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지?

이민정
두주전에 우리반에 한 아이가 전학을 왔다.
요즈음 전학오는 아이들은 대개 사연이 많은 아이이다.
2학기초에 전학온 정환(가명)이도 부모님이 이혼하시고서 아버지랑 형이랑 셋이서 사는 아이였는데....
이번에 전학온 경민(가명)이도 부모님이 이혼하시고서 멀리 전북 고모님 밑에서 2여년을 살다가
다시 우리학교로 전학을 온 것이다.
경민이랑 함께 오신 분은 아버님이 아니라 고모님이었다.
여선생님이라서 다행이라고....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남기고서 고모님은 가셨다.

경민이는 전학오자마자 몇가지 돌출 행동을 보였다.
점심시간엔 자신은 배가 안고프다며 이틀을 급식을 먹지 않는다.
공부시간엔 옆으로 비스듬히 앉아서 먼산을 보고 있고...
공부하다보면 어느새 뒷문으로 슬그머니 나가려 하고....

급식미납자 명단에 경민이가 있길래 경민이를 불러 이야길 했더니..
자신은 급식을 안 먹을 테니 급식비 안내도 된다고 당돌하게 그런다.
10월 말에 있을 현장학습 또한 가지 않을거니 안내도 된다고 그런다....
수학시험지에 부모님싸인을 해 오라했더니 아버지가 안들어오실때도 있고
언제 들어오실지 모르니 자신은 부모님 싸인을 못 받아 온다고 한다.

결손가정 아이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전학온 경민이는 유난히 다루기가 힘이 든다.
그렇다고 그 아이를 마냥 혼낼수도 없다 싶어 아버지에게 상담전화를 드렸다,
조심스레 경민이 이야길 하면서 한번 상담을 했으면 말씀 드렸더니
마침 학교근처를 지나시는 길이라며 교실로 방문하셨다.

경민이 이야길 이래 저래 하면서.....
경민아버님도 답답해 하시면서 자식이 불쌍하다며....
당장에 변하지야 않겠지만 지도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저도 잘 지도해보겠다고.... 그렇게 말씀하신다.

한시간여동안 말씀을 나누다가 경민이 아버지가 일어서시며 두툼한 봉투하나를 꺼내신다.
너무 놀란 나는 이러시면 제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고.
마음은 알겠지만 제가 성심껏 지도하겠노라고...
그렇게 말씀을 드렸건만...
봉투가 옥신각신하게 돌아가다가 현관까지 쫓아가다가
갑자기 선생님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어서 더이상 가지 못하고 그 봉투는 내 손에 내내 들려 있었다.

그것을 촌지라고 하는 걸까?
엄마 없는 자식을 향해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어하는 아버지의 애절한 부심은 아니었을까?
맘이 괜히 저리면서 한참을 고민하고 생각했다.

"이걸 어떻하지?
경민이를 일대일 결연을 맺고 경민이를 위해 다 쓰면 되지 않을까?
아니야....
그래도 아버지에게 어떠한 방법으로든 돌려드려야지...."

그래서 대뜸 생각난 것이 아버님이 적어주신 스쿨뱅킹 계좌번호였다
좀 전엔 텔레뱅킹으로 아버님 통장으로 고스란히 돌려드렸다...
그리고 조심스레 문자를 보냈다.

" 아무래도마음이편칠않아
아버님계좌로다시보냅니다
마음만으로 감사드립니다
경민이는성심껏지도하겠습니다"

경민아버님 마음이 상하지 않길 기도하며 .......

잠시뒤에 문자답장이 왔다....

.
,
" 선생님저경민이만
밋고열심히산담니
다 잘부탁합니다
수고하십시요"

어쩌면 그 두툼한 봉투는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가정상황과 환경으로 인해
고통하는 경민이에 대해 아버님이 하실수 있는 최대한의 애정표현- 설령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
하더라도 - 이 아니었을까?

아직도 난 문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마음 한켠이 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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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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