는데 보니까 등산객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들고 있어서 우리도 마음 놓고 예정대로 등산키로 의견을 정함.

13:10출발
13:20작년에 정ㅇㅇ님과 점심 식사하던 곳을 지나감.

13:30 이정표가 나오는데 보니까 만복대까지 5km남았고 이제 겨우 1km 왔다

14:35이제 3km왔고 3km남은 곳이다. 산죽과 억새, 기타 잡초로 인하여 길을 가자니 손을 베일 것 같고 조심스럽다. 쉬고 싶어도 쉴 공간이 없다. 뒤에서 오는 일행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얼마나 뒤떨여져 있는지 호루라기를 불어도 반응이 없다.


14:40이제 만복대로 이어지는 능선의 첫머리쯤에 있는 헬기장에서 휴식한다. 내려갈 때에 오른 편으로 가면 여기서는 보이지 않으나 가파른 등산로가 아래로 이어지고 있는 곳이어서 내려갈 때에 여기까지 다시 내려와야 한다.

14:50출발, 만복대를 멀리 바라보고 가고 있는데 가도가도 만복대는 가까워지지 않고 우리가 닥아간 거리만큼 물러 앉는 것만 같다. 힘들고 지루한 느낌이 든다.

15:55마침내 만복대에 도달한다. 만복대는 언제나 바람이 차가워서 오래 머물기 어려웠는데 오늘이 비교적 포근했고 바람도 그다지 차지 않았다. 작년만해도 비바람이 불어서 채5분도 머물기 어려울 정도였는데...

과일을 먹다. 물도 동이 나서 목말라도 참을 수 밖에 없었다. 힘들게 올라왔어도 정상에 이르른 기쁨이 우리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16:27기념 촬영 후 하산을 시작하다. 김ㅇㅇ님이 가장 앞에서 내려가다. 그 등뒤로 하얀 억새꽃이 기우는 가을 햇살 아래 정답게 빛나고 있다.

17:20가도가도 나타나지 않던 아까의 그 헬기장에 다시 도착하다. 매년 와봐도 산길은 올 때마다 새롭다.

주위는 온통 억새밭이다. 하이얀 억새꽃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하여 우리를 반기는 자연의 친숙한 손 같기도 하다. 이미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김ㅇㅇ님이 우리가 닿자 배낭을 메고 일어선다. 조금 더 쉬고 싶었지만,

17:25시간이 없어 그만 출발하다.

18:20후라쉬를 켜다. 나는 고ㅇㅇ님과 더불어 맨 앞에서 내려가다.

마침내 상의 마을의 맨 윗쪽에 있는 집 뒤꼍으로 해서 등산로를 빠져나오는데 개들이 짖어대자 한 아주머니가 웬 일인가 해서 내다보다.

거기서 작년에 우리를 여기서 저 아래 온천까지 태워다줬던 장영채 기사(011-654-5847)에게 전화를 하다. 자기는 지금 구례에 있어서 못간다며 대신 다른 기사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전화를 마친 후

19:20마침내 슈퍼에 도착한다. 그런데 여기 와보니 슈퍼가 닫혀 있다. 미리 전화를 하기를 잘했다.

여기 와서 채 5분도 기다리지 않은 것 같은데 택시가 바쁘게 올라왔다. 즉시 타고 온천으로 갔다. 내려가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운 좋게 온천에 들어갈 수 있었다. 땀으로 절었던 몸을 온천 물에 씻은 후에 노천 온천에 나가 몸을 담그고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 볼 때에 정말 마음이 안온해져왔다. 이 재미에 내가 여기를 찾는 것 아닌가? 고생 없이 온천에 왔다면 이 기분을 가질 수 없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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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9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2996     200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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