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학력 평가를 12월3일날 본다고 했다가 오늘(12.9)로 연기가 되었다.
당연히 초등학교 5학년 밖에 안된 아이들은 오랜 시간을 계속해서 시험공부하기 힘는법!
우리반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항상 딴생각에 빠져 있는아이, 계속 웃고 떠들기만 하다 집에가는 아이. 슬그머니 눈이 감기는아이등.....그중에서도 우리반 예준이는 정말 독특한 아이이다.

약간 사회성이 부족하여 4학년 담임선생님의 조언이 미리 있고 난뒤 그 아이를 처음 봤을땐 '음...조금 이상하군' 그 뿐이었다. 1년이 거의 다 가고 있는 지금....

수업시간에 예준이는 별 이유 없이 혼자 웃는다. 그러다 엎어져 잠도 자고 계속 코도 후빈다. 그렇다고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절대 아니다. 공부는 언제나 상위권이고 한번 읽은책은 10번도 넘게 계속 해서 읽고 또 읽고 그런다. 이 아이의 단점은 아주 흥분을 잘 한다. 반 친구들이 자길 향해 웃거나 싫어하는 말을 물어보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계속 큰 소리로 떠들어 댄다. " 너희들 계속 이러면 나 가만있지 않을거야"그러면 아이들이 "때려봐" "때려봐"하며 수업시간은 금방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또한 예준이는 독특한 언어를 구사한다. 창문에 매달려 " 전 이곳을 탈출하고 싶어요"라고 말할때도 "지하세계에서 살고 싶어요" " 환경오염때문에 앞으로 살기 힘들까봐 걱정이예요" "전 밝은 아이가 아니예요"등 1년동안 난 예준이에게서 수도 없이 많이 이상한 말들을 들었다.

처음엔 "음....그래 예준아." 하며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는데 지금은 "알았어, 그만해" 라고 내가 말을 짤라 버린다.

저번주 토요일날도 그랬다. 예준이와 그 주변이 시끌 시끌 하며 떠들고 있을때 난 했던 말을 3번이상 되풀이 하며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결국, 나의 인내심은 바닥이 나고 "예준이 너 복도로 나가"라고 말했다. 순간 예준이는 가만히 서있는데 우리반 아이들이 예준이를 복도로 내 모는것이 아닌가? 그리고 어떤 아이는 박장 대소를 하는것이다.

난 그 모습이 싫었다. 친구를 감싸 안아주지 못하는 그런 우리반 아이들이 미웠다. 그래서 그날 아이들과 잘못을 한 예준이를 나무랬다. 그리고 월요일 아이들에게 사랑없음을 탓하며 일장 연설을 하였다. 그뒤 아이들은 나에게 편지를 써서 예준이에게 미안함과 선생님에게 죄송함 그리고 자신들의 사랑이 부족함을 반성하는 글을 썼다.

오늘 아침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싶어 교실에 들어선 순간 유리창이 깨져 있고 난로위 주전자 손잡이가 끊어져 있고 그리고 내 컵이 깨져있었다. 아이들이 먼저 용서를 빌었건만 난 오히려 화를 버럭 내었다.

이것이 나의 현재 교사의 모습인거 같다. 사랑이 부족한것은 우리반 아이들이 아니라 결국 내가 아닐까?

하나님앞에서 눈물이 난다. 나의 사랑 없음에 .....우리반 아이들에게 용기를 내서 환하게 웃어주고 싶다.
조회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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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03.12.09
09:36:48 (210.204.41.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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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전형일

2002.11.30
00:00:00
(*.219.21.90)


하나님은 우리에게, 아이들을 통해서도 늘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12/10-22:43]
-

최영숙

2004.12.09
15:58:31
(*.97.82.62)
예준이같은.아이는.어떻게.다루어야하는건가요...?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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