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즐거운 학교'에서 날아온 메일 중에
여러 선생님과 함께 읽고 싶어지게 만든 글입니다.

요즘 수업공개, 평가 이런게 대세인 듯 합니다.
물론 수업공개가 교사의 수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래의 글과 같은 쇼(show)스런 수업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좋은 수업은 과연 어떤 수업일까요?
이 글은 우리의 수업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케 합니다.

-------------------------------------------------------------------


제목 : 나는 수업 잘하기를 포기한 교사입니다
글쓴이 : 최성우
부제 : 우수교사인증제 시행 소식을 듣고 생각해 본 ''잘 가르치는'' 교사
2009년 11월 5일 08:44분
[오마이뉴스 이희진 기자]

작년에 나는 ''''''''''''''''선도학급'''''''''''''''' 교사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수업을 연구해서 더 좋은 수업으로 학교교육을 ''''''''''''''''선도해나가는'''''''''''''''' 일을 맡은 교사였다. 그래서 주제에 따라 수업연구도 하고 계획서나 보고서도 쓰고 다른 학교 선생님들과 교육청 장학사들까지 참관하는 수업 공개도 몇 차례 해야 했었다. 나는 선도학급을 희망해서 맡았다. 수업 잘하는 교사가 되고 싶기도 했고, 선도학급을 맡으면 받게 되는 지원비도 좋았다. 그 지원비로 나는 탐나던 교구들을 사서 수업에 쓸 수 있었고, 학생 전원을 위한 작은 칠판도 사서 수업 중에 골든벨 퀴즈도 많이 할 수 있었다. 기왕이면 ''''''''''''''''유능한 교사''''''''''''''''가 되고 싶었다 작년 첫 번째 공개수업은 ''''''''''''''''학교공개의 날''''''''''''''''에 우리반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난 그날 교사들이 공개하기 꺼리는 과학 수업을 준비했다. 준비할 것도 많고 수업 분위기도 부산스러울 게 거의 확실한 과학을 고른 나를 두고 어떤 선생님은 신기하다고 하셨다. 교과서에는 고무찰흙과 스티로폼을 여러 개 쌓아서 사용하는 실험으로 나왔지만, 공개수업에서는 잼을 발라 층층이 쌓은 식빵과 과자를 사용했다. 실험의 재료가 재료인지라, 학생들은 모두 흥미진진한 태도로 수업에 참여했고 실험도 열심히 했다. 원래 계획은 수업 후 재료인 빵과 과자를 학부모님들과 함께 먹으며 수업에 대한 소감을 나누는 것이었는데 학생들이 다 먹어버려 그렇게 하진 못했다. 하지만, 하지만 나중에 ''''''''''''''''담임교사와의 대화'''''''''''''''' 시간에 수업이 재미있었다고 말씀해주셨고, 1년 내내 습곡과 단층에 관련된 시험 문제를 틀리는 아이는 없었다.



더 욕심이 났다. 수업을 잘하는 ''''''''''''''''유능한 교사''''''''''''''''가 되고 싶었다. 승진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이왕 직업이 가르치는 일이니 학생들에게도, 학부모님들에게도, 다른 교사들에게도 "그 선생 수업 잘한다"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교사가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수업에 노력하는 거야 당연한 거지만, 자신의 직업에서 인정받고 싶어서 노력하는 것도 당연한 게 아닌가.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 내 직업에서 인정받는 ''''''''''''''''유능한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지만 그게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하진 못했다. 나는 몰랐던 것이다. ''''''''''''''''좋은 선생님''''''''''''''''과 ''''''''''''''''유능한 교사''''''''''''''''의 차이를. 쇼가 된 수업 공개, 나에게 화가 났다



  늦가을, 마지막 수업공개를 하던 날이었다. 1년간 연구한 선도학급의 실적을 평가받고 나 역시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였다. 다른 선생님들은 물론, 교장 교감 선생님과 함께 교육청에서 내 수업을 보기 위해 나온 장학사님이 교실 뒤에서 수업을 참관하고 계셨다. 수업은 무난하게 끝났다. 처음부터 무난한 과목, 무난한 내용을 고른 수업이었다. 무난하지 않은 건 단 하나, 아이들의 모습이 달랐다. 나는 수업 중반을 지나서야 그 이유를 알아차렸고 다소 충격을 받았다.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도 수업을 참관하는 사람들도 모두 없는 교실에서 난 내 자신에게 화가 나 한참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앉아만 있었다. 내가 나에게 화가 났다. 그때 내가 깨달은 것은, 내가, 나와 아이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날 내가 ''''''''''''''''유능한 교사''''''''''''''''로 인정받기 위해 모든 이에게 보여주고 싶어 했던 수업은 1년간 내가 우리반 아이들과 함께 해온 수업이 아니었다.

