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설명할 때, 한 사람도 빠짐없이 나를 쳐다보는 초롱초롱한 눈
시각 자료를 보여줄 때, 모두의 시선이 화면을 향하며 고정된 모습
내가 책을 펴라고 했을 때, 모두가 신속히 정확한 쪽수를 펴고 있는 모습
교과서에 무엇인가 쓰라고 했을 때, 모두가 일사불란에게 연필을 꺼내들고 빠른 시간에 쓸 내용을 생각해 내어 바른 글씨로 일정한 분량을 채우는 모습
수업시간 종이 치면, 모두가 신속하게 앉고 조용히 내 말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모습
내가 학생의 잘못을 지적하고 혼을 낼 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눈물을 글썽이며 '선생님, 잘못했어요, 다음 부터는 그러지 않을게요' 하고 회개자복하는 학생의 모습
조별로 함께 토의하라고 했을 때,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하며 조용히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야기하는 모습
발표를 시켰을 때, 적어도 반수의 학생이 손을 쭉 펴서 들고 분명하고 큰 목소리로 발표하며 나머지 학생들은 쥐죽은 듯이 친구의 말을 듣는 모습

 

이것이 제가 꿈꾸는 교실의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학습 훈련이 잘 되어야 하겠지만

위와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 예민하게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잔소리를 늘어놓습니다.

한 아이의 비뚤어진 모습 때문에 시작된 나의 분노와 잔소리가 수업에 방해가 되고...

 

미성숙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인데

미리 성숙해져서 완벽한 모습으로 내 앞에 있기를 바라는 내 욕심 때문에

시험을 당하고 지치고 힘이 듭니다.

아이들의 미성숙함과 그 안에 있는 상처와 짐들을 미워하지 않고, 싫어하지 않고

함께 지고 갈 수 있는 내가 되기를,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profile
조회 수 :
1372
등록일 :
2010.10.08
06:25:00 (*.152.139.44)
엮인글 :
http://www.tcf.or.kr/xe/freeboard/153161/078/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53161

안준길

2010.10.10
08:46:36
(*.224.64.42)

매일 겪을 수 밖에 없는 우리 교사들의 갈등을 잘 표현하셨네요. 이 싸움 묵묵히, 길게 보고 잘 감담해 나갑시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 파커파커> 일독, 이독을 권합니다.

신재식

2010.10.11
16:04:19
(*.115.165.66)

앞부분을 읽으며, 너무 부러웠더랬씁니다. 참으로 공감가는 글입니다. 기도하며 예수님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보도록 노력합시다.

김영석

2010.10.11
22:44:32
(*.152.139.44)
profile

 '가르칠 수 있는 용기' , 모임에서 나눌 때 깊이 읽지 못했는데 다시 펴 보겠습니다.

김선영2

2010.10.13
19:22:16
(*.43.87.2)

아....선생님의 글을 읽고 정말 공감이 갑니다...오늘도 결국 아이들의 미성숙함을 주님의 방법으로 다루지 못한 것 같아 우울했었거든요...교단은 정말 부담스러운 부르심입니다. 요즘... 많이 배운 교사인 제가 정말 교만해지기 쉽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겸손한 교사가 되고 싶은데 너무 어렵네요....주님의 십자가가 생각이 납니다.

최정희

2010.10.13
19:59:34
(*.223.190.19)

저도 정말 공감이 되네요. 매번 하는 잔소리 래퍼토리는 '내가 많은 걸 바라는게 아니야~'하고 시작하지만 조그만 녀석들에게 완벽함을 요구하고.. 부끄럽네요. 오래참으시고 끝까지 사랑하시는 아버지의 마음을 더욱 사모하며 기도해야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sort 비추천 수 날짜
2858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2] 356     2002-03-03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  
2857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436     2002-03-04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즐감해보세요..^^* ◆◆◆ 우리들의 어머니 이야기 ◆◆◆ ( 이한규 ) 매년 이맘때가 되면 부모님 생각이 납니다. 특별히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납니다. 어머니는 34살에 8번째로 저를 낳으셨습니다. 12년 동안 8명을 낳으셨으니 참으로 고생...  
2856 총체적 결핍 [3] 454     2002-03-04
2월 21일 대구를 떠나서 27일 저녁에 잠시 대구에 왔다가.. 어제 3월 3일 서울에서 다시 대구로 내려왔습니다. 곳곳에서 들리는 낯익은 사투리(얼마나 좋은지..^^)가 저를 편안하게 하지만 모든 것이 어색합니다. 잠을 자다가 옆에 무언가 물컹한 물체가 있어 ...  
2855 그리스도의 계절 341     2002-03-04
 
