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군대에서 막 제대하자 마자 교단에 서게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하려고 한것은 가정 방문이었습니다. 초임때 못했던 것이 계속 가슴에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든 동학년 선생님들의 반대와 부정적 시각!  소위 제주시에서 말 많은 동네 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여름 방학을 이용해 15가정 정도를 방문하였습니다.

올 4월 다시금 가정방문이 기쁨이 아닌 부담으로 다가 오는 것은 같은 동학년 선생님들! 너무나 분위기가 좋은 저희 동학년 선생님들에게 괜히 폐가 되는 것만 같은 기분! 왠지 모를 자신감 없음 으로 인해 미적 미적 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선 어쩔 수 없이 가정방문을 하게 하셨습니다.  학생 가장을 추천하는 공문이 왔습니다.  교무부장 선생님이 저를 부르시더군요! 그리곤 우리반의 한 학생을 이야기 하시며 "야이 어떵헌 아이라! 야이 학생 가장 추천해도 될거라?" 하고 물어 보셨습니다.  제가 멍하게 서있자 "거 잘 모르면~"  한 달이 지났는데.....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부모님이 이혼 하셨다는 것과 아버지가 서울에 계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더 자세한 내용은 몰랐던 터입니다.

그날 퇴근하자 마자 아무런 전화 연락도 없이 아이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다리가 불편하셔서 잘 걷지도 못하는 할머니 슬하에 3남매가 살고 있었습니다.  보일러가 안돼서 4명이 한 방에서 전기장판 하나로 겨울을 난 모양입니다. 형은 손님이 와도 컴퓨터 게임에만 빠져 있습니다. 그래도 컴퓨터를 시에서 보내줘서 애들이 밤에 길거리에서 시간보내지 않고 집에 일찍 들어오니 다행이라고 하십니다. 비가 새서 방 모서리 마다 곰팡이가 깊게 슬어있더군요!  알고 보니 부모님 연락이 안된지 꽤되었다고 합니다.
  82살의 할머니는 한 가지 소망이있는데 큰아이(중1)가 20살 되는 날까지만 살아서 애들 밥하고 빨래 해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때 까지 살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합니다.  

학교로 돌아와서 엉엉 울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사실을 알고도 기도 하지 않았던 제 자신을 보며 다시 한 번 울고 있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 집 약도를 모두 받았습니다.  편부모 가정 부터 시작해야 겠습니다. 할 수 있는데 까지 해야 겠습니다.

그리고 기도 해야 겠습니다.  

우리 같이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절대 이혼하지 마세요!


* 전형일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04-06 19:19)
조회 수 :
1049
추천 수 :
2 / 0
등록일 :
2005.04.03
18:33:14 (61.85.5.74)
엮인글 :
http://www.tcf.or.kr/xe/diary4/109594/c89/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09594

'2' 댓글

강영희

2005.04.10
18:31:17
(*.29.24.229)
가정방문은 항상 하기전에는 부담스럽지만 하고나면 맘이 후련한 것.저는 상담하라고 비담임이 되어서 가정방문 부담은 없는데 가정방문으로 수고하는 선생님들 건강하게 잘 하시길 기도해야겠네요. 특히 현샘! 힘내요!!! 이혼하지 말라는 말. 나도 지난번 학교에 있을때 그 아이들 상황보며 정말 실감했어요.

손혜진

2005.04.25
14:13:37
(211.114.192.21)
가정방문의 바람이 함안중학교에도 불었습니다. 베리 굿입니다. 저도 3월에 가정방문 하다가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피곤이 쌓이고, 겹쳐서... 그래도 많은 유익이 있으니 계속해야죠. 좋은 반응이 있었어요. 부모님들, 동료교사들, 학생들, 함께 한 기독교사 선생님. 가정방문은 계속되어야 한다! 화이팅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옵션 :
:
: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비추천 수 날짜
145 6월 학부모 통신 file 453     2003-06-04
 
