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

윤선하
슈퍼모델 이소라?
아니.. 그거 말구..^^
우리학교 4학년에는 이소라가 있다.
이름에서 느낄 수 있는
키크고, 늘씬하고, 매력적인 그 무엇....
...
과는 .. 전혀 관계가 없는
...
맹~~하고, 모든 일에 느릿느릿
주의를 줘도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한마디로 속이 천불나게 만드는 녀석이다.

오늘은 리듬치기를 하는 차시였다.
모든 애들이 열심히 윷가락으로 혹은 손뼉으로
열심히 따라 치고 있는데
혼자 아무 것도 안하고 있었다.

"삼분단 뒤에서 두번째.. 여학생.. "
"저요?"
"아니 너 말고 뒤의 여학생"
"저요?"
"아니,,머리 묶고 안경쓰고 "
"아니.. 너 말고 흰색 티셔츠.."
이렇게 까지 이야기 하는데.. 다른 아이들은 다 혹시 자기가 아닐까..
나를 한번씩 보는데 유독 그 녀석은 여전히 딴짓이다.
눈치 빠른 몇몇 여학생들이..
"야.. 이소라.. 너야 너.."하며 툭툭 친다.

이제야 눈을 드는 여학생..
"너는 이름이 뭐야?"
묵묵부답..
아이들이 "이소라 에요"

음.. '슈퍼모델?' 하려다 말았다.
왠지 아이들의 분위기가 그 아이를 무시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너는 왜 수업을 안 하고 있니?"
그 아이는 조금 멍하게 나를 보고 있고
똑똑하고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는 다수의 아이들이
폭포처럼 이야기 해 댔다

"선생님 쟤는 원래 저래요"
"맨날 담임 선생님 한테도 혼나요"
"너무 느려요"
"급식도 제일 처음 받아서 제일 나중에 먹어요"
"뭐 할줄 아는 게 하나도 없어요.."
",,,,"
",,,"
아이들의 입에서 그런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그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끈끈하게 밀려오는 느낌..
그래.. 너는 그런 애구나..
그래.. 친구들 중에서 네 편은 아무도 없구나..
얼마나 학교에 오기가 싫겠니?
공부하는 것도 참 재미없겠다..
선생님한테도 매일 혼난다니.. 참 안됬구나..

내가 담임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 어쩌면 나는 교과이기 때문에..
저런 아이들.. 그래도 편견없이 봐 줄수 있을꺼야..
내가 할 일은 ..
담임이 아닌 내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담임이 아니기에.. 오히려.. 좀더 친절하게 대해줄 수 있는 것..
그게 아닐까..

소라에게 이야기 했다.
"소라야.. 네가 수업을 안하니까.. 선생님이 재미가 없다.
너가 하면.. 네 친구들도 좋을꺼고 나도 참 좋을 것 같다."
회장 녀석이 "선생님 포기 하세요. 쟤는 절대로 안해요"하고 끼어들었다.

"그래 .. 알아.. 소라가 잘 안 따라 하는 것.
그래도.. 선생님은 소라가 했으면 더 기분이 좋을것 같다."
물끄러미.. 나를 보고 있는 소라에게 이렇게 요청했다.
"소라야.. 선생님을 위해서 같이 리듬을 쳐 보자.. 응?"

자 시작하자.. 하나 두울..하는데..
뒤를 돌아보고 있는 아이들..
"얘들아.. 뒤를 돌아보면 소라가 부끄러워서라도 못하잖아.
다들.. 앞으로 선생님을 봐.. 선생님만 소라를 볼꺼야."

자 .. 다시 시작하자.. 하나. 두울.. 세엣..
아주 작은 움직임 이지만.. 소라는 손뼉을 쳤다.
리듬꼴 대로.. 박수를 쳤다.
흘깃..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숙이고..
조금 상기된 얼굴로 .. 그렇게 고개 숙인채.. 계속 따라 쳤다.
그리고는 수업이 끝났다.

그 후 몇번을 복도에서 마주쳤다.
인사도 하는 둥 마는둥.. 그렇게 스윽.. 지나치는 그 아이..
그 아이는 어떤 마음으로 학교에 나올까?
교사도 친구도.. 다 자기를 반기지 않는 다는 걸 아는 그 아이는..
어떤 마음 일까?

세월이 지난 후..
그 아이가 자라서..
자신의 초등학교 시절에.. 그 어떤 교사도 자신에게 기대해 주지 않았다고.. 혹시나 .. 혹시나 그렇게 이야기 하면 어쩌나..