2854 당신과 나의 거리 413     2002-03-04
당신과 나의 거리는 !!! 세상살이하면서 사람들은 대충 4부류의 사람들을 알고 지낸다. 첫째는 친근함을 느끼는 이들이다. 그들은 나에게서 다섯 걸음쯤 떨어져 있다. 내가 넘어지더라도 다치지 않을 만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도움을 줄지, ...  
2853 뮤지컬 보시기로 한 분... 407     2002-03-05
오늘부터 오페라의 유령 4월분 예매가 시작되었습니다. 오전에 업무로 늦게 들어갔더니 벌써 자리가 별로 없습니다. 겨우 3층 맨 구석에 몇 자리가 있군요. 그런데 거기도 떨어져서 봐야 할 것 같고요.. 어떻게 그래도 끊어보자 라고 생각하고 예매를 하는데 ...  
2852 Re..힘내세요 323     2002-03-11
힘내세요. 선생님 하나님께서 어려움을 잘 아시어 좋은 아주머니도 구해 주시고 이장미 샘의 수업이 활기있고 즐거워 질 수 있도록 해주시리라 믿어요. 기도할께요.  
2851 수업하기 어려울때 346     2002-03-06
이렇게 대답을 잘 안하고 발표 안하는 학생들을 처음 만나봅니다. 조별학습을 하면서 항상 활기차던 수업이었는데 이곳 학생들은 영어를 잘 하지 못할뿐더러 대답조차 하지 않고..의욕도 없습니다.. 수업을 하고 나오면서..힘이 자꾸 빠지네요.. 아직 조별 수...  
2850 제레미의 달걀 [3] 683     2002-03-07
제레미의 달걀 아이다 매 캠펠 제레미는 소아마비에다 모자라는 지능, 그리고 어린 생명을 서서히 죽이는 불치병을 지니고 세상에 태어났다. 그러나 부모님은 아들이 가급적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려고 그를 테레사 초등학교에 보냈다. 제레미는 열...  
2849 Re..1학년 학부형으로서... 351     2002-03-08
저희 하윤이가 이번에 1학년에 입학했는데,요즘 하윤이 얘기 들으며 1학년선생님이 부러운 요즈음인데... 하윤이 담임선생님도 선하선생님처럼 수고가 많으시겠군요. 어제는 하윤이가 하는말 "엄마,우리 선생님은 교회 다니시는 것 같아요" 왜냐고 물었더니 "...  
2848 Re..휴식시간에 339     2002-03-08
일을 하고 이제 잠시 우두커니 앉아있다가 선하의 글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이제 처음 학교에 들어온 아이처럼 ... 저학년 ,특히 1학년하면 힘도 들지만 ..아이들의 순수함에 힘든 것도 잠시... 요번에 5살짜리 정명진...얼마나 작은지..보통5살은 처음 엄마...  
2847 1학년 6반 *^^* [2] 402     2002-03-08
6학년에서 1학년으로 내려온지 오늘로 5일째 입니다. 1학년 교사의 하루는 신호등 없는 건널목에서 교통을 지도하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됩니다. 꼬맹이가 너무나도 반갑게 인사를 하더군요. 저희반은 빨간색 명찰인데..그 아이가 빨간색 명찰을 하고 있는 겁니...  
2846 D-18 [1] 464     2002-03-08
티시에프 선생님 여러분. 송인수입니다. 드뎌 저는 휴직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명을 받았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원래 대학원 휴직으로 하려다가 결국, 어머니 병간호 휴직으로 정리되었습니다. 다행히(?) 저희 어머니가 작년 7월부터 장애...  
2845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할 줄 아는 믿음. 609     2002-03-08
***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할줄 아는 믿음 *** 최문식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허락하신 최고의 선물은 다름아닌 아무것도 아닌 영혼을 불쌍히 여기시고 긍휼이 여기셔서 구원의 은혜를 베푸사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신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들에게는 하나님...  
2844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믿을때. 488     2002-03-13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믿을때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믿을때 참으로 놀라운 일들이 일어납니다.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일들을 하나님께 믿음으로 맡길때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이 예측할 수 없는 모습으로 역사하실 것입니다. 성경에서의 몇가지 사례들을 찾아 보...  
2843 내 그림자가 끌고 온 풀죽은 깃발 551     2002-03-14
(작년 언젠가 썼던 글입니다. 여러가지 운동 때문에 힘겨워하는 우리 모두와 나누고 싶어서 올렸습니다.) 어느 날 책방에 갔습니다. 평소에 좋아하는 도종환씨의 시집을 읽었습니다. "부드러운 직선". 거의 한시간 정도 책방에 서서 그의 시집을 다 읽었습니다...  
2842 성경적인(?) 교실환경 구성 [4] 560     2002-03-14
제가 생각해도 너무 괜찮은 것 같습니다. 오늘 제가 만든 작품을 소개합니다. 교실 칠판 옆의 우측 게시판에 급훈, 학급십계명을 만들었습니다. 저희 반 급훈은 내리 3년 째 한 가지 입니다. " 기쁨을 주는 사람이 되자" 그리고 그 아래에 학급십계명을 만들었...  
2841 어려움이 다가왔을때..... 532     2002-03-15
*** 어려움이 다가왔을때..... 최문식 어려움이 다가왔을때 과연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은 다름아닌 자신이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하나님께 집중하며 하나님께서 내게 무엇을 원하시는지 내게 하시고자 하시는 말씀이 무엇인지 간절히 기도하며 ...  
2840 우리반 모둠일기-1 [1] 412     2002-03-16
아래의 글은, 저희반 현명이의 일기 입니다. 어릴적 교통사고로 얼굴에 흉터가 있고, 매사에 소극적이며 자기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없는 아이입니다. 아니, 였습니다. 저희반 경언이의 인도로 교회에 다니고 난 후,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이렇게 모둠일기...  
2839 Re..물멧돌을 든 다윗처럼 527     2002-03-20
김복희선생님! 관심 감사해요,이일로 인해 지금까지 마음도 상하고 몸도 무척 힘든데 이런 작은 위로가 저를 힘나게 해요. ...1차 항의문을 교장선생님께 내용증명으로 보냈는데,계속 기도하면서 그만 여기서 접을까하는 마음이 드네요.많은 생각이 있는데,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