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그러니까 2003년 혜진이는 5-1반 우리반이었다.
옷소매의 찌든때와 흐릿한 눈동자를 보며 그아이의 가정환경을 짐작할 수 있었다.

1학기초 혜진이의 잦은 무단결석으로 김제시내 오락실과 PC방을 돌아다니며 내 연락처를 남기고 다녔다. 운이 좋은 날이면 시내에서 우연히 만나 시간을 많이 줄이기도 했지만 그런날은 정말 드물었다.

학교에 나오는 날이면 심한 냄새로 나와 친구들을 불편하게 하곤 하였다. 그래서 생각끝에 같은 모둠 친구들과 혜진이네 집에 (집이라고 언니랑 사는 방한칸)가서 이불빨래부터 시작해서 방청소 설겆이등을 해주고 온적도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열심히 그 아이를 변화시킬려고고 했는데 2학기때 또 1주일 무단결석을 하였다. 나는 오락실에서 놀고 있는 혜진이를 보고 정말 너무 화가 났다. 교실로 데려와 아주 아주 심하게 화를 냈다. 나도 울고 혜진이도 울고 그때 다행이도 우리반 아이들은 전담선생님 시간이어서 이 광경을 보지 못했다.

그뒤 혜진이는 한번도 무단결석을 한적이 없었다. 6학년때도........
그리고 6학년때도 힘들때면 항상 나한테 편지를 써서 가져오고 거의 매일 점심시간에 우리반에 왔었다.

그렇게 그아이가 졸업을 하였다. 3월말이었나? 부활절 주일 다음 월요일 우리교실 내 책상위에 예쁘게 포장된 달걀이 하나 놓아져 있었다. 당연히 우리반 아이들이 놓았거니 생각하고 누가 선생님한테 달걍줬니? 하고 물어봤더니 우리반 아이들 " 몰라요.... 어떤 언니가 놓고 갔어요" 그랬다. 나는 또 6학년 아이들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한아이가 "선생님 여기 이름 써있어요" 하는 것이다. 그래서 봤더니 1-3반 김혜진 이렇게 써있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과연 2년전 그아이가 내 책상위에 달걀을 놓고 간것이었을까? 그 의심속에 난 감동의 눈물도 흘렸다. 아직도 날 기억해준 혜진이가 고마워서.......

운동회날 혜진이와 같은 중학교로 간 졸업생들이 찾아왔다. 그리고 혜진이가 몇반이냐고 물어봤더니 정말 1-3반 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결연을 맺어 좋은교사에서 지원받아 신발도 사주고 쌀도 사주고 반찬도 사다 주었던 혜진이가 아직도 날 기억해주어서 참 고맙다.

난 아직 좋은 교사가 아니지만 좋은교사가 많은 tcf공동체에 있고 이 공동체를 통하여 하나님앞에서 교사로서의 나의 모습과 아이들앞에서 그리스도인 교사로서의 나의 모습을 반성하며 변하려 한다.

이제 가정방문 끝난지 한달 올한해 내가 특별히 도움을 줄 아이는 누구인가....... 혜진이를 보며 힘든 아이일수록 하나님의 도움이 더욱 크다는 생각을 해본다.

2년전 난 한일이 하나도 없었다. 오직 하나님께서 그 아이의 영혼을 만지셨다.
* 전형일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05-1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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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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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전형일

2005.05.12
13:10:47
(*.43.19.240)
교육계의 구조적이고 어쩌면 다분히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해 어수선한 요즘, 참 가슴 따뜻하고 감사한 이야기로군요.
하나님께서 그 영혼을 만지시고 인도하시니 감사, 깨어있으려고 분투하시는 선생님들이 공동체에 있음을 감사!!!

양수미

2005.05.12
13:15:43
(*.184.172.47)
소림샘.. 당신에게선 향기가 나~~

여은미

2005.05.12
15:19:42
(*.184.176.232)
조모임이 생각나네요..^^ 샘님--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우리들 되길.. 멋진 교사~~ 하나님의 교사가 되길 역시 소원합니다.

손준철

2005.05.12
16:12:00
(*.43.15.189)
가슴 한 부분이 시원해집니다. 선생님이 tcf공동체에 함께 하고 있음을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을 영혼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자신에게 귀한 감동이 되며, 소리없이 은은하게 향기를 바라는 선생님이 참 귀하게 느껴집니다. 계속 파이팅!!!

윤미희

2005.05.14
12:28:03
(*.43.12.162)
쏘림... 당신 너무 아름다워... 당신은 하나님께서 교단에 심은 하나님의 사람이야.... 닮고싶다....

조현정

2005.05.14
23:35:44
(*.105.34.68)
이쁜 소림이.....자신이 아픈만큼 남의 아픔도 감싸줄 수 있는 멋진 여인이다.....나두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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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떡뽁기 만들기 [2] 639     200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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