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는 서늘하면서도 뭐랄까 청량감있는 기분좋은 날이었다. 배움의 공동체에 관한 자료를 tcf게시판에서 모조리 섭렵해서 다 읽어보았다. 그리고, 예전에 TESOL 교사 연수하면서 수업발표관찰하던 때를 떠올리며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가지려 애쓰고 있다.

며칠 전에 '기적의 사과'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비료나 농약없이 10년만에 사과꽃을 피우고 사과 열매를 맺게 한 기적같은 이야기였다. 9년째 사과꽃이 피기까지 힘들었던 경험담을 들으면서, 어떤 일을 하나 해내기 위해서 모든 것을 거는 일본인들의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 힘들어서 죽으려고 올라간 산에서 도토리 나무를 보면서 어떻게 저 도토리 나무는 열매를 잘 맺었을 까 생각하다가 진리를 깨달았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야산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란다. 그래서 사과나무밭에 콩을 심고 풀을 자라게 했다고 한다. 자세한 것은 잘모르겠다.

내가 하는 수업은 어찌보면 농약을 치고 비료를 주는 농업이나, 양계장에 닭을 가둬두고 부리도 자르고 발톱도 자른채  알만 낳도록 하는 공장식 양계장방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뛰어놀 수 있는 공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 가르침과 배움의 영성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 머리를 탁 쳤다. 왜 이책을 진작 읽지 않았을 까.

배움의 공동체를 접하면서 동일한 진리의 깨달음이 다가왔다. 오늘 수업하면서 한번 슬쩍 적용해 보았다.

아이들이 미친듯이 배웠다. 녀석들이 공부에 푹빠져들었다. 내가 없어도 될 정도였다. 그리고 서로 대화를 했다. 잡담이 아니라 배우기 위해 대화를 했다. 이런 나도 배움의 공동체 비슷한 것을 흉내낼 수 있게 되었다.

요즘 나의 취미는 수업시간에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다. 쉬는 시간 야자시간에도 어떻게 아이들이 배우는지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관찰 관찰 또 관찰하고 있다.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 관찰하고 있다. 그리고 고민하고 있다.

왜 안되지?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인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과제를 어떻게 바꿔볼까? 등등

마치 내가 전문가가 된 것처럼.

나는 생각한다. 고민한다. 행동한다.  나는 존재한다. 

그렇다고 내가 수업을 잘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나아간다. 사과꽃을 피우기 위해.....

조회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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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4
19:12:03 (211.43.8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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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안준길

2010.05.14
22:48:21
(*.115.102.10)

연욱아! 아이들이 서로 배우기 위해서 애쓰는 모습 정말 대단하다. 네 글은 솔직하면서도 역설적이고, 오히려 나를 부끄럽게 한다.

오승연

2010.05.15
11:47:41
(*.57.183.52)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으면 열매를 맺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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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술자리 간증 [2] file 737     200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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