일주일 중 두시간 참 적은 시간이지만..
참 어설픈 관심...
설익은 기대이겠지만..
혹시라도 내가..
그 기억속에 한 순간이라도 웃음짓게 하는 그런..
교사일수 있다면..
그럴수 있다면.....
그것이 혹시라도 그 아이의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런 마음이 내 속에.. 늘 있을 수 있다면..

답답한 마음.. 참고
수업이 매끄럽지 못한것.. 그것도 참고
마음 속에서 울컥 올라올 짜증들도.. 참고
그렇게 조금씩 내 속에 인내들을 키워갈 수 있을 것 같다.
조회 수 :
614
등록일 :
2003.09.16
14:21:45 (211.184.1.2)
엮인글 :
http://www.tcf.or.kr/xe/diary4/109440/ebd/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09440

'2' 댓글

이민정

2002.11.30
00:00:00
(*.219.21.90)


선하야..... 여전히 너의 교단일기는 가슴이 뭉클하구나.. 귀한 마음 나누어 주어서 은혜 받고 간다...^^ -[09/19-19:12]
-


정미현

2002.11.30
00:00:00
(*.219.21.90)
선하야 나 서울모임 나가는데 아가가 모임에 나올만큼 크면 꼭 보고 싶구나 교단일기 여전히 날 부끄럽게 하는 너의 마음에 사랑에 은헤 받고 간다 -[09/19-20:40]
-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옵션 :
:
: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비추천 수 날짜
125 3/19 민승생일, 햄버거, 까부는 아이들 [2] 802     2005-03-21
유미 어머니가 기어이 햄버그를 보내셨다. 기쁜 마음으로 하는 거라시며... 이해는 된다, 다른 반 애들도 그렇게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미안하시겠지... 종례시간에 유미가 종이가방에 던 햄버거를 건냈다. 받았다. 교탁위에 놓고 보니 초라해보였다. 그...  
124 2학기 첫 시간의 풍경 [2] 800     2004-09-18
아이들에게 방학과제로 사이버상에서 모둠일기를 쓰라고 했다. 매일 쓰는 게 일기인데, 우리반 아이들은 어쩌다 가끔 자기들 기분 내킬 때 일기를 쓴다. 방학과제라면 그렇게도 싫어하던 나, 특히 방학일기는 밀려 쓰는 게 습관이 되었었던 나. 어쩜 나 어릴 ...  
123 낙심을 이기는 법-퍼온글 797     2003-11-26
*이 맘때즘이면 지쳐셔 낙심할 때인것 같습니다. 혹 아이들로 인해, 업무로 인해, 공동체의 지체로 인해 낙심이 되시나요? "사랑의 교회"에서 보내온 뉴스레터에 있는 글을 복사했습니다. 낙심을 이기고 남은 한달, 잘 버티기를,아니 넉넉히 승리하는 선생님들...  
122 나이 [2] 796     2004-04-06
학부형들을 만날 때면, 학부모들은 젊은 담임을 만난것을 다행스럽게 여기는지 가끔은 그 속내를 표현한다. 학부모들로서는 아이들에게 젊은 담임을 만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는게 어쩌면 당연한 것일게다. 하지만, 나이가 많다고 해서 실력이나 아이들 지...  
121 감동의 신임교사 환영회 795     2004-04-07
교사가 학생을 때리고 학생이 교사에게 덤벼드는 패악한 세상입니다. 그러할 때 교사들과 학생들이 하나님 안에서 서로 찬양하고 기도하며 격려하는 아름다운 학교의 모습을 영훈고에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글을 읽으시고 이 땅의 학교 현장의 ...  
120 학부모님께 보낸 3월 편지 file 795     2003-03-10
 
119 변해가는..아이들 [1] 793     2004-12-09
6학년 체육과 음악 전담을 맡고있는 시간강사입니다... 졸업하고 처음하는 시간강사인데다가 6학년을 맡아서 처음에는 부담이 많이 되었는데 막상 닥쳐보니 그렇지만도 않더라구요.. 덩치는 제일 크지만 제 눈에는 1학년 꼬맹이들보다 6학년이 훨씬더.. 예쁘게...  
118 내서중학교 첫날 풍경 [1] 792     2005-03-04
2005년 3월 2일 수 시골 작은학교로 첫 출근. 입학식이 10시30분인데 아이들은 벌써 와있네. 남학생 박정훈이는 안왔고 김미영,김정빈,신현정,추수빈이가 와서 들락날락.. 교실에 들어갔더니 난로 주위로 책상이 배열되어 앉아 있네. 발자국노트를 나누어주고 ...  
117 바늘 도둑 787     2004-06-11
어제 모처럼 연구수업을 했다. 경력이 이제 곧 10년을 바라보는데도 선생님들과 장학사가 뒤에 있으니 긴장이 되었더랬다. 한참 수업을 진행하다가 후반부에 시간계산을 잘못해서 정리를 제대로 못하고 끝낸 실수를 범했지만 그런대로 잘 끝난것 같다. 지난 겨...  
116 생활환경조사 - 누구에게나 아픔의 흔적은 있다. [2] file 785     2004-03-05
 
