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 - 시대의 흐름에서 벗어나기


강물 속에 있는 건강한 물고기는 비록 물살이 셀지라도 때로는 흐름을 거스르며 자기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헤엄쳐간다. 그러나 죽어가는 물고기는 물살을 거스를 힘이 없어 흐름에 휩싸여 떠내려가고 만다. 강물 위에 떠있는 배는 바위나 육지를 보면 물의 흐름을 알 수 있기에 배를 흐름에 버려두지 않고 노를 저어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그러나 바다 위에 떠있는 배는 해류가 흐를지라도 그 흘러감을 쉽게 알 수 없기에 목표에서 벗어나 표류하기 쉽다. 자신을 비춰 볼 기준이 눈에 띄지 않으므로 풍파가 없을 때 방심하기 쉽고 함께하는 흐름이 거대할수록 자신이 흘러가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레위기를 읽다보니 반복되어 나타나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다. “나는 ~여호와니라”는 문구와 “거룩”이라는 단어이다. (성경 프로그램으로 찾아보니 레위기에서만 각각 38번과 64번 등장하는데, 특히 “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니라”는 문구가 19장에서만 15번 등장하고 있다.) 반복되는 이 문구를 보면서 문장 안에 함께 서술되는 내용을 당신의 위엄과 권위로 강조하여 나타내시는 것을 느꼈는데, 이러한 시각으로 바라보니 레위기에서 말씀하시는 바가 다음과 같이 정리되었다. 첫째, 거룩하신 하나님. 둘째, 공동체로서의 우리가 거룩하기를 원하시는 그리고 우리를 거룩케 하시는 하나님. 셋째, 거룩하지 못한 자를 거룩케 하는 데는 피와 희생제물이 필요함. 그렇기에 레위기에서는 많은 제사 의식과 정결을 위한 의식들을 설명하고 있으며, 죄인인 우리의 거룩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대속)이 필요함을 막연하게나마 느끼게 해준다.

 

레위기 21장과 22장에서는 제사장이 지켜야 할 거룩 및 제사장의 자격과 제물의 성결에 대해서 말씀하신다. 육체적으로 흠이 있는 자는 제사장의 직무를 감당할 수 없음을 말씀하시는데, 한편으로 너무 엄격하게 제한하시는 듯도 하지만, 하나님 앞에서 다른 사람들을 중보하고 돕기 위해서는 그만큼 성결해야 함을 요구하시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베드로전서 2장에 나타나듯이 우리 하나님의 백성들 모두(공동체로서의 교회)를,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된 백성이라고 칭하신다. 결국 하나님은 개인이 아닌 우리 모두가 거룩하신 하나님께 합당한 구별된 백성들이 되기를 원하시며, 더 나아가 세상 사람들을 하나님께 중보해야 할 제사장들이기에 우리의 삶이 더욱 정결하기를 원하신다. 즉, 교회가 세상과는 구별된 거룩한 존재가 되기를 원하시며, 성도들이 세상의 이기적이고 타락한 흐름에 동화되지 않기를 원하신다.

 

우리는 세상 속에서 살아갈 때 전체적인 흐름 속에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전체와는 다른 흐름으로 가지 않는 한, 내가 세상과 어느 부분에서 얼마나 다른지, 세상으로부터 얼마나 영향 받고 세상에 어디까지 물들어 있는지 인식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현 시대의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주요 가치들로부터 나와 교회는 얼마나 구별되어 있을까? 풍요의 추구와 부동산 소유로 대표되는 물질적 부를 절대시하는 물질만능주의에 나는 얼마나 물들어 있을까? 교회는 자유한가? 자녀교육과 우리의 삶 곳곳을 지배하는 성공주의로부터 나는 자유한가? 추수할 때에 가난한 자와 객을 위하여 남겨 두라는 하나님의 배려와 깊은 사랑이 나의 삶에서 배어나는가? 성과 쾌락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문화에 나는 얼마나 물들어 있는가? 거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념 및 정치와 관련된 일들을 성경적으로 사고하며 판단하지 않고 기존의 편가름 속에서 분열을 심화시키는 것은 아닌가? 교회가 희생의 모습은 잃은 채 종교의 이름으로 이익을 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아닌가? 현재의 한국 교회는 과연 자정능력을 유지하고 있는가? 일부 지역교회들은 안심할 수 있을까? 나는 그리고 한국 교회는 세상의 흐름을 막아서는 바위인가? 보내진 곳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가?

