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이다.
오늘의 시험 감독을 마치고 중앙현관을 나오고 있는데 한 남학생이 따라붙었다. 안면만 있는 아이다. 나는 무심코 힐끗 보며 그 아이를 지나쳤는데 그 아이는 나를 따라오며 대뜸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담배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아이를 살피며 천천히 물었다.
“네가 누구였더라. 미안한데... 몇 반? 이름이 뭐지?”
“네, 3학년 14반요. 이정익이구요.”
그렇다면 일주일에 두 번씩 내가 문학 수업을 하는 반이다.
“그래.., 미안하다. 정익아. 선생님이 아직 이름을 다 외지 못해서 말야.”
“아닙니다. 선생님. 제가 워낙 수업 시간에 조용히 있어서요.”
또렷하게 이야기 하는 아이인지라, 담배나 피며 흐트러지게 생활하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할 정도로, 정익이는 바른 몸과 예절을 갖추어 이야기하고 있었다.
“정익이는 담배 때문에 고민이 많이 되는 모양이로구나.”
“네, 선생님. 어떻게 하면 끊을 수가 있나요?”
“얼마나 피는데?”
“하루에 약 한 갑 정도 펴요. 노래방이나 피씨방 가면 더 피기도 하구요. 안 좋은 친구들을 만나면 대중 없어요.”
“그래, 담배는 하나님을 믿으면 확실히 끊을 수 있는데... 다른 방법은 끊기가 힘들고... 정익이는 하나님을 믿고 있니?”
정익이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아뇨.”

시험 기간 중에도 기독학생들과 매일 기도회를 한다.
기독학생들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학교에서 나 홀로 사용하고 있는 기록보존실로 정익이를 안내했다. 자리를 잡고 정익이에게 말했다.
“그런데 정익아. 담배를 피는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니?”
“네, 선생님. 스트레스예요.”
무슨 스트레스냐고 묻는 나에게 정익이는 주저하지 않고 자기의 마음속에 있는 어려운 이야기를 털어 놓기 시작했다.
“선생님, 너무 힘이 들어요. 사실 저희 집은 무척 행복했거든요. 그런데 아빠가 저 초등학교 5학년 때 친한 친구 빚 보증을 잘못 서서 어려워졌어요. 차압 딱지가 저희 집에 들어오니까 엄마가 너무 충격을 받아서 그대로 돌아가셨구요. 아빠는 그 후에 집을 나가 지금까지 소식이 없어요. 나가시면서 마지막 저에게 남기신 말씀이요. 절대로 친구는 믿지 마라 였어요”
정익이는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참으로 힘든 상황에서 고3을 지내고 있는 아이였다. 잡시 심호흡을 하는 듯 하던 정익이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하고 초등학교 3학년 동생하고 그렇게 넷이 살거든요. 그런데 할아버지, 할머니도 중풍이 와서 정말 힘이 많이 들어요.”
정익이의 목소리가 간헐적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래, 정익아. 네가 많이 힘들겠구나. 등록금이나 급식비 같은 것은 학교에서 면제 받고 있니?”
“네.”

정익이에게는 먼저 위로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정익이를 이 시간에 만나기로 작정하셨다는 마음도 강하게 들었다. 주저하고 나중에 만나자고 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하나님께서 정익이의 마음을 열어 놓으신 것이 틀림없었다.
“정익아, 네가 담배 때문에 선생님을 찾았지만 오늘 만남은 하나님께서 널 위하여 선생님을 만나게 하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어떠니? 하나님을 믿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니?”
정익이는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그 아이의 얼굴을 살폈다. 이윽고 굳게 닫혀 있던 입술이 열렸다.
“선생님, 사실 저는 뭐가 뭐지 모르겠어요. 제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도요. 억울하기도 하구요. 하나님도 있는 건지 아닌지 저도 모르겠구요. 그리고 왜 믿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 그렇구나. 그럼 정익아. 하나님이 어떤 분이시고 왜 믿어야 하는지 선생님이 설명해줄까? 지금 괜찮겠니? 그것을 알면 네가 염려하는 담배 문제는 금방 해결될텐데...”
정익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해주세요.”