144 Re..봄소풍 기념품 457     2003-05-21
소풍때 학생들 1인당 1000원 정도의 상품비가 나왔다. 무엇을 살까 고민하다가 개인 컵을 하나씩 주문했다. 정수기 옆에 컵이 달려 있었지만 위생상 얼마전에 치워 컵을 가져 오게 했지만 안 가져 온 학생들이 많았다. 나머지 경비로 다양한 학용품을 샀다. 소...  
143 Re..넌 정말 뭐가 되고 싶니? [1] 464     2003-09-09
저는 상고 교사랍니다. 인문계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학생들의 진로(직업 탐구)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출판사가 문을 닫아서 절판되었지만 창작시대사에서 나온 은혜경님의 '넌 정말 뭐가 되고 싶니?'는 이 방면의 ...  
142 창민이집 방문 471     2003-05-15
교실 흰 커텐이 얼마나 오랫동안 빨지 않았는지 아랫부분은 검은색에 가까왔다. 게다가 찟어진 부분도 몇 군데나 되었다. 창민이 엄마가 옷수선을 하신다. 전화를 드렸더니 세탁과 수선을 해주신단다. 퇴근후 창민이 먹을 과자를 사서 수선집에 들어서니...  
141 마음,마음,마음 [2] 472     2003-04-17
며칠전 남수 어머니께서 전화를 했다. 남수 아버지께서 일하시다 다쳐서 의식불명상태로 입원중이라 어머니께서 돌봐주지 못하고 있는데 남수가 학교생활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내용이었다. 아침에 남수를 불러 얘기하는데 눈물부터 뚝뚝 흘렸다. 아직 어...  
140 이 달의 아름다운 친구 [1] 474     2003-06-04
학교에서 매달 이달의 모범학생과 아름다운 친구를 선정해서 상을 준다. 월말에 ____누가 무슨일로______추천합니다. 라는 양식을 나누어 주고 최다표를 얻은 사람이 선정된다. 한번 받은 사람은 다음에 받지 못하고 있어 상을 골고루 나누어 주는 의미가 있다...  
139 3월 생일 잔치 480     2003-04-03
3월에 생일 맞은 친구가 5명이 있었다. 희범, 성진, 준, 태우, 현기다. 아침시간에 돌아가며 (롤링 페이퍼) 축하글을 썼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노래를 카세트 테잎을 통해 미리 두번 정도 연습을 했다. 월요일 1교시 자치활동시간에 초코파이를...  
138 선생님, 오늘 멋져요 481     2003-04-12
"선생님, 오늘 누구 만나러 가시려고 이렇게 멋지게 차려 입어셨어요?" 쉬는 시간 복도에서 만난 우리반 창민이의 말이다. 남자 중학교에 와서 처음으로 들어보는 말이다. 여고에 있을때는 선생님들의 옷차림이나 머리스타일의 작은 변화까지 관심가지며 질문...  
137 교회 바자회 483     2003-05-31
목요일 교회 바자회 날이었다. 우리반 아이들에게 교회에 오면 선생님이 맛있는 음식을 준다고 했다. 조금 일찍 퇴근해서 교회에 가 있으니, 제일 먼저 민중이와 재훈이가 왔다. 김밥과 떡볶기를 사주었다.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조금 있으니 주석, 한열, 창...  
136 학부모 독서교실 485     2003-05-31
지난 화요일 학교 도서실에서 학부모 독서 교실이 열렸다. 지난해에도 계획되었지만 학부모들의 참석이 없어 개최되지 못했다고 했다. 학교도서실에 근무하시는 사서선생님의 유익한 강의가 준비되어 있었다. 물론 안내문을 발송했지만 직장에 다니지 않는 우...  
135 쑥 뜯기 491     2003-03-30
매월 마지막 토요일은 계발활동 전일제를 실시한다. 학교에 가지 않고 자기가 선택한 부서의 장소로 바로 간다. 영화관, 등산, 요리, 볼링, 도서관, 탁구장... 난 헬스부라 시민운동장 헬스장으로 갔다. 학생들이 많아 두 팀으로 나누었다. 한 팀이 운동할 동...  
134 Re..학부모 답장 496     2003-04-08
안녕하십니까? 백한열의 엄마 ***입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후다닥 3월을 보낸 듯 싶습니다. 후다닥 보내는 가운데 여기저기 민들레며 목련이 활짝 피기도 했구요.. 선생님의 감성과 정성과 사랑이 어우러지신 학급 소식지 받으면서 뭉클했습니다. 그리고 부끄...  
133 7월 통신 [1] file 499     2003-08-09
 
132 퇴근길에 500     2003-04-09
퇴근길에 잠시 볼일을 보고 평소 다니던 길이 아닌 귀빈예식장 옆길로 집에 오는데 도로 공사하느라 길이 막혀 있었다. 빙돌아 평화교회(집 바로 옆에 위치) 앞을 지나갔다. 작년 퇴근해서 평화교회에서 기도하던때가 까마득했다. 주차하고 교회로 향했다. 아...  
131 9월 교단일기 시작되다? 508     2003-09-01
교단일기 개편(?) 계획 공지를 보았습니다. 그동안 조정옥 선생님과 많은 분들이 수고하셨고 개인적으로는 주옥같은 사연들에 많은 도전,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운영진의 계획대로 여러분들이 함께 바톤을 이어가면 좋겠습니다....  
130 Re..청소는 아무나 하나 [4] 510     2003-09-15
저같은 경우는 청소하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값진 일인가를 설명하고 왠만하면 벌 청소는 안시키려고 하며 특히 일년에 한 두달 정도 돌아오는 화장실청소만큼은 아무나 안시킵니다. 수 년째 반드시 자원을 받습니다 고등학생들이어서 그런지 대개 동기부여만 ...  
129 대학의 관문을 앞두고... [2] 516     2003-09-03
요즘 고등학교의 고3교실은 전국 공통의 장면이 연출될 것 같습니다. 몇 해 전부터 시작된 수시모집 때문이죠. 한 사람이 세 개 대학 정도에 지원하게 되니까 담임은 거의 50개이상의 원서를 쓰는 셈이네요. 두 학교에 원서를 냈는데, 급하게 어머니가 달려오...  
128 우리반 스승의 날 행사 518     2003-05-15
출근하자 마자 희범이가 와서는 "선생님, 현모가 팔에 피가 많이 나요" 자기 팔에다 손가락으로 그으며 말했다. 순간 눈치를 채고 "보건실에 가야겠네" 하며 능청를 떠니까 "선생님이 가셔야 되요"하며 손을 끌었다. 교실과 칠판을 풍선으로 장식하고 칠판가득...  
127 의인의 열매는 생명나무라... 526     2003-09-16
부산글로빌고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 보내 주신 메일입니다. '현장일기'라고 명명하셨는데 '교단일기'라고 보면 되겠지요? 허락은 받지 않았지만 공감할 내용이 아닐까 싶어서 옮깁니다. --------------------------------------------------------------------...  
126 맹장 수술 [1] 534     2003-06-24
내가 아니고 우리반 민중이가 지난 주 맹장수술로 결석을 했다. 문병을 갔더니 할머니가 계셨다. 민중이는 가스가 나와 조금 전부터 죽을 먹기 시작한다고 했다. 조금 전 반 친구들이 9명이 몰려 왔단다. 할머니가 주시는 음료수를 마시고, 머뭇거리더니 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