 

흘러가고 있음을 깨달으려면 자신을 비춰 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평안한 중에 우리를 몰아가는 거대한 흐름에서도 흘러가지 않으려면 닻을 든든히 내리고 있어야 한다. 말씀에 비춰 보고 하나님의 뜻을 살피며 우리를 깨우치시는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그 음성에 반응하여 마음을 돌이키고 어그러진 삶을 고쳐야 한다. 우리 안에서 해결할 수 없고 외부로부터의 도움이 절실하다면 하늘을 바라보아야 한다.

 

나 자신의 흘러감을 깨달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공동체적 흘러감을 안타까워하고 아파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깨닫고 자복하고 돌이킬 수 있기를, 교회와 성도가 한국 사회에 대하여 중보자·제사장의 역할을 회복할 수 있기를, 교회와 성도가 세상 속에서 소돔의 롯이 아닌 아브라함과 다니엘과 느헤미야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기를.... “나는 너희를 거룩케 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니라”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바라보며....

조회 수 :
1197
등록일 :
2010.12.03
10:35:47 (*.241.50.130)
엮인글 :
http://www.tcf.or.kr/xe/freeboard/158043/c39/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58043

김영석

2010.12.06
15:25:28
(*.182.19.133)
profile

하나님 앞에서 다른 사람들을 중보하고 돕기 위해서는 그만큼 성결해야 함을 요구하신다는 말씀....

정신이 번쩍드는 말씀이네요. 거룩한 백성으로 삼아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거룩함을 지켜 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비추천 수 날짜
518 기도 응답 & 겨울 수련회... 감사, 감사 ~^^~ file 364     2001-12-13
 
