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곽으로 만든 집

어제 제 큰 아이(요한) 생일이었습니다.
생일선물로 학교에서 먹고 남은 우유곽을 모아 집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우유곽 2개를 끼우면 조금 단단한 우유곽벽돌이 됩니다.
그걸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것인데
벽돌들을 서로 연결하려면 양면테잎과 본드를 사용합니다.
눌러 놓으면 아주 단단해집니다. 그런데
두 아이(요한, 승한)는 아빠가 이상한 것 만들고 하는게 신기한지
자기들도 한 몫 거들려고 우유곽을 만지고 올라앉고 아빠의
진지한 작업을 방해합니다.
저는 그러 아이들에게 " 안돼! 그거 만지면 안돼.. 절로 가!"
주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내는 누구를 위해 만드는 거냐고 조금 못 만들어져도 어떠냐고
이왕이면 같이 하는 것이 더 나은 것 아니냐고 항변을 했습니다.
그러면 아이들도 자신감을 갖게 되고 더 좋을 것이라고...

저는 그때 느꼈습니다.
아~! 내가 얼마나 일 중심적인 사람인가?
일을 통해 아이들을 더 섬기는 것인데
일 자체에만 매몰되어 아이들은 빠지고 멋지게 완성될 집만
남게 되어 버리는 경우가 제 생활 가운데에서 정말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더불어 일하기보다 자신이 혼자서 생각한대로 추진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생각났습니다.
하나님 홀로 모든 일을 다 하실 수 있을 것인데도
사람들을 불러서 당신의 일을 맡기시고
결과가 시원찮고 작업속도가 느린대도 사람을 사용하시는 것은
어쩌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을 통해 우리와 더 깊은 관계를 맺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오늘부터 그런 여유와 넉넉함이 제게 조금씩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완벽하기보다 조금 모자란(아니, 많이 모자란),
혼자서 다하기 보다 더불어 일하기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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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15
12:43:48 (211.184.246.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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