나는 즉시 4영리를 준비했다.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때가 왔다. 하나님께서 한 영혼을 붙여주시며 주님의 길로 인도하시는 계획, 참으로 감사하고 귀한 순간이 아닌가!
“정익아. 선생님하고 같이 하자.”
준비한 4영리 한 장을 정익이 앞에 놓고, 나는 4영리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필요한 부분은 정익이에게 직접 읽도록 했다. 정익이는 큰 목소리로 읽었다. 나는 하나님께서 정익이를 향한 사랑과 놀라운 계획을 가지고 있음을 역설했다. 그리고 아담과 하와의 원죄, 예수그리스도만이 구원의 길임을 설명했다. 정익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관심있게 듣고 있었다.
4영리를 모두 설명한 후 이제 영접기도를 할 차례였다.
“어떠니? 정익아! 이 세상은 우리가 모르는 것으로 가득 차 있거든. 그런데 우리가 하나님을 믿으면 세상의 모든 것이 보이기 시작하는거야. 보여서 믿는 것이 아니라, 믿으면 보인단다. 그러면 왜 네가 이렇게 힘든 건지 또 세상은 어떤 건지,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알려주실거야.
정익아. 이 시간에 네가 예수님 영접기도를 하는 순간부터 너는 구원을 받는거고 또 하나님의 귀한 아들로 사는거야. 어떠니? 지금 불편한 마음 없니? 영접기도 할 수 있겠어?”
정익이의 눈이 갑자기 붉어지는 듯 하더니 또렷하게 말했다.
“네, 선생님. 하나님 믿고 싶어요. 저, 영접기도 할게요. 어떻게 해야 돼요?”
‘앗싸, 하나님, 캄싸합니다.’

내가 하는 것을 따라 정익이는 영접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항시 그렇지만 영접기도를 인도할 때면 감격이 있다. 눈물의 감동이 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정익이와 같은 제자를 만날 때면 더욱 그렇다. 이제부터는 하나님께서 이 아이를 주관하시리라. 강하게 인도하시리라.
영접기도를 마치고 내가 감사기도를 드렸다. 정익이의 어깨를 한 팔로 둘러안고 손을 붙잡고 감사기도를 했다. 기도를 마치고 눈을 뜨니 정익이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선생님, 제 마음이 좀 이상해요. 이런 기분 처음예요.”
“그래,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일거야. 이제 조금도 낙심하지 말고 기도하며 생활하렴. 그리고 교회도 같이 알아보자. 네 속에 있는 세상적인 것들은 이제 나가고 하나님의 말씀과 찬송, 기도가 항시 네 안에 있으면, 담배 같은 것은 아무 것도 아니거든.”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나는 고린도전서 3:16 말씀을 펼치고 설명해주었다.
“정익아, 우리는 하나님의 성전이라고 되어 있지? 그러니까 이 몸에 나쁜 것, 예를 들어 술이나 담배, 부도덕한 남녀 관계로 인한 상대방의 에너지 같은 것 등을 집어넣으면 멸하신다고 했지 않니? 그러니까 우리는 거룩한 마음과 몸을 가져야 돼.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이 우리의 몸에 계실 수가 없으니까. 이 말씀을 붙잡고 기도하렴. 그러면 담배는 며칠 안 되어서 펴도 맛이 없어질거야. 하나님은 거짓말을 안 하시니까. 꼭 기도해야 한다. 알겠니? 선생님도 기도할게.”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정익이는 손등으로 눈을 한 번 쓱 훑더니 가겠다고 일어섰다.
“선생님, 저 언제든지 선생님한테 와도 되나요? 자주 오고 싶어요.”
“그럼, 당연하지. 언제든지 와.”
밝아진 얼굴로 문을 열고 나가는 정익이가 또 한 번 말했다.
“선생님, 정말 이상해요. 괜히 마음이 편하고 좋고... 이런 기분 처음예요.”
--------------------------------------------------------------------
정익이가 하나님의 신실한 일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또한 가정에 복음이 들어가고 또 물질적인 어려움도 모두 해결되도록
정익이와 이 가정을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조회 수 :
816
등록일 :
2004.05.05
18:07:37 (220.73.18.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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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서선희

2003.11.30
00:00:00
(*.219.21.90)


한 생명을 천하보다 더 귀하게 여기시는 주님을 찬양합니다.괜히 마음이 편하고 좋고...말씀에 능력이 있음을 체험합니다.할렐루야!!! -[05/24-09:56]
-


최영철

2003.11.30
00:00:00
(*.219.21.90)
정익이를 위해서 가정을 위해서 지금 기도할께요. ^^;할렐루야 -[05/24-12:14]
-


신선생

2003.11.30
00:00:00
(*.219.21.90)
하나님의 은혜로 인해 정익이가 주님의 아들로 변화되길 기도합니다.. -[07/08-16: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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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의인의 열매는 생명나무라... 526     2003-09-16
부산글로빌고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 보내 주신 메일입니다. '현장일기'라고 명명하셨는데 '교단일기'라고 보면 되겠지요? 허락은 받지 않았지만 공감할 내용이 아닐까 싶어서 옮깁니다. --------------------------------------------------------------------...  
126 맹장 수술 [1] 534     2003-06-24
내가 아니고 우리반 민중이가 지난 주 맹장수술로 결석을 했다. 문병을 갔더니 할머니가 계셨다. 민중이는 가스가 나와 조금 전부터 죽을 먹기 시작한다고 했다. 조금 전 반 친구들이 9명이 몰려 왔단다. 할머니가 주시는 음료수를 마시고, 머뭇거리더니 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