  나는 학생들이 수업 내내 즐거워할 수 있는 수업, 내가 설명하는 중이라도 아이들이 생각나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내 말을 끊고 말할 수 있는 수업을 나는 추구했었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그렇게 행동하라고 말했었고 그렇게 공부하는 것이 좋은 공부라고 이야기했었다. 그러나 수업 공개 날, 나는 갑자기 정자세로 앉아서 로봇처럼 또박또박 이야기하기를 아이들에게 강요했다. 나는 나에게 유능하다고 할 만한 다른 사람들의 잣대를 아이들에게 들이댔고, 내가 유능해 보이지 않도록 행동한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야단을 쳤다. 내가 아이들과 함께 1년 동안 추구해 온 수업에 대한 이상을 버리고, 우리가 1년 동안 함께 해온 노력들을 기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는 수업 공개를 하지 않아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적어도 ''''''''''''''''잘하는 수업''''''''''''''''에 대한 기준이 로봇 같은 학생들과 연예인 같은 교사가 만드는 한 편의 ''''''''''''''''쇼''''''''''''''''인 동안은 ''''''''''''''''유능한 교사'''''''''''''''', ''''''''''''''''수업 잘하는 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머리에서 지웠다.



  그리고 ''''''''''''''''유능한 교사''''''''''''''''라는 인정은 장학사나 동료교사가 아니라 내 반 학생들과 학부모님들께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았다.

  ''''''''''''''''잘 가르치는 교사''''''''''''''''는 누가 뽑아야 하나 ''''''''''''''''수업명인''''''''''''''''이니 ''''''''''''''''으뜸선생님'''''''''''''''', ''''''''''''''''스타강사'''''''''''''''' 등등 각 시도교육청별로 잘 가르치는 교사를 뽑아 인정해주는 우수교사인증제를 시행한다고 한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이런 인증제를 교원평가로 연결시키겠다고 발표도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결국 잘 가르치는 교사는 학교와 교육청에서 뽑는 것이고 승진하고 연결되는 지금의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서 또 하나의 제도를 더 만들겠다는 말이다. 교사의 전문성을 이야기할 때 의사와 종종 비교하곤 한다. 의사는 몸을 건강하게 하는 직업이고 교사는 몸과 마음과 머리를 건강히 키우는 직업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의사가 실수하면 사람을 죽일 수 있지만 교사가 잘 못하면 그 사람의 삶을 죽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교사와 의사가 참 중요하고 전문성을 갖춘 직업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진료 잘하는 의사''''''''''''''''는 누가 뽑나? 환자들이 뽑는다.



  ''''''''''''''''잘 가르치는 교사''''''''''''''''는 누가 뽑아야 하는가? 물론 공교육인 이상, 교육의 질을 관리하기 위해 관에서 잘하는 교사, 좀 더 역량을 발전시켜야 하는 교사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수업 잘하는 교사를 뽑는 제도들은 ''''''''''''''''수업연구대회''''''''''''''''니 ''''''''''''''''수업개선실천연구''''''''''''''''니 등등 많이 있다. 그리고 그런 제도들은 승진과 연결되어 있어 이미 형식화되고 ''''''''''''''''쇼''''''''''''''''인 수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수업명인''''''''''''''''이니 ''''''''''''''''으뜸선생님''''''''''''''''이라니 하는 말들은 듣기만 해도 참 아름다운 명예다. 그냥 잘하는 교사가 아니라 모든 교사가 보고 배워야 하는 ''''''''''''''''선생님의 선생님''''''''''''''''으로 손색이 없는 이들이 그런 명예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명예라는 것는 사회의 인정과 적절한 보상이 따라야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무엇보다 ''''''''''''''''누가 선정하는가''''''''''''''''가 중요한 게 아닌가. 퓰리처상과 노벨상이 신문사 사장이나 과학재단이사장이 뽑는 거라면 이렇게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을까.
조회 수 :
699
등록일 :
2009.11.27
09:00:27 (*.242.29.147)
엮인글 :
http://www.tcf.or.kr/xe/freeboard/108918/573/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08918

이신혜

2009.12.07
10:51:26
(*.110.24.80)
저도 이 메일을 받고 한참동안 생각했어요..
수업잘하기를 포기한 교사.....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비추천 수 날짜
618 [소프트볼] 전국체전 결과 및 경기사진 [4] file 976     2006-10-21
 
