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친구와 싸우다가 정신적 충격으로 실신해버린 한 아이와 그 와중에도 사기치는거라며...항상 저런다며... 비아냥거리는 여러 아이들로 인해 너무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안그래도 전교회장단 선거로 인해 늦어진 종례 시간...옆반을 오가며 급하게 업무를 처리하던 중에...제가 없는 사이에 일어나버린 일이었습니다.

축 늘어진...몸....흰자위가 보이는 눈...그리고 흘러내리는 눈물....
그 아이를 몇 번이나 일으켜 세워보려고도 하고....깨워보려했는데..제 몸이 더 굳어지더군요..

그런데...계속 이어지는 여기 저기에서의 외침....생쇼하는거라고..
제가 믿고 사랑했던 아이들이었기에...그 말들을 듣는 내내 가슴이 찢어지고 화가 나고..정말 말그대로 미쳐버릴 것 같더라구요..그런 상황에선 폭발하는 것 조차 어렵다는 걸 알겠더라구요....너무 놀래서..

그 아이는 평소 너무나도 말이 없고 움츠러져 있는 아이였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마음은 예쁜 아이인데...늘 안타까워했었어요...
신학기라 이래저래 경황이 없어 어제부터야...억지로 말을 걸고 장난치고...쓰다듬고...오늘은 시험지 점수를 주는 막대한 업무까지 맡기면서...그 아이의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었던....중이라...더욱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그러한 상황이...

얼마나 아팠을 지....쓰러진 와중에...외쳐대는 친구들의 빈정거림에 또 얼마나 마음이 갈기갈기 찢겨졌을 지...
실제...그 아이가 정말 실신한 척 했다하더라도..그 아이의 상처를 먼저 보지 못하고 사기꾼이라니요....ㅠ.ㅠ
마치 살인의 현장을 목격하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어찌해야 좋을지...감당할 수 없는 충격에 몸이 저려오고..부들부들 떨리더군요...한번쯤은 단체로 벌을 엄하게 줘야할 것 같았습니다..
1시간 이상....손을 들게 하려 했습니다.

오늘 아침 일기를 썼는데 안가지고 왔다는 몇 아이의 말을..선생님은 믿어주겠다며...믿는다며 내일 가지고 오라고 했던 말 조차...후회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앞으론 그런 상황에서도 나는 절대 너희들을 믿지 않을 것이며 '너 사기꾼이지?'라고 반문할 거라고 그렇게 할 지도 모른다구 아이들을 다그쳤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좀 흘렀을까요.....

그 간 제 머리가 아닌 마음을 움직이셨던 주님을 생각할 때에..저 또한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야는데란 생각이 들더군요...ccm을 들려주며.....친구라는 의미를 말해주었습니다...그리고나서 그 동안 자신이 제일 잘못했던 친구에게 편지를 쓰라고 했습니다..진심이 담기지 않은 편지는 받지 않겠으며 집에 보내지도 않겠다는 가벼운 협박(?)과 함께...

사실...저는 학원에도 가야하고 특기적성수업에도 들어가야하는 아이들이었기에..그들이...형식에 틀어박힌...가식적인 편지를 쓸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을 믿는다는 제가 어리석게도...믿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ㅠ.ㅠ

그런데 아이들의 반응은 실로 놀라왔습니다....편지 하나 하나를 받아볼 때마다 눈물만 나오더라구요...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친구들에게 고백하는 수많은 편지들...정말 너무나도 솔직하고...진심어린 편지들이었습니다..
이미 자신의 잘못을 다 알고....상대방을 이해하고...사랑으로 품어버린 아이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습니다.

