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정성들여 쓴 엽서 42장을 연결해서 책처럼 만들어 꽃과 함께 보내주었다.
그들에게 보낸 답장.

사랑하는 불어반 아그들에게
오늘 너희들의 소포를 받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발신이 안동여고 불어반으로 적혀있어 정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상자를 열었단다.
너희들의 사랑과 정성이 확확..펴져나와 잠시 눈을 감고 멈칫했단다.
그 바쁜 틈새 엽서 사고, 반마다 나누어주고, 쓰고, 거두고, 만들고, 부치고...그 수고로운 여정을 떠올리며 내가 너희들에게 이렇게 사랑을 받아도 되는 건지 잠시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단다.
시들지 말라고 오아시스에 꽂힌 꽃을 보며 그 세심한 정성과 배려에 다시 한번 놀랐단다.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줄 아는 진정으로 멋진 사람들로 자라있는 너희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참 대견스러웠고 이제는 어른이 다된 느낌도 들었단다.
너희들의 엽서 읽으며 눈물이 나왔다. 그리고 교사로서 보람을 느끼며 정말 기뻤단다.
나에게 교사로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 너희들이 나의 스승이기도 하구나. 고맙구나...
그동안 너희들의 사진이 들어있는 앨범이 가장 특별한 선물이었는데-좋은교사 잡지 앙케이트에 학생들에게 받은 특별한 선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이야기를 적어 보냈음. 실렸는지는 모르겠네-오늘 이 소포가 이제 단연 가장 특별한 의미의 선물이 된 것 같구나.
교무실에서 읽으며 자랑했다.(웬 푼수?? 아니고 옆선생님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아서)

이곳 생활은 언제 적응될까 싶었는데 시간과 함께 조금은 익숙해져 있는 모습이 되었네.
너희들 상대하다가 같은 말도 평균 5번 이상을 반복해야 겨우 알아듣는 아이들.
수업시간에 잠자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신기하지? 잠이라도 자면 조용할 텐데 에너지가 넘쳐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단다. 마침종만 치면 일제히 일어나 뛰고 장난치고..항상 뽀얀먼지속을 헤치며 교실에 들어서고 있단다. 사랑의 매도들고 야! 입닥쳐! 이런 말도 가끔씩 사용하고, 떠드는 사람 태도점수 마이너스 시키고, 벌도 주고 ... 어느듯 학생들에게 ET(English Teacher)선생님으로 통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어가 많이 떠오르는 실력없는 선생님이라 너희들 만큼은 아니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있단다.
오늘 학생들에게 살아가면서 무엇이 제일 소중하냐고 물었더니 첫마디가 돈이란다. 만남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친구, 선생님. 결혼할 배우자, 그리고 우리 영혼의 안내자 하나님 혹은 신앙의 대상자라고 말했는데 들은척 마는척..

너희들과의 만남도 스쳐 지나간 만남이 아니라 이렇게 연락도 하면서 마음속에 그리움이 남아있는 만남이 되었으니 참 소중하고 우리 인생을 풍요롭게 해줄 좋은 만남 같구나.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르는 구나. 후회없는 고3시절을 보내길 늘 기원한다.
우리반 좌우명 적은 것 중에 하나가 생각나네. <포기란 김장 할때만 쓰는것>.
너희 앞에 펼쳐질 미래를 선생님은 가슴 두근거리며 기대하고 있단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세상적인 잣대로 평가 받지 않고 그곳에서 아름다운 삶을 창조해 나갈 수 있는 너희들을 기대한단다. 지금도 마찬가지야. 서로 격려하며 (Bon courage!) 함께 정말 최선을 다하는 나날을 보내길 간절히 바랄께.
초코릿은 더운 날씨에 녹을까봐 다이어트에 좋은 쁘띠첼을 보낸다. 맛있게 먹고 잠시 쉼을 갖기를 바랄께. 은아야, 여러 가지로 수고 많았구나. 수능 칠때 쯤 엿 보내 줄께..
선생님 메일은 tcfok@hanmail.net이다. 힘든 일 있으며 언제든지 연락해라. 힘닿는데 까지 도와줄께.
넉두리라도...
건강하게
열심히
평화롭게.
2003.5.15. 마지막 불어선생님 조정옥.

*반장이었던 은아의 메일
오늘 받았어요..^^;;어찌나 기뻤는지..ㅡ.ㅡ;;
애들 전부다 좋아했어요..쁘띠첼 맛있게먹었구요..
선생님 편지에 감동을..*^^*
너무 감사해요..^^이런거 바라고 선생님하테 선물 보낸거 아니었는데..,.,;;
하여튼..너무너무 기분 좋아요~^^
ㅡ.ㅡ;;ㅋㅋ..^^
그럼..오늘 하루도..내일도..늘~행복하세요..^^
조회 수 :
573
등록일 :
2003.05.23
23:28:47 (220.122.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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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현기를 칭찬해요 447     2003-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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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마음,마음,마음 [2] 472     2003-04-17
며칠전 남수 어머니께서 전화를 했다. 남수 아버지께서 일하시다 다쳐서 의식불명상태로 입원중이라 어머니께서 돌봐주지 못하고 있는데 남수가 학교생활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내용이었다. 아침에 남수를 불러 얘기하는데 눈물부터 뚝뚝 흘렸다. 아직 어...