517 하진이와 만원 [3] 364     2002-04-17
며칠전 부산에 사는 남편 친구가 춘천에 왔었습니다. 오랜만에 저희집을 어떤 일로 들렀는데 하진이와 주윤이가 토요일이라 어린이집을 가지 않고 집에서 둘이 놀고 있었지요. 그 아저씨는 만원짜리 한장을 하진이에게 주면서 "동생하고 똑같이 나눠 가져라"라...  
516 한국이 결승전에 나가야하는 이유 [1] 364     2002-06-24
왜냐하면 간사진회의 때문입니다. 하하 3,4위전은 토요일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날이 역사적인 첫 간사진 회의가 있는 날입니다. 혹시나 축구에 마음이 뺏겨 회의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있을까 염려되는군요.^^ 열린 간사진 회의입니다.(공지사항 참고) T C ...  
515 그 때의 기억이 364     2003-01-25
집에서 하루를 보냈지만 아직도 그 곳에서 들었던 말씀들이 머리 속에 떠오르고 있습니다. 베드로, 사마리아 여인, 막달라 마리아 그리고 경찰관 아저씨와 김요한 목사님의 웃기는 이야기 등 아! 그리고 유관순 기념 교회에서의 일들과 금강산은 더 많은 기억...  
514 수련회소식 01 수련회 첫날을 마치며 [3] 364     2003-08-11
10시 10분에 제 32회 전주대학교에서의 수련회를 마쳤습니다. 벌써 이재천 목사님의 두 번의 강해가 참석한 선생님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현재 조장 모임이 전형일 선생님의 사회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감자가 간식으로 나왔네요. 조별 모임을 첫번째...  
513 출전 전야! [5] 364     2006-03-01
긴장감이 도는 3월 1일 밤입니다. 내일을 앞두고 얼마나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마음이 설레이고 긴장될까요? 어떤 선생님이 우리 아이의 담임이 될까? 우리 아이에게 좋은 친구들이 생길까? 그런데 알까요? 교사들도 3월 1일 밤에 긴장한다는 사실을 ... ...  
512 선택식강의와 관심자별 모임 사진 올렸습니다. [2] 363     2002-01-07
전국의 많은 지역에 눈이 내렸다고 합니다. 창원은 새벽부터 겨울비가 내렸습니다. 겨울에 한번쯤은 창원에도 눈이 펑펑 내렸으면 합니다. 함양의 겨울은 눈속에서 보내었습니다. 천년의 숲 상림을 옆에 두고 살았기에 산과 숲이 항상 가까웠습니다. 가끔 창원...  
511 궁금한 것이 있어요!!! [2] 363     2002-01-31
안녕하세요? 아직 얼굴로 대면을 하지 않아서 약간은 수줍고 어색한 마음이 있군요^^ 저는 대구교대에서 4년동안 선교단체인 CCC에서 훈련을 받았는데요... 음... 제가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은 교사선교회의 회원들이 다 IVFER로만 구성이 되어 있나 싶어서요?...  
510 나를 감동시키는 우리 아이들 [1] 363     2002-04-04
출근하는데 목련꽃잎이 지져분하게 떨어져 있었다. 우리반 청소구역이라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 동쪽 현관에서 양동이와 빗자루를 들고 나오는 아이가 하나 보였다. 먼곳에서 자세히 보니 우리반 "예찬이"였다. 아침 일찍 자기가 맡은 담당구역 청소를 열심히...  
509 Re.. 조원으로 넣어 주세요 [3] 363     2002-07-20
박은철선생님 저는 개인사정으로 대회 전체를 참석할 수가 없습니다. 조원으로 넣어 주세요. 죄송...  
508 수련회 특강강사 변경의 내막 363     2003-01-20
드디어 수련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참여를 방해하는 여러가지 사탄의 방해공작들을 결박시켜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어제 특강강사로 내정되었던 김요셉목사님을 만났습니다. 갑작스런 변경의 이유는 비행기 시간때문입니다. 미리 잡혀있던 미국집회일...  
507 지나가는 사람들을... 363     2003-08-07
고목나무... 고맙습니다. 한분의 교사가 고목나무처럼 바로 서있으면... 지나쳐가는 많은 학생들이 쉼과 평안과 용기와 생명을 얻겠지요. 목사로서 10여년의 삶을 살다보니... 사람을 만나고 돌아보는 일에 가장 무서운 적이 바로 '타성에 젖는 일'이더군요. ...  
506 다가오는 제주섬 [3] 363     2004-01-09
' 한라에서 백두까지!!! ' 내 젊음의 날 내내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구호입니다. 제주수련회를 앞둔 신년벽두에 주께서 제게 격한 바람처럼 다시 새롭게 가슴을 요동케 하셨습니다. ' 한라에서 백두까지, 백두에서 땅끝까지 ' 200명이 목표였었는데 등록한...  
505 더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1] 362     2002-03-18
오늘은 아이들에게 참 미안했다. 조별로 그 날 해야할 과제를 다해야 마쳐주기에 우리 아이들이 전교에서 제일 늦게 마치게 되었다. 그리고 아직 학기초라 질서를 잡기위해 계속해서 엄한 나. 내가 욕심이 많은 교사기에 아이들에게 많은 걸 시키다 보니 그걸 ...  
504 드디어 내일...조수아... 362     2002-06-14
 
503 from Shanghai [6] file 362     2004-01-28
 
502 [좋은교사운동]독자배가운동 결산 file 362     2004-06-10
 
501 예상인원 260명 12/21 현재 362     2004-12-21
오늘 날자로 파악된 수련회 참석 예상인원입니다  
500 서상복 선생님 362     2006-01-29
이번 TCF수련회에 처음 참석했던 부천 석천중학교에 근무하는 오정화라고 합니다. 이번 수련회를 통해서 너무 힘이 많이돼고 또 좋았는데요 선생님 강의를 조금 더 듣고 싶어서요. 그리고 저말고도 제 주변에 아직까지 그리스도인으로서 결혼관과 가치관이 제...  
499 [re] 급구-동아리 신청서 양식 file 362     2006-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