115 우리 부모님은 왜 결혼을 했을까요? 773     2003-12-03
오랫만에 교단일기를 적는다. 예전에 2001년도에 6개월동안 교단일기를 적었는데... 날마다 자기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바라며 살고는 싶지만, 하루하루의 삶이 왜 이리 무거울까? ^^; 이번 주에는 나 스스로 으로 정했다. 우리 반 아이...  
114 아이들이 힘나게 하네요. [1] 770     2004-04-14
비담임이라 그런지 요즘은 아이들이 마냥 예쁘기만 하네요. 1학년 수학시간. 색종이로 아주 작은 정사각형을 오려붙이며 덧셈,뺄셈을 배우는데 아이들의 질문. "선생님! 색종이 남으면 어떡해요?" 처음엔 "내가 너네 남은 색종이까지 걱정해야되냐?" 그러다가 ...  
113 2학기를 시작하며... 769     2005-09-03
개학하여 처음엔 암담..하지만 며칠 가르치니 또다시 물을 만난 물고기가 되어 신나게 아이들과 어울어집니다. 샘들도 그렇죠? 추석연휴에 축제에 또 우리학교만의 다양한 행사들, 휴일들. 어느 선생님은 그래서 1학기때 미리 2학기 진도를 나가기도... 진도가...  
112 아동성폭행을... 766     2004-02-23
아동 학대를 당했어요 - 영훈고 기독학생회(YSCA) 재학생 동문 연합수련회 첫 연합 수련회 영훈고는 기독교 학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독학생회, 기독학부모회, 기독교사 신우회, 그리고 기독동문회가 있다. 이중 가장 나중에 정식 모임을 허락해주신 것이 ...  
111 학교에 오는 이유? [3] 764     2004-12-11
병가 끝내고 학교 나온지 3주가 되었습니다. 학교 나오는 것이 겁이 났었습니다.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으니까요. 밤마다 수술한 부위가 가려워서 잠을 설치고 걸을때마다 다 아문 상처인데도 상처에 옷이 스치면 따갑고 아프기도 합니다. 또 온몸에 왜이리 ...  
110 "아이들을 우리 자식처럼" 761     2003-10-13
*토요일밤 저희학교 선생님들 카페에서 선생님들과 주고 받은 내용. 그 게시판에서 복사해왔습니다. 고민이 많은 제게 넌크리스챤인 선생님이 해주신 조언이 맘을 다잡게 합니다. 오히려 믿는다고 하면서 부족한 제게 아이들을 아끼는 주변선생님들이 힘이 되...  
109 무너진 마음 [2] 759     2003-09-24
"더 과정을 자세히 써와라.그러면 A줄게" 수행평가실시중. 교과서 평소에 설명듣고 풀이과정을 책에 쓰게 하는데 과정이 빠진것이 있어서 문제를 책에 풀고 과정을 쓰면 그 과정을 보겠다고 했는데... 한번더 기회를 주겠다는데 어느 여자아이의 반응 "에이 시...  
108 급훈 정하기 758     2003-03-19
급훈공모-3000원 상당의 선물이 있음. 칠판에 적어니 "선생님, 급훈이 뭐예요?" 묻는 학생이 정말 있었다. 초등학교 6년동안을 지나왔는데 정말 모를까 싶었지만 우리반 아이들이 한해동안 지켜나가야 할 목표나 규칙이라고 말해주었다. 한사람이 하나씩 적어...  
107 우리반 단합회 [1] file 757     2005-03-21
 
106 느껴보지 못한 사랑 755     2003-12-08
느껴보지 못한 사랑 - 영희 이야기 복학생 언니 영희는 복학생이다. 그래서 2학년 동급생들이 언니라고 부른다. 덩치도 크고 마음도 넓게 생겼지만 그다지 학교 생활에 흥이를 갖는다든가, 또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런 영희에게 호감을 갖게 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