617 글없는 책으로 복음 전하는 일이 쉽지 않지요~? [2] 976     2009-10-26
"또 하나님 앞에서 아무도 율법으로 말미암아 의롭게 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니 이는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 하였음이라" (갈라디아서 3장 11절) 지난 가을 전국 리더모임 때, 글없는 책으로 복음 전하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제가 붙들었던 말씀이에요. 우리는...  
616 2010 기독교사대회를 위한 중보기도.. 978     2010-08-03
잘 지내시죠~? 2010 기독교사대회에 참여하시기 전에.. 가능하시면 지역별로 중보기도 모임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주 모임도 내일 저녁 8시에 중보기도 모임을 갖기로 했답니다. ... 2010 기독교사대회 간사단체로 섬기시는 기윤실 교사 모임 선생...  
615 한동국제학교 생활관 대리부모 모집 979     2009-12-29
한동국제학교에서 Dorm Parents (생활관 대리부모)를 찾습니다. 기독교 교육과 국제화 교육을 추구하는 한동국제학교에서는 교육공동체로서 함께 동역할 새로운 Dorm Parents (생활관 대리부모)를 찾습니다. 1. 지원자격 및 우대사항 가. 지원자격 1) 기독교인...  
614 Re..보충합니다. [2] 980     2003-08-16
이번 TCF 전주 수련회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태동배경 강의를 담당한 박채옥입니다. 사실 포스트모더니즘의 배경을 밝히는 문제는 사상사적(특히 철학적) 상황을 거론해야 하기에 상당히 딱딱합니다. 그래서 오늘날 포스트모더니즘의 토양 위에서 자라는 독버...  
613 좋은교사 - 도난 사건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요? [9] 985     2002-11-26
안녕하세요? 저는 좋은교사 편집위원 이경조입니다. 지금 청파 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구요. 지난 좋은 교사 11호에 표지 모델로 나와서 .. 좋은 교사를 흐려놨던.. 장본인 입니다. 이번 1월호에 실을 내용 중에서 TCF선생님의 생활 지도 해법을 좀 참고 하고 ...  
612 미주지역 tcf 수련회 [1] 985     2014-12-24
학기말 막바지, 건강히 지내고 계신가요? 저도 학교일, TCF수련회 준비 등으로 분주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내일 가족들과 함께 미국에 다녀오게 됩니다. 현재 미국에서 공부하고 계시는 박은철, 안준길, 한연욱 선생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여행도 다닐 ...  
611 부산에서 기독교 대안학교와 홈스쿨링 세미나가 열립니다-5월 22일(토) 987     2004-05-06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부산에서 기독교 대안교육과 홈스쿨링을 위한 세미나가 열립니다.5월 22일(토),지구촌고등학교(이사벨중고등학교 내)에서 열리는 이번 세미나에는David Smith 교수(미국 칼빈대학교),김성수 교수(고신대학교 교육대학원장),김...  
610 57회 수련회 평가설문 결과 file 990     2015-08-20
 
609 예수로부터 992     2001-10-16
 
608 저의 둘째 아들이 세상에 나왔어요 ㅋㅋ [14] file 992     2008-09-13
 
607 중앙기독초등학교 교사 모집 공고 994     2004-05-24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시 119:105)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시 119:105) 초등학교 교사모집 여기 하나님의 학교가 있습니다. 교육과 신앙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지체들이 모였습니다. 하나님...  
606 2010 기독교사대회 기도 수첩 file 995     2010-05-28
 
605 애인을 왜 오빠라고 불러야 하는가? 1000     2001-10-25
요즘은 여자가 남자 애인을 오빠라는 말로 부르더군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상당히 멋적은 말, 거북한 말입니다. 그래도 혼인 전까지는 그런대로 봐줄 수 있지만...혼인하고 나서까지 오빠라고 부르는데는 .... 제 조카 중에 그런 애가 있습니다. 혼인 전에도...  
604 나는 여자 보는 눈이 없다. [3] 1000     2001-11-19
나는 탈렌트 이름을 잘 모르는 편이다. 내가 아는 여자탈렌트는 김혜자, 김혜수 이정도이다. 그런데 나는 대학교때 아주 미모의 탈렌트를 TV에서보게 되었다. 그녀는 임성훈이 진행하는 '밤으로 가는 쇼'에 게스트로 나왔었다. 아주 차분하고 단아한 모습 그리...  
603 나라를 위한 40일 기도제목입니다. 1000     2003-12-09
고향교회 홈페이지 관리하는 후배가 보내온 메일입니다. 며칠 지나긴 했지만... 공감되는 기도제목이라는 생각이 들고... 함께 기도해야할 때인것 같아서 올립니다. 읽으시면서 기도해주세요~~~ ------------------------------------------------------------...  
602 2002기독교사대회장소 전경 file 1002     2002-02-15
 
601 이우학교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7] file 1005     2010-04-01
 
600 교회 옮기는 문제에 관해 보낸 편지 1006     2001-12-22
- 교회를 옮기는 문제로 고민하며 기도 부탁한 동생에게 보낸 글입니다. 여러분에게도 좋은 나눔이 될 것 같아 띄웁니다. "내 신앙 생활의 중심은 교회입니다. 내 사역의 중심은 학교입니다. 그리고 내 삶의 중심은 하나님입니다."라며 일을 더 맡길 바라는 교...  
599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아깝다 학원비’ 소책자 1006     2009-11-05
송인수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메일 내용입니다. ... 선생님, 송인수에요. 잘 지내셨지요? 지난 번 월간 좋은교사를 통해서 보내드린 ‘아깝다 학원비’ 소책자 잘 받으셨지요? 지역모임으로도 200부씩 보내서 나누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만... 요즘 이 소책자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