또 한번 가슴을 치며 울고 울었습니다.....그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신 주님의 은혜에 너무 감사하며...천사같은 우리 5학년 2반 31명을 보내주심에 너무 감사드리며..세상의 방법이 아닌 주님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해 주신 지혜 허락해주심에 감사드리며....울고 또 울었던 날이었습니다.
게다가.....의도하지 않은 교우관계까지..파악이 되더라구요...^^

잠깐 교실에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을 땐....어느새 쓰러졌던 아이에게 다가가 눈물을 닦아주고 있는...한 아이를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우리 반에서 '블랙리스트'에 첫번 째로 올라간 아이였습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제게 혼나고....퇴근하고 돌아온 제가 항상..후회를 하게하는 아이였습니다.....그 아이는 문제가 없는데..그 아이를 보고 있는 저에게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지....?
그리고...그 누구보다 따스한 그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더라구요...
참고루..어제 이 아이는....화장실 청소건으루 제게 무척이나 혼나고..몸과 마음을 다해 헌신하겠다며 화장실 청소에 자원했던 너였는데 이젠 자격이 없다며...그런 사람 봉사할 자격두 없다며 교실 청소루 바꿔주었는데....오늘 아침 일기장을 보니...반성하는 내용과 '선생님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다시 화장실 청소 하게 해 주세요...이젠 재밌게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았어요...엉엉 ^0^ ...ㅠ.ㅠ'이라고 써 있더라구요..
그까짓 것..선생님한테 찍히긴 했어도...쉬운 교실 청소하면 더 좋을 수도 있는건데...너무 기특하더군요..물론 저한테 찍혔다는 것 때문에 마음을 돌린 건 아니겠지만..
하루 종일 날 이렇게두 두 차례나 울려두 되는 건지....

또한 글씨를 잘 몰라 편지를 못쓰고 있는 친구...- 평소 놀림을 아주 많이 받는데 워낙에 낙천적이라 상처는 받지 않는 친구, 그래서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여전히 이 친구에게 다가가는 친구는 없었죠..-에게 다가가 글씨를 일일히 알려주며 사과의 편지를 쓸 수 있게 도와주고 있는 아이들도 보았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 왜 이렇게 예쁜 건가요?ㅎㅎ

집에 빨리 가고 싶었을 텐데...서로를 위로하고...
따돌렸던 친구를....도와주고 있는 그 모습들....이 감사에 또 감사였습니다. ㅠ.ㅠ

만남의 시작부터....저를 감동의 도가니로 빠지게 했던 아이들이었지만...하루 하루 지날수록.....계속 이어지는 그 감동과 감사들은...정말 정말 놀랍다는 말 밖엔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이는 나의 소중한 친구였다. 소중한 친구와 싸운 건 오늘이 처음이다. 잠시 머리가 텅 빈 것 같았는데 지금은 괜찮은 것 같다. 정말 이 친구와는 싸우고 싶지 않다......>
오늘 쓰러졌던 아이의 편지입니다....
모든 아이들의 마음이 이렇겠죠? 소중함을 알고..지키길 간절히 아주 간절히 원하고....잃어버렸을 땐 머리가 텅 비어버리는....아주 순수한...아이들....그 아이들의 마음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저 또한 아주 아주 간절히...

정말 한 명 한 명 끌어 안아주며 내일 아침엔 멋진 사랑 고백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죠? 그런데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일까요...?'
급하게 칠판에 써 놓고 나온 이 말이...정말 아이들 가슴 하나 하나에 깊이 새겨졌으면....
내일 첫 시간...고린도전서 13장의 말씀을 잘 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드려야겠어요..
저 또한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신 주님께...깊이 깊이 감사드릴 수 있었던....하루....
은미샘의 글을 읽고..비슷한 행복에 겨웠던 하루를 말하다보니..글이 길어졌습니다.

늘 주님과 함께이기에...
진짜~~~~~루 행복합니다*^^*
진짜라구요~~~~!!!!
* 전형일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03-19 08:57)
조회 수 :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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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19
01:49:34 (211.208.53.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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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전형일

2005.03.19
08:55:54
(*.43.19.240)
와..정말 긴 글.. 이 아침에 더불어 행복하군요. 수고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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